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민주당, 결국 시정연설 불참…여야 파국으로
민주당 전원, 본회의장 불참…"야당탄압 중단하라" 규탄
이재명 "끝까지 싸우겠다"…새해 예산안 처리도 불투명
2022-10-25 14:45:23 2022-10-25 18:53:49
이재명(앞줄 가운데) 민주당 대표와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이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치고 국회를 떠난 뒤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 시정연설 불참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빼들었다. 전날 대통령실 앞에서 "협치는 끝났다"고 윤석열정부와 전면전을 선포한 데 이어 기나긴 투쟁을 선택했다.
 
민주당 의원 169명 전원은 25일 윤석열 대통령이 새해 예산안 시정연설을 진행한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하지 않았다. 이재명 대표를 향한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 지난 막말 논란에 대한 사과를 거부한 윤 대통령에 대한 항의 차원이다. 정국이 얼어붙은 와중에 상황은 더욱 안 좋아졌다.
 
민주당은 이날 윤 대통령이 국회에 도착하기 전까지 본청 로텐더홀에서 손팻말을 들고 "야당탄압 중단하라", "국회무시 사과하라"는 구호와 함께 규탄 시위를 진행했다. 이후 윤 대통령이 국회에 도착·입장하자 침묵시위로 대응했다. 중간중간 고성도 터져 나왔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 의원들이 있는 곳을 응시하지 않은 채 곧바로 사전 차담 장소인 국회의장실로 이동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시정연설을 보이콧했다.(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사전 환담에도 응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환담 후 본회의장에 입장하자 민주당은 맞은 편인 예결위회의장으로 이동, 비공개 의총을 열고 규탄을 이어갔다. 민주당 의원들은 의총에서도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따로 시청하지 않았다. 이후 윤 대통령이 본회의장에서 퇴장한 뒤에 마무리 규탄 대회를 이어가며 보이콧을 마무리했다.
 
이 대표는 의총에서 "어제 국정감사 마지막 날에 제1야당의 중앙당사가 침탈 당하는 폭거가 발생했다. 시정연설을 하루 앞두고 벌어진 이번 사태는 정상적인 정치를 거부하고 국민과 헌법 위에 군림하겠다는 선전포고"라며 "정부와 여당이 이런 방식으로 야당을 말살하고 폭력적 지배를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면 이제 우리는 맞서 싸울 수밖에 없다. 국민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민주당의 시정연설 불참은 최대 강경책이었다. 전날까지만 해도 민주당은 "헌정사 다시 없을 야당에 대한 막말 포함해 여러 부당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데 국회 회의장에 들어가서 시정연설 박수라도 치라는 것인지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면서도 불참인지에 대해서는 "최종적으로 내일 오전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여지를 남긴 바 있다. 이에 일단 회의장에 입장해 시위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결과는 전면 불참이었다.
 
민주당은 정부여당과의 협상에 기대를 거는 한편 여론전도 병행하며 나름의 명분을 축적했다. 지난 23일 윤 대통령에게 "이 대표가 제안한 대장동 특검 수용 여부를 시정연설 전까지 답하라"며 "그간의 막말과 정쟁에 대해 국민과 국회에 사과하라"고 제안한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였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에 들어서자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24일 검찰의 중앙당사 내 민주연구원 압수수색 재시도와 함께 같은 날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에 추가조건을 붙인다는 것을 헌정사에서 들어보지 못한 것 같다"고 거부하자 "협치는 끝났다"고 선언하고 파국을 택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역대 대통령 중 국제외교 현장에서 우리나라 야당을 향해 버젓이 비속어로 공격한 적이 헌정사에 있었느냐"며 "민주화 이후 제1야당 당사를 국정감사 중에 침탈한 것 역시 유례가 없다. 지금 헌정사에 초유의 기록을 남기고 있는 사람은 과연 누구인가. 바로 윤 대통령 자신"이라고 직격했다.
 
여야 관계가 극한으로 치달으면서 당분간 정국은 살얼음판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놓고 여야의 극심한 대립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22대 민생 입법과제 등 법안들을 신속하게 각 상임위에서 처리하는 한편, 특히 초부자 감세와 민생예산 삭감은 결코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애매하게 행동했을 때 당내 분란이 일어날 수 있는 점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그간 여야가 서로 협치를 한 게 없다"며 "앞으로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더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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