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8일(목) 토마토Pick은 ‘동물보호’에서 ‘동물복지’로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간 정부 정책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는
"한 나라의 위대함과 도덕적 진보는 그 나라에서 동물이 받는 대우로 가늠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는데요. 문재인 정부에서 처음으로 동물보호를 국정과제로 편입해 정책을 추진한 이래 윤석열 정부는 한 발 더 나아간 정책을 내놨습니다. 다른 정책도 이런 식으로 이어달리기를 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이거라도 어딘가 싶어서 소개해드립니다.
‘동물보호’에서 ‘동물복지’로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복지법' 제정 내용을 골자로 한 '동물복지 강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이를 통해 보호에서 동물복지 관점으로 전환하는 제도적 틀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인데요.
☞관련기사 기존 '동물보호법'을 '동물복지법' 체계로 개편하면서 성숙한 동물 돌봄 문화를 조성하고 반려동물이 더 나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농식품부 보도자료
동물복지의 필요성이 대두된 배경
그동안 제기된 문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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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법을 무시한 일부 '펫숍'의 영업행위 : 몇 년 전 충남 천안의 한 펫숍에서 개 160마리 중 79마리가 사망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피해견들은 식사는 물론이고 오물도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환경에서 방치된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관련기사 뿐만 아니라 한 대형마트의 반려동물 전문판매점에서 죽은 햄스터가 그대로 방치됐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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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기관의 윤리를 상실한 동물 실험 : 동물보호법 제26조에 따라 동물실험윤리위는 동물실험 내용과 연구 윤리(실험동물 감소 및 고통완화)를 심의하고 준수 여부를 지도·감독할 의무가 있는데요. 그러나 이 과정에서 서울대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심사를 날림으로 진행한 사실이 밝혀진 바 있습니다. 또한 상당수의 실험 동물에게 마취제나 진통제 등을 사용하지 않은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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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동물학대·유기 동물 : 경찰청 등 자료에 따르면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은 2016년 303건에서 2020년 992건, 지난해 1072건으로 6년간 3배 이상 늘었는데요.
☞관련기사 뿐만 아니라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국내 유실·유기 동물 수가 12만 마리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관련기사 특히 관악구는 서울시 내 25개 자치구 중 유기동물 발생 건수 1위(599건·2021년)의 불명예를 안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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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견에 의한 개물림 사고 : 소방청에서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개물림 사고로 인해 119구급대가 병원에 이송한 사례가 약 1만1000건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2011년 2월부터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등 맹견 주인들은 반드시 배상책임보험을 가입하게끔 강제하고 있는데요.
☞관련기사 그러나 최근까지도 명견에 의한 개물림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등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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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학대 처벌에 대한 인식과 부족한 수사인력 : 동물학대 처벌에 대한 인식도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고양이보호단체 '나비야사랑해'의 유주연 대표는 “대구에서 고양이를 1000마리 이상 잡아도 처벌이 어려웠던 사례도 있다”며 "경찰이 (동물학대범을) 체포해도 '감옥에 갈 수 있다'는 두려움이 없어 비슷한 사례가 끊이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관련기사 실제로 2017년부터 지난 9월까지 동물학대범이 재판으로 넘겨진 경우는 전체 사건 중 2.9%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관련기사 이에 서울시는 동물 학대 행위 근절을 위해 '동물학대 전담 수사팀'을 꾸렸지만 동물의 사인 규명을 위한 사체 부검 인력이 부족하여 수사가 지연되는 등의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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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어떻게 바뀌나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복지 강화 방안' 도입을 통해 새로 추가되거나 기존보다 강화되는 내용들을 공개했습니다.
