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친윤 '반대'에도 국정조사 개시…주호영 리더십, 예산안 통과에 달렸다
예산안·현실론으로 강경파 설득…민주당 대폭 칼질은 부담
2022-11-27 06:00:00 2022-11-27 18:36:33
주호영 원내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원내지도부와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5일 "여야 예산이 합의 통과돼야 국정조사가 비로소 시작한다"며 "원만한 국정조사를 위해서라도 다수 횡포의 예산 폭거를 거둬들이길 바란다"고 했다. 앞서 주 원내대표는 현실론과 예산안 처리를 고리로 당내 친윤계의 반대에도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 합의했다. 친윤계 설득에 실패한 주 원내대표의 추후 리더십은 윤석열정부의 첫 예산안 통과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는 것에 달렸다는 평가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말로는 협치와 상생을 이야기하면서 뒤로는 뺨을 치는 일을 하고 있다"며 "우리 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일방적으로 핵심 정책과 공약에 대한 예산마저 칼질해서 넘기고 있는 독주를 감행했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내년도 예산은 윤석열정부가 처음 편성한 예산으로 새정부 국정과제와 철학을 모두 담고 있다. 민주당이 선거에서 패배하고 국민 심판을 받았으면 그 결과에 승복해 새정부가 첫해만이라도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23일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회 국정조사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이날 협상에 들어갔던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단이 국정조사 기간·범위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한때 결렬 가능성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국정조사 실시를 '예산안 처리 후'로 정리하고, 조사 대상에서도 대통령실 전반을 국정상황실과 국가안보실 국가위기관리센터로 제한하면서 합의에 이르렀다. 기간도 45일로 단축하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은 당초 대통령실과 당내 친윤계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민주당의 국정조사 요구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정의당과 기본소득당, 무소속 의원들과 야권 공조를 이뤄 국정조사 계획서를 제출하는 등 단독 처리를 시사하며 국민의힘을 압박했다. 민주당 단독으로도 국정조사가 가능한 까닭에 국민의힘 내에서는 '이러다 야당 독무대가 될 수 있다'는 현실론적 우려가 흘러나왔다. 대통령실을 비롯한 정부 엄호에도 나서지 못할 것이 염려되자 '선수사 후국조'를 외치던 국민의힘도 국정조사로 입장을 선회했다. 
 
하지만 지난 24일 여야 합의 하루 만에 국정조사가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국민의힘 내에서 국정조사 대상에 포함된 대검찰청을 제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마약수사 인력 운용과 검찰은 전혀 관련이 없다는 것. 대통령실의 부정적 기류까지 전달되자, 당내에서도 재협상 요구를 넘어 국정조사 반대 목소리가 다시 나왔다. 여야 원내 지도부·특위 간사들의 재협상 끝에 대검에서 마약 관련 부서장만 증인으로 부르기로 합의했고, 국정조사 계획서는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었다.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계획서 승인의 건이 재석 254인 찬성 220인 반대 13인 기권 21인으로 가결되고 있다.(사진=뉴시스)
 
한편, 본회의에서는 국정조사에 반대 목소리도 확인됐다. 공교롭게도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으로 분류되는 장제원·이용·윤한홍 의원 등이 반대 표결을 하고, 유상범·박수영 의원이 기권, 권성동·이철규·정점식 의원은 표결에 불참했다. 표결 이후 국정조사에 반대한 까닭을 묻자 장제원 의원은 "(국정조사에)반대니까 (표결도)반대했다"라며 "할 이야기는 없다"고 했다. 권성동 의원은 "(본회의장에)늦게 와서 표결에 참여하지 못했다"라며 답을 피했다. 
 
두 번의 합의가 엎어질 뻔한 것과 관련해 대통령실의 불편한 뜻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난 24일 국회를 찾아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와 관련해 "대상이 아닌 기관들을 부르는 부분은 사실 좀 목적에 어긋난다"며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친윤계와 대통령실의 불편함이 드러나면서 향후 주 원내대표의 리더십 관건은 예산안 통과로 보인다. 국민의힘이 예산안을 주고 국정조사를 받았기에 국정조사 이전에 예산안을 최대한 정부안대로 통과시켜야 하는데, 현재 여야가 이견을 보이는 쟁점들이 많은 데다 민주당이 다수 의석의 힘으로 대대적인 칼질에 나서 상황은 좋지만은 않다. 다만 민주당도 예산안을 빨리 처리해야 국정조사에 돌입할 수 있는 만큼 시간 끌기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예산안 통과와 관련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신 교수는 "이번이 사실상 총선 전 마지막 예산이다. 지역구 의원들은 지역 예산에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다"며 "예산안 통과는 대립은 있을 수 있지만 기일을 넘겨서 준예산 편성하는 상황으로는 번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당 관계자 역시 같은 맥락에서 "총선 앞두고 지역구 예산을 많이 가져오고 싶은 것은 여든 야든 마찬가지"라며 "준예산이 결코 야당 의원들에게 좋은 선택지가 아니다"고 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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