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6일(수) 토마토Pick은 25일 취임한 리시 수낵 총리 취임의 의미와 전망, 수낵 체제 과제 등을 분석 정리했습니다.
리시 수낵은 누구인가
리시 수낵이라는 정치인을 요약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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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생, 만 42세로 1812년 로버트 젠킨슨(만 42년 1일) 이후 210년 만에 최연소 총리
-아프리카에서 영국으로 이주한 인도인 이민 가정 출신. 아버지는 케냐 출신, 어머니는 탄자니아 출신. 1960년대 영국에 정착해 아버지는 의사, 어머니는 약사로 근무
-영국 햄프셔주의 명문 사립고를 거쳐 옥스퍼드대(정치·경제·철학전공)와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학 석사(MBA)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2001~2004년), 어린이투자전문기업(CIFM·2006~2009년)에서 헤지펀드 파트너로 근무
-동료들과 700억 달러(약 1조원)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는 투자 전문회사 창업
-2015년 하원의원에 당선해 정계에 입문. 테리사 메이 전 총리 내각을 거쳐 2020년 2월 정부 내 최고 요직으로 꼽히는 재무부 장관에 임명
-스탠퍼드대에서 만난 부인 아크샤타 무르티는 인도 IT 대기업 인포시스 창업자 나라야나 무르티의 딸로, 수낵 부부의 1.2조원이 넘는 자산 대부분은 부인이 보유한 인포시스 지분. 왕실보다 부자인 첫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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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인종주의의 마지막 벽을 허물다
수낵의 총리 취임은 무엇보다도 영국에 암묵적으로 남아 있던 인종주의와 완전히 작별하는 무대였습니다. 수낵이 영국 최초의 비 백인 총리에 취임한 것은, 미국의 오바마가 최초의 흑인 대통령에 취임한 것과 견줄 수 있는데요. 인도계는 물론이고 유럽의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모두 환호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수낵의 부모가 영국으로 이주했을 당시 인종차별이 심했을 때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런데요. 유럽의 한 고위 외교관은 로이터 기자에게 “수낵이 첫 아시아계 영국 총리가 될 것이라는 점이 특기할만하다. 이 점이 영국에서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있는 것 같다는 게 매우 흥미롭다.”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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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는 인도인
수낵 총리 취임으로 인도인들이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카멜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안토니우 코스타 포르투갈 총리, 프라빈드 주그노트 모리셔스 총리,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랙스먼 내러시먼 스타벅스 CEO, 샨타누 나라얀 어도비 CEO, 리나 나이르 샤넬 글로벌CEO 등 정말 많네요.
☞관련기사 특히 영국의 인도인들은 학력, 직업, 재산 등 영국 내에서 위상이 상당히 높다고 합니다.
수낵 취임에 긍정적인 시장 반응
수낵의 출발은 일단 좋아보입니다. 전 세계의 인플레이션 대응으로 자금을 흡수하는 와중에 잉 역행하는 트러스의 감세정책(세금 줄이는 만큼 시중에 유동성이 남아 있으니까)으로 대혼란을 겪어서이기도 하지만, 수낵과 보수당이 정책을 전면 전환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수낵이 총리로 확정되자 영국 국채 금리가 내려가고, 파운드화는 상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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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낵이 극복해야 할 과제들
허니문이 시작됐습니다만 얼마나 갈지는 알 수 없습니다. 수낵 앞에 놓여진 과제가 많습니다.
