[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민주노총 서울본부와 공공운수노조가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 통폐합과 구조조정에 반기를 들었다. 시가 노동자들과 노정교섭(협의) 나서지 않을 경우 파업도 불사한다는 계획이다.
노조는 25일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 공기업-출연기관-민간위탁 구조조정 사업장 노정교섭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에 대화를 요구했다.
노조 측은 "공공서비스는 시민 편의, 노동자의 일자리 문제와 직결됐지만 서울시는 일방적으로 축소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노동자들은 시에 노정교섭을 요구하지만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경우 파업을 포함한 공동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규탄했다.
최근 서울시는 산하 투자·출연기관 26곳 중 기능이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기관을 통폐합하는 내용의 '투자·출연기관 경영혁신 추진계획'을 시의회에 보고했다. 박원순 전 시장 재임 당시 만들어진 10개 기관 중 50플러스재단, 공공보건의료재단, 기술연구원 등 3곳을 각각 평생교육진흥원, 서울의료원, 서울연구원으로 흡수하는 내용이 골자다.
시는 경영효율화 용역 결과와 출자·출연기관 운영심의위원회 등 논의 내용을 바탕으로 내년 1월까지 세부 통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노조 서울시출연기관지부는 "출연기관 통폐합 판단 근거는 단일 업체의 보고서 1건 뿐"이라며 "투명한 절차와 명확한 기준 제시를 통해 통폐합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외 노조 측이 서울시에 면담을 요구한 대표적인 사례는 서울교통공사의 인력 문제다. 노조에 따르면 이달 4일 서울교통공사는 2차 단체교섭에서 승무직을 포함한 1539명의 인력 감축 등을 포함한 구조조정안을 제시했다. 현재 공사는 무임수송 등 공공서비스로 인한 만성 적자,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동안 줄어든 수입금으로 지난해 기준 1조원대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공사 노조는 "지난달부터 단체 교섭을 시작으로 수차례 실무교섭을 하던 중 신당역 역무원 사망 사건이 일어났다"며 "안전대책 수립 요구가 높아진 상황에서 인력을 증원해야 할 판에 오히려 구조조정안을 제시했다"고 비판했다.
박 전 시장의 역점사업인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을 유지하라는 목소리도 거세다.
노조 서울마을센터분회는 "지난해 우수 평가를 받아 올해 재위탁자격을 유지한 사업이지만 시가 명확한 이유 없이 위탁 종료를 통보했다"며 "예산을 유지하고 재위탁과 고용보장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마을공동체 사업은 주민 자치를 활성화자는 취지로 2012년부터 조직이 꾸려졌지만, 지난해 취임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민간 위탁·보조금 지원 사업을 바로잡는 내용의 '서울시 바로 세우기' 추진을 발표하면서 대표적인 방만 운영 사례로 꼽았다. 지난해 위탁기관을 조계사로 변경했는데, 계약 기간이 올해 12월31일로 종료되면서 사실상 지원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노조는 "지난 13일부터 시청 앞에서 농성을 진행하며 시와 대화를 촉구했으나 응답이 없다"며 이날 오 시장과의 면담과 교섭요구안을 시에 전달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와 공공운수노조가 25일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 공기업-출연기관-민간위탁 구조조정 사업장 노정교섭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윤민영 기자)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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