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가운데) 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민주당이 156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 관련해 정부 책임론을 재차 거론하고 나섰다. 이재명 대표는 책임자 문책을 요구했고, 당은 국회 국정조사까지 시사했다.
2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는 윤석열정부의 부실 대응과 책임 회피 질타에 집중됐다. 이재명 대표는 "정치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해 무한책임을 지는 것인데 책임을 덜어내기 위해서 사건을 축소·은폐·조작하는 것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며 "그런데 지금 정부 고위 책임자들의 태도는 도저히 책임지는 자세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책임' 차원에서 문책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 대표는 "책임질 사람들이 제대로 책임지는 게 국가의 존재 이유"라며 한덕수 국무총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등 이태원 참사 관련 책임자들의 문책을 요구했고, 정청래 최고위원도 "이태원 참사의 최종 책임자는 당연히 윤석열 대통령으로, 우선 이 장관과 윤 청장을 즉각 파면하시기 바란다"고 이 대표 주장에 힘을 실었다.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무대책 서울시를 만든 오세훈 서울시장은 사퇴하고, 윤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와 함께 이 장관을 파면하라"고 거들었다.
이재명(오른쪽) 민주당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소속 의원들이 1일 오후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은 전날 이태원 참사 관련해 '수습을 위한 초당적 협력'에서 '진실 규명 및 책임론'으로 기조를 전환했다. 이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모두발언 대부분을 정부의 부실 대응과 책임 회피를 질타하는 데 할애했다. 그는 "대통령부터 총리, 장관, 구청장, 시장까지 하는 일이라고는 '우리는 책임이 없다'가 전부"라며 "당연히 책임 소재를 따져봐야 한다. 그래야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이 사고가 왜 발생했는지, 피할 수 있는 사고였는지 철저히 규명해야 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애초 사고 직후인 지난달 30일만 해도 "지금은 무엇보다도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할 때"라며 "민주당은 어떠한 것을 제쳐 두고도 정부의 사고 수습과 치유를 위한 노력에 초당적으로 적극 협력하겠다"고 약속했었다. 민주당이 3일로 예정된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실 국정감사를 미루기로 국민의힘과 합의한 것도 이태원 참사 수습의 컨트롤타워인 대통령실이 적어도 국가 애도기간인 5일까지는 수습에 전념토록 배려하는 차원이었다.
하지만 정부여당 인사들의 잇단 실언은 민주당 태세 전환의 결정적 이유가 됐다.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린 것은 아니었다",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고 말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한 발 더 나아가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했다"고 말했고, 한덕수 국무총리는 참사 관련 외신과의 간담회에서 웃으며 농담을 건네, 참사를 대하는 안일한 인식을 드러냈다. 이날 간담회는 '이태원 사고 외신 브리핑'으로 표기, '참사'가 아닌 '사고'로 규정하는 정부의 책임 회피성 기조도 이어갔다. 한 총리는 결국 2일 "경위와 무관하게 국민들 마음을 불편하게 해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윤석열(오른쪽에서 두 번째) 대통령과 이상민(왼쪽에서 두 번째) 행정안전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광장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날 경찰청이 공개한 사고 당일 112 신고 접수 내역 및 녹취록은 민주당을 더는 가만히 못 있게 만들었다. 첫 신고는 오후 6시34분 접수됐으며 "압사"라는 표현과 함께 경찰의 통제를 촉구하는 민원 신고가 11차례나 이어졌다. 경찰은 접수된 11건 가운데 4건만 출동했고, 나머지는 출동 안내 수준에 그쳐 참사를 사전에 예방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민주당은 국정조사 카드까지 꺼내들 태세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지켜보면서 판단을 하겠다"며 "국회에 주어진 모든 책무를 우리로서는 다 할 수밖에 없다. 그건 전적으로 정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박성준 대변인도 "112 신고 묵살처럼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전면적인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국회 국정조사에 대해서도 "열려 있다"고 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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