-브렉시트 이후 불안한 보수당 : 2016년 브렉시트 이후 보수당 총리는 역대 총리들에 비해 단명했습니다. 2010년 취임한 데이비드 캐머런은 통과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시도한 브렉시트가 국민투표로 통과되는 바람에 급작스럽게 물러났고, 후임 테레사 메이는 EU와의 완전한 결별(하드 브렉시트)와 EU탈퇴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소프트 브렉시트)하는 길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다가 물러나고, 보리스 존슨은 북아일랜드와 갈등을 겪는 등 혼란스러움 속에서 파티게이트와 거짓말로 물러나고, 리즈 트러스는 최단명 총리라는 오명을 남기고 물러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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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약한 지지 기반 : 수낵은 정치에 입문한지 7년 밖에 되지 않습니다. 보수당이 워낙 혼란상을 겪고 있어서 어쩌면 어부지리로 총리가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357명 중 200명 이상의 지지를 얻었지만 온전한 자신의 지지기반이 아니어서 통합형 내각을 꾸릴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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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조한 보수당 지지율과 조기총선 압박 : 더 타임스가 온라인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와 20∼21일에 한 설문조사에서 "내일 총선을 한다면 어느 당을 뽑겠느냐"라는 질문에 56%가 노동당을 찍었고 보수당은 19%였습니다. 민심이 보수당을 버렸다고 볼 수 있는데요. 수낵은 노동당이 요구하는 조기총선을 일축했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조기총선을 할 수밖에 없을지도 모릅니다. 다음 총선은 2025년 1월 이전인데 국민들 입장에서는 너무 길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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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 그리고 우크라이나 : 대외정책 측면에서 브렉시트 후폭풍으로 북아일랜드와 갈등을 겪고 있고, 만약 스코틀랜드가 독립투표를 해서 통과되기라도 한다면 그날로 수낵은 물러나야 할 겁니다.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총리는 독립을 전제로 EU 재가입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상태입니다. 이는 보수당의 궤멸을 의미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문제도 중요한 현안입니다. 돈이 별로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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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아닌 영국과 긴축 정책 : 지금 영국은 돈이 별로 없는 이유는 코로나 국면에서 돈을 엄청 풀었기 때문입니다. 수낵이 재정건전성을 이야기하는 이유인데요. 그런데 돈을 흥청망청 풀었던 사람이 바로 수낵 본인입니다. 코로나 국면 당시 재무장관이었거든요. 그래서 월스트리트저널은 "수낵 총리의 부상은 당분간 시장을 진정시킬 것이지만, 그의 정부는 지출에 관한 어렵고 인기 없는 결정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영국 재무부는 오는 31일에 지출을 줄이고 잠재적으로 일부 세금을 인상해 450억달러의 공공 재정 적자를 메우는 계획을 개략적으로 설명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국민들의 인기를 얻기 힘들다는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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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과 파업 : 지금 영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가스 요금 인상으로 겨울에 난방을 못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입니다. 여기에 인플레이션으로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 파업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철도, 우편, 주니어의사, 간호사, 구급대원 심지어 형사변호사들까지 파업을 할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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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낵 취임으로 본 영국식 내각제
수낵이 영국 총리로 취임하는 과정은 영국식 내각제의 모든 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장점 : 트러스는 50일 만에 물러났습니다. 능력없는 지도자를 조기에 물러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내각제는 정말 최고의 장점을 보여줍니다.
-단점 : 민주적 정통성의 문제입니다. 캐머런, 메이, 존슨의 경우 총선을 통해 민주적 정통성을 획득했습니다. 선거를 승리로 이끈 당 대표로 총리에 취임했으니까요. 그런데 트러스는 15만명의 당원투표와 의원투표로, 수낵은 의원투표로 ‘당 대표로 선출’됐습니다. 그래서 자동으로 총리가 됐을 뿐입니다. 국민들의 선택을 받았다고 볼 수는 없는거죠. 그래서 권력 기반이 더 취약한 것이고, 트러스처럼 금방 물러나는 일이 벌어집니다. 이는 정국의 불안정을 가져오고, 정책 집행의 혼선을 가져오게 됩니다. 노동당이 조기총선을 요구하는 이유도 민주적 정통성 결여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집권당이 조기총선에 응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습니다. 지지율이 아무리 저조해도 의석수가 보수당 365석, 노동당 202석입니다. 그러니 수낵이 조기총선 요구를 단칼에 잘랐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