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훈 외교부 2차관(오른쪽)이 13일(현지시간) 라파엘 워녹 미국 상원의원과 만났다. 왼쪽은 조태용 주미대사(왼쪽)의 모습이다. (사진=외교부 제공)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미국 재무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관련 가이던스(하위규정) 발표가 약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부는 한국산 전기차 보조금의 차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막판 총력전에 나섰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IRA의 '친환경차 세액공제' 조항 법 개정을 위한 설득을 지속하는 동시에 재무부 하위규정 수정을 통해 국내 기업들이 최대한의 인센티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백악관에서 당장 IRA 해결이 어렵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사실상 연내 법 개정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4일 외교부에 따르면, 정부·국회합동대표단이 지난 5일(현지시간)부터 9일까지 워싱턴에서 미국 행정부와 의회 관계자들을 만난 데 이어 이도훈 외교부 2차관도 워싱턴DC로 건너가 12일부터 정부·의회 인사들을 두루 접촉하며 IRA의 전기차 보조금 차별 문제에 대한 협조를 당부했다. 정부가 IRA 문제 해결을 위한 광폭 행보에 나선 셈이다.
앞서 이 차관은 지난 12일 호세 페르난데즈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이 수석대표로 주재하는 '제7차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에 참석해 IRA 관련 한국 정부의 입장을 재차 설명했다. 이에 페르난데즈 차관은 "한국의 우려를 처음부터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모든 각도에서 들여다보고 있다"며 "계속 수시로 협의해 나가자"고 밝혔다.
이 차관은 또 다음 날인 13일에는 라파엘 워녹 상원의원, 지미 고메즈·테리 스웰·얼 버디 카터 하원의원과 면담하고 IRA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하며 의원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요청했다.
이 가운데 워녹 상원의원과 스웰 하원의원은 각각 상·하원에서 IRA 전기차 세액공제 조항의 '3년 유예'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들은 이 차관과의 면담에서 IRA 개정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며 이번 회기에서 처리되지 않을 경우 다음 회기에 개정안 처리를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같은 날 이 차관은 빅토리아 눌런드 국무부 정무차관과도 별도 면담을 갖고 IRA 등 한미 간 경제 현안 등에 대해 협의했다. 그는 IRA와 관련해 재무부 하위규정에 한국 정부의 입장이 반영될 수 있도록 국무부 차원에서도 관심을 갖고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에 눌런드 차관은 "한국의 입장을 잘 알고 있으며, 국무부로서도 노력하고 계속 소통해나가겠다"고 했다. 이 차관은 오는 14일 오전 월리 아데예모 재무부 부장관과 면담을 갖고 IRA 관련 하위규정에 대해 협의할 계획이다.
이도훈(왼쪽) 외교부 제2차관이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호세 페르난데즈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과 만나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SED)를 하기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외교부 제공)
이 차관은 13일 워싱턴특파원 간담회에서 "미국 의회가 다음 달 새 회기를 앞두고 있고, 특히 이달 말까지 재무부가 IRA 잠정 하위규정을 발표하기 때문에 재무부와도 협의를 진행하려 방미한 것"이라며 "우리의 카운터파트인 국무부에 (IRA의 한국산 전기차 차별 문제에 대한) 우려를 전하고 이를 재무부에 반영되도록 하는 게 1차 교섭 목표"고 강조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2일 브리핑에서 IRA 해법과 관련해 "광범위하고 복잡해 모든 문제가 하루나 한 주, 한 달 안에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실상 연내 해결이 어렵다는 점을 인정했다. 여기에 미국 의회는 지난달 중간선거 이후 사실상 회기를 마무리한 상태여서 법 개정도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설리번 보좌관이 "양국의 경제적 이해가 고려되는 이해의 장에 도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언급하면서 재무부가 연말까지 발표할 IRA 하위규정에 한국의 입장이 어느 정도 반영할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미국 정부가 IRA 관련 내용을) 바꿀 가능성은 작다"며 "결과적으로 어떻게 보면 미국 입장에서 완곡하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미안하게 됐는데 (한국도) 미국 쪽 기업들을 위해 신경을 써 달라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다만 차 위원은 최근 한국 정부 인사들이 미국 의회·정부 인사들을 잇따라 만나 설득하는 데 대해서는 "(미국에서) 이런 법안이 앞으로 더 나올 수 있는데 그것을 막는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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