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승호 기자] 서울우유를 비롯해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국내 주요 유업체가 이달 중순부터 우유 소비자가 인상에 나선다. 흰 우유(1L) 한 개가 3000원에 육박한 셈인데 우윳값 인상 여파로 다른 제품까지 연달아 가격이 오르는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유업계에 따르면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오는 17일부터 우유 제품의 가격을 평균 6% 인상한다. 서울우유의 대표 제품인 흰 우유(1000ml)의 가격은 6.6% 오른다. 대형마트에서 이 제품이 2710원에 판매돼온 만큼 인상 이후에는 2800원 후반대로 가격이 형성될 전망이다.
매일유업(267980)도 17일부터 흰 우유 제품 출고가를 기존보다 8% 가량 올린다. 또 가공유 출고가는 기존보다 10% 수준으로 인상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매일유업 흰 우유 제품 가격은 기존 2610원에서 2860원으로 250원(9.58%) 인상될 전망이다.
같은 기간
남양유업(003920) 역시 흰 우유의 제품 출고가를 평균 8%, 가공유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7% 올릴 예정이다. 이번 가격인상 조치로 남양유업의 대표 제품인 맛있는우유GT(900ml)는 기존 2600원 중반대에서 2800원 후반대로 가격이 상향 조정된다.
서울우유 등 유업계 빅3가 잇달아 가격을 올리자 인상 분위기는 업계 전반으로 퍼졌다. #동원 F&B는 17일부터 우유 제품 가격을 평균 5% 올린다. 이어
빙그레(005180)도 바나나맛우유, 요플레, 닥터캡슐 등 총 7개의 유제품 가격을 평균 14% 올리기로 결정했다.
빙그레의 경우 인상 시점을 특정하지 않았지만 17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대형마트의 제품 가격 조정이 격주에 한 번 목요일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현 시점에서는 오는 17일이 가장 빠르게 인상 가격을 적용할 수 있는 시기다.
서울 서초구 농협유통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우유가 판매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유업계의 우유 가격 도미노 인상 요인은 원부자재 비용 증가, 인건비, 물류비 등의 상승 영향도 있지만 낙농진흥회의 원유 기본 가격 인상이 결정적인 도화선이 됐다.
낙농진흥회는 지난 3일 원유 기본 가격을 리터당 49원씩 올리기로 결정했다. 다만 올해는 원유가격 인상 시점이 늦어진 만큼 리터당 3원씩 추가 지급해 리터당 52원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원유 가격은 연말까지 리터당 999원으로 결정됐다.
유업계 관계자는 “환율 상승에 따른 원부자재 비용, 인건비, 물류비 등의 증가에다가 최근 이뤄진 원유 기본 가격 인상 결정으로 불가피하게 출고가를 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당장 이달 중순부터 우유 소비자가격이 오르게 되면서 우유를 주로 사용하는 식품의 가격 인상 압박이 지금보다 더 커질 전망이다. 빵, 아이스크림, 커피(라떼)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우유 가격의 변화가 전체 물가의 인상을 불러오는 밀크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소비자단체들도 전방위적인 물가 인상을 우려하는 한편 소비자가를 최종 결정하는 유통업체의 가격 인상 자제를 촉구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성명을 내고 “최근 5년간 원유수취가와 소비자가를 보면 2017년 대비 2021년 인상률은 원유수취가는 1.8%, 소비자가는 8.9% 인상된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지난해 흰 우유 가격 분석 결과 우유 소비자가를 형성하는 요소 중 유통업체의 판매가 인상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지속되는 고물가 상황에서 힘들게 생활하고 있는 소비자의 고통을 고려해 유통업체 측은 높은 수준의 우유 가격에 대한 책임을 분담하며 우유 가격 인상을 자제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pe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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