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사진 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여야 원내대표와의 회동을 마치고 나와 각각 회동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법인세에 발목 잡힌 국회….' 세법 개정안의 화약고인 법인세 처리가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에도 불발됐다. 정부의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안(25→22%)은 민주당이 '초부자 감세'라고 비판하는 감세 정책 중 대표 사례다. 잠정 합의안이 나온 종합부동산세·상속세와는 달리, 법인세만큼은 벼랑 끝 대치를 이어간 셈이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법인세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야 간사가 이른바 소소위로 불리는 비공개 협상에서도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원내지도부로 넘어갔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다른 에산부수법안은) 견해 차이가 워낙 컸지만 많이 좁혀졌음에도 법인세 감세에 대해선 요지부동"이라며 여야 의견 차가 큰 상황을 전했다.
국민의힘은 문재인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올리는 바람에 외국 기업의 투자 유치에서 우리나라가 불리하다고 주장한다. 주 원내대표는 "문재인정부에서 법인세(최고세율)를 22%에서 25%로 올렸다. 대만은 (법인세 최고세율이) 20%다. 반도체 등 투자유치에 있어서 높은 법인세 때문에 (한국이) 많이 불리한 구조"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상위 0.01% 대기업의 이익만 대변한다며 맞섰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이날 예산안 관련 기자회견에서 "월급 줄 거 다 주고, 투자 다 하고, 세액 공제 다 하고, 남는 3000억원 이상의 이익에 25% 세금을 부여하는 것"이라며 "(국민의힘은)대한민국의 84만 법인 중 0.01%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2년 시행유예를 조건으로 법인세를 인하하자는 중재안을 내놨지만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법인세로 인한 감세 효과가 가장 큰 만큼 여야 모두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여당은 2008년 이명박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하(25→22%)한 이후 14년 만에 법인세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 법인세 인하 주장의 주된 이유는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의 법인세가 높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은 25%로 경제협력개발국(OECD) 평균(21.5%)보다 높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국가 간 법인세 단순 비교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효세율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문재인정부가 법인세를 인상했지만 2020년 통합투자세액공제를 신설하면서 법인의 실효세율이 2019년 19%에서 2020년 17%대로 오히려 낮아진 것이 대표적 사례다.
주 원내대표도 이날 의원총회에서 "대기업 감세라고 하는데 대기업들은 여러 가지 세액공제로 실제 최저세율에 가까운 18%대의 법인세를 부담하고 있기 때문에 법인세율을 20%로 낮춘다고 해서 재벌 혜택은 없다"고 인정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0회국회(정기회) 제400-14차 본회의 시작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법인세뿐 아니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역시 원내대표 협의 사안이다. 국민의힘은 금투세 시행 2년 유예, 증권거래세율 인하(0.23%→0.15%),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상향(10억원→100억원) 안을 제시하고 있다. 또다시 시행을 유예할 수 없다더 민주당은 한발 물러서 시행 유예 조건으로 나머지 조건을 철회하라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여기서 또다시 증권거래세율을 0.18%로 인하하자는 안을 내놔 여야가 극적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남아있다. 하지만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상향에서 여야 모두 물러서지 않는 만큼 10억과 100억 사이에서 절충안이 만들어질지가 관건이다.
종합부동산세는 잠정합의안이 나왔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이날 "종부세 (기본공제액) 1가구 1주택 기준은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저가 다주택자는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옮기는 것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정부안을 대거 수용한 것이다. 여야는 3주택 이상 다주택자 종부세 누진 과세 유지에도 의견을 모았으나 여당에서 폐지로 선회하면서 아직 갈등의 불씨가 남아있다. 주 원내대표는 종부세 합의와 관련해 "뜨뜻미지근하다"고 표현했다.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 중견기업을 현행 매출액 4000억원 미만에서 1조원 미만으로 확대하고 공제 한도를 상향하는 내용의 상속세법 개정안은 올해 처리하지 않고 내년에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기재위 관계자는 "예산안만큼 예산부수법안을 둘러싼 여야 대립이 치열하다. 세입 예산과 세출 예산이 함께 가는 만큼 법인세에 대한 여야 합의가 늦어지면 내년도 예산안 처리 역시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거대 양당이 밀실 협의로 부자감세에 합의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기재위 위원인 장혜영 정의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늘 그래왔듯 초반에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평행선을 그리며 싸우다가 막바지에 와서는 의회민주주의고 뭐고 양당끼리의 밀실 협상에서 민주당이 입장을 뒤집어 적당히 정부안을 받아들이며 그 어떤 국민의 감시도 없이 정부 운영의 근간인 세법을 결정해버리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조세소위를 열어 명명백백히 국민 앞에서 토론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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