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당정 "처벌 아닌 자율에 맡기자"…중대재해법 1년도 안 돼 후퇴?
재계 뜻대로 경영책임자 처벌 완화 움직임도…"책임 없는 자율은 방임"
2022-11-28 16:03:28 2022-11-28 20:41:53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당정은 28일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해 규제와 처벌이 아닌 자기규율을 통한 예방 체계로 패러다임 전환을 꾀했다. 당정이 재계 요구대로 경영 책임자의 책임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중대재해법과 시행령 개정을 시사하면서 시행 1년도 안 된 중대재해처벌법의 무력화 우려까지 낳았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관련 당정협의회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현재 (우리나라 사망사고 만인율은)0.43이다. 당정은 2026년까지 OECD 선진국 수준인 0.29로 낮추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며 "현재와 같은 규제와 처벌만으로는 안 된다. 자기규율 예방 체계로 (패러다임을)바꾸겠다"고 말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협의회에서 "우리보다 먼저 이 문제를 고민한 선진국은 촘촘한 규제만으로 중대재해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없음을 인식하고 자기규율 예방 체계를 확립해 중대재해 감축 성과를 냈다"고 동조했다.
 
기업 스스로 안전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국가나 법의 개입은 최소화하겠다는 뜻이다. 산재 사망 감축의 선진 사례로 알려진 영국이 산재 예방을 기업 자율에 맡기고 있다. 하지만 영국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한국의 중대재해법 모태가 된 기업과실치사법(기업살인법)에 따라 엄중하게 처벌한다. 권영국 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변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책임이 없는 자율은 방임"이라며 "패러다임을 바꾼다고 하니 거창해 보이지만, 사실상 종전으로 되돌리겠다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미 움직임도 있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6월 대표 발의하고,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의원 등이 함께 이름을 올린 중대재해법 개정안에는 경영 책임자 등이 충분한 조치를 했음에도 산재가 발생한 경우 처벌 형량을 감경하는 내용이 담겼다. 노동부는 안전보건계획 이사회 승인만 받으면 대표이사를 면책하는 내용이 담긴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안을 검토 중이다. 기획재정부가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관해 최종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면 안전보건최고책임자를 경영 책임자로 본다는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노동부에 전달해 월권 논란이 일기도 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과 임이자 국민의힘 환경노동위원회 간사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뉴시스)
 
성 의장은 중대재해 감축을 위해 정부에 △공공부문에서 낙찰금액이 아닌 설계금액대로 안전예산 지급 △중대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중소기업·건설·제조 분야에 스마트 안전장비 등 지원 △안전문화 의식 확대 등에 대한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권영국 대표는 "기준도 없이 설계가대로 (안전비용을)해달라는 건 말장난이다. 설계에서 깎아버리면 된다"며 "우리나라의 산재 사망사고는 후진국형이다. 스마트 장치가 없어서가 아니라 기본적인 안전 수칙을 안 지켰기 때문이다. 원인과 처방이 완전히 따로 놀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안전사고에 무관심한 이유는 사고가 나도 크게 손해를 보지 않기 때문이다. 안전대책을 자율에 맡기는 건 좋다. 하지만 그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건 방임"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소속 김영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는 "중대재해법의 원래 목적은 규제와 처벌이 아니라 예방을 통한 재해 감축이다. (오늘 당정협의는)특별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자기규율 예방 체계에 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나와야 한다"고 신중함을 기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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