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신한금융지주(
신한지주(055550)) 차기 회장에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내정됐다. 사상 최대 실적으로 리딩뱅크 입지를 탈환하는 등 경영 능력을 입증받았고, 일본 오사카지점장으로 재직하는 등 재일교포 이사들의 지지가 큰 힘을 발휘했다는 분석이다.
당초 금융권 안팎에서는 지난 2017년부터 신한금융을 이끈 조용병 회장의 3연임이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조 회장은 세대교체를 위해 용퇴를 결정했다.
신한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8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진옥동 행장을 차기 대표이사 회장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진 행장은 내년 3월 신한금융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 공식 회장으로 취임하게 된다.
앞서 신한금융 회추위는 지난달 초부터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쳐 후보군을 압축해 왔다. 이날 회의에서 압축된 후보들의 경영성과 및 역량, 자격요건 적합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증하고 외부 전문기관의 평판 조회 결과를 검토한 이후 후보자 대상 심층 면접을 실시했다.
최종 면접에는 압축 후보군에 포함된 진 행장과 조 회장,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이 참석했다. 그 결과 이사회 만장일치로 진 행장이 차기 신한금융 회장 후보로 내정됐다. 업계에서 3연임을 점쳤던 조용병 현 회장은 최종 투표 직전에 세대교체와 신한의 미래를 고려해 용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성재호 회추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진 행장을 낙점한 배경에 대해 "SBJ은행 법인장, 신한금융지주 부사장, 신한은행장 등을 역임하며 축적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대표이사 회장으로서 요구되는 통찰력, 조직관리 역량, 도덕성 등을 고루 갖추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4년간 신한은행장으로 근무하며 리딩뱅크로서 지위를 공고히 하고 지속적인 성과창출 기반을 마련해 온 점, 사상 최대 실적을 연이어 달성하는 경영능력과 더불어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도 탁월한 위기관리 역량을 보여주었다"는 점을 꼽았다.
아울러 "진 후보는 다가올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유연하게 대응하고 내외부의 역량을 축적하고 결집할 수 있는 리더십을 보유하고 있다"며 "그룹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글로벌 확장과 성과 창출을 보여줄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진 행장이 이끈 신한은행은 올 3분기 순이익이 전분기 대비 10.9% 증가한 9094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까지 누적 순익은 2조59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7% 늘었다. 사상 최대 실적으로 지난해 연간 순이익(2조4944억원)도 뛰어넘었다. KB국민은행보다 약 4000억 원 이상 더 많았다. 큰 이변이 없는 한 리딩뱅크 탈환이 확실시된다.
진 행장은 해외영업 기반을 마련하는 데도 힘썼다. 베트남, 일본 등에 진출한 신한은행은 해외부문 실적 기여도를 다른 시중은행들보다 높이는데 집중했다. 그 결과 지난 6월 말 기준 해외부문 비중이 총 자산 기준 7.2%, 순이익 기준 11.5%까지 확대됐다.
진 행장은 1961년생으로 1980년 IBK기업은행에 첫 경력을 시작했다가 1986년부터 신한은행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일본에서 오사카 지점장과 SBJ법인장을 역임하고 신한은행 경영지원그룹장, 신한금융지주 운영 담당 부사장 등을 거쳤다. 지난 2018년부터 신한은행장에 선임됐다. 진 행장은 10여년 동안 일본에서 일하며 다진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재일교포 주주들의 신임이 두텁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신한금융의 주축인 신한은행은 재일교포 자본을 토대로 설립됐다. 지금까지도 재일교포 그룹인 '간친회'가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은 이러한 지배구조 덕분에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외풍'으로부터 자유롭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진 행장은 이날 회추위 면접에 앞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앞으로 신한이 100년 기업으로 가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지속가능경영에 대해 중점적으로 밝히겠다"며 "재무적인 것뿐만 아니라 비재무적인 것도 같은 무게와 크기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진 행장이 내년 초 회장직에 오르면서 자연스럽게 공석이 된 신한은행장을 비롯한 계열사 대표이사와 임원진에 대한 인적 쇄신 가능성도 관심이 모아진다.
계열사 중에서는 신한카드(임영진 대표), 신한라이프(성대규 대표), 신한투자증권(이영창 대표) 등 주요 계열사 CEO 임기가 연말 연초 만료된다. 경영실적으로는 연임 가능성이 높지만 신한은행장 선임과 이로 인한 연쇄 이동 및 쇄신도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진옥동 신한은행장. 사진/신한은행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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