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교육부가 학교에서 저녁 늦은 시간까지 학생들을 돌보는 '초등 전일제학교' 시행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지만 교원단체들의 반발이 거세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교원단체들은 한목소리로 현재 학교 현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돌봄 교실과 방과 후 학교 등의 운영을 지자체로 이관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13일 교육계에 따르면 '초등 전일제학교' 시행과 관련해 교육부와 교원단체들은 뚜렷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우선 교육부는 내년도에 바로 시범사업을 실시한 뒤 이르면 오는 2025년도부터 전국적으로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지난달 21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초등 전일제학교') 시안을 11월 중으로 마무리하고 의견 수렴을 거친 후 내년 상반기에 확정해서 바로 시범사업에 들어가려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서병수 의원이 '구체적인 시범사업 실시 시기가 내년 하반기냐'고 묻자 "그렇다. 1년 이상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빠르면 2025년도에 (전국적으로 실시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지난 7일 취임사에서 "방과 후 학교, 돌봄 교실을 확대한 초등 전일제 교육을 희망하는 모든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지원하겠다"고 언급하면서 '초등 전일제학교' 시행 의사를 강력히 표했다.
'초등 전일제학교'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내세웠던 공약으로 현 정부의 국정과제다. 교육부는 지난 8월 국회 업무 보고에서 당시 큰 논란을 일으켰던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을 백지화하는 대신 교육에 대한 국가 책임 강화를 위해 '초등 전일제학교'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학부모들의 수요를 고려해 방과 후 프로그램을 다양화하고, 초등 돌봄 교실 운영 시간도 오후 8시까지 늘리겠다는 게 주요 골자였다.
하지만 교원단체들은 이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교사들이 수업 준비 등을 해야 할 시간에 돌봄 교실 관련 업무를 하면서 본래 업무인 교육 활동에 지장을 준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로 인해 학교 수업과 돌봄 교실 모두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해당 업무를 지자체가 하는 게 적절하다고 호소한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대변인은 "프랑스·핀란드 등 많은 선진국들의 경우 돌봄 프로그램을 지자체가 운영하고 있다"며 "우리도 지자체가 주민 복지 차원에서 전담 인력과 조직을 갖추고 학교를 포함한 지역사회 전체의 자원을 활용해 책임 운영하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린 초등학생들을 학교라는 공간에 오래 머물도록 하는 게 '아동 학대'라는 주장도 나온다. 초등 돌봄 교실은 학생들이 수업을 마친 뒤 그 교실에서 진행하는데 이는 교육을 위해 설계된 공간인 만큼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기 적절하지 않다는 게 교원단체들의 주장이다.
정소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대변인은 "'초등 전일제학교'는 아동의 행복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비교육적 아동학대 정책이다. 학교에 더 머물고 싶어 하지 않는 학생들을 오후 8시까지 학교에 가둬두는 꼴"이라면서 "국가 책임 하에 돌봄 교실 예산을 확충하고 지자체에서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육부는 '초등 전일제학교' 시행을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김희성 교사노동조합연맹 정책국장도 "'초등 전일제학교'는 학생들이 학교에 있는 시간만 늘리는 양적 확대에 불과하다"며 "단순히 교사들의 업무 경감을 위해서가 아니라 돌봄의 질 향상을 위해서라도 해당 업무를 지자체로 이관해 지역사회가 운영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초등 전일제학교' 시행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는 가운데 교원단체들은 한목소리로 해당 업무를 지자체로 이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 26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서울 서대문구 연가초등학교를 찾아 전면 등교에 따른 초등 돌봄 교실 교육을 참관하고 있는 모습.(사진 = 서울시교육청 제공)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