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훌륭한 인재와 활발한 행보만큼 필요한 것
2022-12-12 06:00:00 2022-12-12 06:00:00
지난달 말부터 이뤄진 국내 주요 대기업의 정기 인사가 대부분 마무리됐다. 안정 속에서 혁신을 추구하고, 핵심 사업과 미래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등 기업 인사에서 당연한 기조가 이번에도 확인됐지만, 워낙 어려운 경영 환경에 처해 있다 보니 여느 때보다 그 의미가 강조된 느낌이다. 
 
주요 대기업 중에서도 삼성전자의 인사가 가장 주목받았다. 삼성전자가 우리나라 재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물론이고 이재용 회장이 취임한 후 처음으로 단행되는 인사였기 때문이다. 재계와 언론은 그러한 이유로 이번 인사가 신임 회장이 경영에 관한 의지를 드러낼 것이라고 일제히 예상했다. 첫 여성 사장을 배출하는 등 특별한 인사 내용도 있었지만, '핵심 사업의 미래 대비 경쟁력 강화', '성과주의 인사 실현' 등의 표현은 이전에 삼성전자가 단행해 온 인사의 기조를 다시 한번 강조하게 했다. 이는 이 회장이 취임 당시 밝혔던 "최고의 기술은 훌륭한 인재들이 만들어 낸다"는 발언과도 이어져 있다.
 
이번 인사뿐만 아니라 이 회장이 취임한 이후의 행보는 줄곧 재계와 언론의 관심 대상이었다. 취임한 다음 날 광주광역시에 있는 협력회사를 찾은 것에서부터 삼성전자가 스마트공장 구축을 지원한 부산 중소기업 방문, 단 하루 동안 이뤄진 마크 루터 네덜란드 총리, 피터 베닝크 ASML CEO,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의 회동, 다음 날 진행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의 회동, 취임 후 첫 국외 출장인 아랍에미리트에 있는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건설 현장 방문에 이르기까지 이목을 집중하게 했다. 
 
취임 후 50일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앞으로의 행보는 더 늘어날 것이고, 그 의미 또한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여기에 이 회장이 꾸준히 언급해 온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행보도 더해지길 기대한다. 두 달 전인 10월12일 당시 부회장이던 이 회장은 출범 후 처음으로 삼성준법감시위원회 2기와 면담한 자리에서 "위원회의 활동 방향인 공정하고 투명한 준법 경영, ESG 경영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회장으로 취임했다고 해서 그 다짐이 바뀌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회장이 취임한 후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생명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장이 준법감시위원회를 만났지만, 이 회장은 아직 만나지 않았다.
 
이러한 차원에서 이른바 '삼성생명법'이라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에 관한 논의도 활발하게 이뤄지길 바란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또는 채권 보유 제한에 대해 은행, 증권사 등과 달리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계산하고 있으며, 이 법의 혜택을 받는 기업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뿐이다. 이 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기형적인 지배구조는 삼성의 '고질적 문제'다. 다른 금융 업종의 계산 기준을 시장 가격으로 규정한 은행법과 자본시장법 기준에 맞추고, 같은 방식으로 보험사에 대해 내년에 도입되는 새 국제회계기준 'IFRS17'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보험업법 개정이 논의돼야 한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10월27일 △책임 경영 강화 △경영 안정성 제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절실해 이 회장의 승진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 사유대로 삼성은 책임 경영을 강화하고 경영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지배구조 개선에 관한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정해훈 재계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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