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년간 집값 급등으로 고통받은 민심을 생각해서인지, 예상보다는 정부의 정책 속도도 늦고 강도도 약하네요. 하지만 집값 급등 못지않게 집값 폭락은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정부가 지금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에요."
최근 주택 시장의 급랭을 우려한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올 하반기 들어 경기 침체, 고금리 여파로 주택 시장은 좀처럼 상황이 반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12일 한국주택산업연구원의 내년 주택 시장 전망 분석에 따르면 내년 전국 주택 가격은 3.5% 하락하는 것으로 관측됐다. 이는 올해 연간 추정치인 -2.4%보다도 낙폭이 1%가량 더 확대된 것이다. 그나마도 범위를 아파트로 좁히면 -5%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보통 주택 전문 연구 기관들이 연간 전망 단위를 보수적으로 책정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큰 하락폭이다. 실질적으로 체감하는 내년 부동산 경기가 더 어두울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문제는 정부가 지속적인 부동산 완화책을 내놓고 있음에도 이 같이 어두운 전망이 제시된다는 점이다. 최근 수개월 사이 규제지역 추가 해제, 주택담보대출 허용 확대,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조치 등 각종 방안이 발표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시장에서 이렇다 할 반응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는 그만큼 우리 부동산 시장이 이 같은 호재를 반영하기조차 어려울 만큼 기초체력이 떨어져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의 '베이비 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웃도는 연쇄적 금리 인상에 한국은행 역시 이에 어느 정도 보폭을 맞춘 금리 인상을 단행해야 하고, 이는 곧 우리 시장에 직격탄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주산연은 내년 하반기부터 주택 시장의 하락세가 주춤해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근거도 바로 금리 하향 전환 가능성이다.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그만큼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는 업계가 고난의 행군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앞으로 남은 반년가량의 시간 동안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흐름은 계속 유지되고 고금리 기조 지속으로 집값은 추가적으로 하락하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사태 확대로 부동산 시장 전반에 걸친 하방 압력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사회적으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는)'에 나선 수요층이 한계에 봉착해 가계 부도가 표면화되고, 자금 조달에 의존해 사업을 진행해온 건설사들의 부도 역시 본격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어쩌면 올 하반기 주택 시장의 침체가 절정이 아닌 시작에 불과해 보일 정도로, 내년 전망은 더욱 어두울지도 모르겠다.
결국 지속적인 금리 인상에 따른 위험 확대에 대비하는 주택·금융 시장의 체질 개선, 거래 정상화를 가로막는 규제 완화, 요지의 공급 확대 방안 등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지금과 같은 간헐적인 부동산 정책만으로 시장을 안정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업계가 버티기에 반년은 매우 긴 시간이다. 업계의 추가적 손실을 막고 향후 3년 이상 중단기적 측면에서 시장을 총체적으로 안정시킬 수 있는 연착륙 플랜 마련이 절실하다.
김충범 건설부동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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