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누가 회사의 지배주주인지는 투자자에게 매우 중요한 정보다. 그러나 주식 양수도 방식의 인수합병(M&A) 거래가 이뤄지면 소액주주는 지배주주가 기업사냥군이나 약탈자에게 지배지분을 매각하더라도 계속 주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정준혁 서울대학교 법학대학 교수는 3일 금융위원회가 개최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제3차 릴레이 세미나'에서 이 같이 말했다. 기업 M&A 과정에서 소액 주주들의 권익이 침해받고 있음에도 보호 장치가 전무하다는 지적이다.
'자본시장의 공정성 제고'를 주제로 열린 이번 제3차 세미나에서 정준혁 교수는 '내부자 거래 및 M&A 관련 일반주주 보호방안'이라는 주제로 세션1 발표를 맡았다.
그는 우선 우리나라 M&A의 80% 이상이 주식양수도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관련 일반주주 보호장치가 전무하다고 운을 뗐다. 심지어 회사가 기업사냥꾼 내지 약탈자에게 넘어가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는 상황이어도 일반 주주에겐 엑시트 기회가 없다.
이에 그는 주식 양수도 방식 M&A 거래와 관련해 주주 보호 제도를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약탈자에게 회사 지분을 매각하지 아니할 의무'를 지배주주에게 부여하는 선관주의의무와 충실의무로 주주 보호장치가 마련돼있다. 유럽에선 새로운 인수인이 주식 매각을 원하는 일반주주들의 주식까지 모두 사들이도록 하는 '의무공개매수' 제도를 통해 일반주주를 보호한다.
그는 "우리 실정에 맞는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일반주주를 보호하고 약탈적 M&A를 방지하되, 인수인에 대한 지나친 부담이 M&A 감소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며 국제적으로도 정합성이 인정되는 제도를 수립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다만 의무공개매수제도가 악용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날 패널 토론에 참석한 박건영 브레인자산운용 대표는 "기업들이 엑시트할 때 소액주주과 똑같은 가격에 파는 건 무리가 있다"며 "강력한 선관주의 의무를 부여해 나쁜 인수자로부터 소액주주가 당하는 걸 막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이 밖에도 거래비용 문제로 인해 M&A가 비활성화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이날 토론에서는 상장사 주요주주 및 임원들의 '내부자거래' 관련 일반주주 보호에 관한 내용도 다뤄졌다. 금융당국은 최근 상장사 주요주주(10% 초과주주, 사실상의 영향력 행사 주주), 임원이 대량으로 주식을 거래를 하는 경우 이를 사전 보고하게 하고 30일 경화 후 거래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내부 중요 정보에 접근성이 높은 임원들이 정보불균형을 악용해 차익을 보거나 일반주주에게 피해를 떠넘기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에 대해서도 세심한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박건영 대표는 "내부자 범위를 어디까지 할지가 우려스럽다"며 "10% 이상 투자한 주주까지 포함한다면 경영에는 실제로 관여하지 않는 재무적투자자, 소위 펀드나 선의의 투자자들까지도 사전공시 의무 대상자가 돼 기업들이 자금을 유치받는 게 쉽지 않아질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국민연금의 경우 특수 상황을 고려해 10%룰에서 빠져있는데, 이런 걸 입법 과정에서도 참고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 및 의결권 자문사 규율방안 △불공정거래 제재수단 다양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제도 개선방안' 등의 주제도 논의됐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다른 분야에선 K팝 등 코리아 프리미엄을 누리는 데 반해 증시 만이 아쉬운 성적표를 보이고 있다"며 "생각을 바꾸면 그만큼 업그레이드 할 여력이 많이 남아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이어 "자본시장 공정성 제고를 위해 거래소는 불공정거래 시장감시 역량 강화, 소수 주주 권리 보호 방안 마련, ESG 경영문화 환경 조성에 일조하겠다"고 밝혔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3일 오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제3차 릴레이 세미나'에 참석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거래소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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