☞농식품부 보도자료
-새로 추가되는 내용들 : 기존 동물보호법에서 동물복지 요소를 강화하는 동물복지법으로 개편, 농식품부 조직에 동물복지환경정책관을 신설, 동물학대 가해자에게 치료 프로그램 수강·이수 명령, 반려동물 입양예정자에 대한 양육 관련 소양·지식 등은 온라인 강의가 아닌 실습 훈련 등으로 사전 교육 확대, 맹견 기질평가제를 도입해 6개월 이후 평가를 거쳐 사육을 허가하는 방식으로 변경, 연간 1만 마리 이상을 동물실험에 사용하는 실험기관은 전임수의사 배치 의무화
-기존보다 강화되는 내용들 : 동물 유실·유기 방지를 위해 반려동물을 판매하는 단계에서 등록을 의무화, 반려동물 생산 및 판매·전시·미용·위탁관리업 등을 기존 등록제에서 향후 허가제로 변경, 불법적인 반려동물 생산·판매업의 처벌 수위를 기존 기존 벌금형(500만원 이하)에서 징역형(2년 이하)으로 강화, 마당개 등 줄로 묶어 기르는 경우 2m 이내 짧은 목줄 사용을 금지
- 동물복지 국민의식조사로 개편 : 기존 동물보호 국민의식조사를 동물복지 국민의식조사로 개편하고, 조사방식·대상도 개선
-동물복지위원회를 차관급 회의로 격상
해외는 어떻게 하고 있나
이번 동물복지법 제정 방안은 세계 여러 나라의 제도를 참고해서 만들었는데요. 대표적인 세 나라만 정리했습니다.
☞해외사례
-미국 : 반려동물에게 먹이를 제공하지 않는 등 돌봄의무를 다하지 않은 주인에게 경범죄를 적용하는데요. 또한 개 물림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기질평가를 실시하여 맹견을 가려내고 사육장소 통제, 맹견표시 등을 의무화하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동물학대행위자는 신상을 공개하고 동물을 압수하는 등의 강경책을 쓰고 있습니다
-독일 : 보호 동물의 대상을 갑각류와 두족류 등으로 확대하고 반려동물에게 자연 채광, 사람과의 충분한 접촉 등을 의무화했습니다. 이어 맹견의 번식·수입·사육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데요. 뿐만 아니라 반려견 면허제를 실시하여 주인도 최소한의 책임 의식을 느끼도록 했죠. 아울러 펫숍·온라인을 통한 반려동물 판매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영국 : 맹견의 번식·수입·사육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며 동물학대행위자는 적발시 징역 6개월 형에 처해집니다. 독일과 마찬가지로 펫숍·온라인을 통한 반려동물 판매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동물단체들 입장
이같은 농림축산식품부의 결정에 동물단체들은 대체로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미흡한 점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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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에 찬성한다는 의견 :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는 "정부가 동물복지를 학대 방지가 아닌 동물에게 '좋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인식했다는 점이 가장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동물자유연대도 "이번 개정안은 동물과 관련된 정책 방향을 단순한 '보호'가 아니라 우리사회 구성원으로서 최소한의 삶의 질을 고려하도록 '복지'로 전환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다소 미흡하다는 의견 : 다만 어웨이는 "돌봄 의무대상을 반려동물로 한정한 것은 향후 개선해야 할 사항"이라고 지적했는데요. 동물권 단체 카라도 "농장동물의 복지 강화가 시급함에도 반려동물 복지정책보다 항상 후 순위에 놓여 있는 한계가 아쉽다"고 설명했습니다. 비영리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 역시 “전반적으로 동물보호법이 업그레이드됐지만 실험동물 분야 개편은 거의 없다”며 "검역탐지견으로 일하다 실험동물로 쓰이던 중 사망한 복제견 '메이' 사건 이후에도 실질적으로 실험동물 처우 개선을 위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아쉬워했습니다.
총평
앞서 서울시는 동물 학대 행위 근절을 위해 '동물학대 전담 수사팀'을 꾸렸지만 사체 부검 인력이 부족하여 수사가 지연되는 등의 문제가 발견되는 등의 한계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농림축산식품부의 동물복지 강화를 위한 시도도 결국 인력 문제에 부딪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섭니다. 동물자유연대도 "정책을 수행할 지자체 전담부서 마련과 인력 확충 관련 구체적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는데요. 모쪼록 껍데기만 남은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도록, 충분한 인력과 예산이 투입됐으면 좋겠습니다. 이렇듯 일부 한계도 있지만 이렇게 한 걸음 또 앞으로 갑니다. 그렇게 나아간 자리에서 또 앞으로 나가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