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서울시의회의 예산 삭감과 조례 폐지를 두고 불교계와 시민사회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조계사와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관계자들은 15일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서울시의회 앞에서 1080배 정진을 진행했다.
이날 중부지방에 한파주의보와 대설주의보가 발효되는 등 영하 10도를 밑도는 추위 속에서도 이들은 1080배를 하며 마을공동체 조례 폐지안 철회를 요구했다.
조계사 사회국장인 정수스님 등 약 25명은 조계사에서 시의회까지 행진을 진행하면서 “일방적인 마을공동체 조례폐지안 철회하라”, “민간위탁 노동자의 고용안정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앞서 서울시는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 서울시 바로 세우기를 추진하며 전 시장의 역점사업이었던 마을공동체 사업을 10년 만에 종료하기로 하고 지난 9월 마을센터 위탁운영 기관인 조계사에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조계사는 오 시장 취임 후인 지난해 11월부터 위탁운영을 맡아 올 7월 종합성과평가를 거쳐 재계약 자격을 획득했으나 빈번한 감사와 사업비 지급 지연에 시달려 왔다.
서울시의회는 ‘마을공동체 활성화 조례 폐지안’을 상정한 상태로 이달 본회의에서 조례 폐지안이 통과될 경우 마을센터는 없어지고 근무하던 노동자 30여명도 직장을 잃게 된다.
손병호 공공운수노조 서울마을센터분회장은 “마을공동체가 시민단체에 의해 장악됐고 방만하게 운영됐다는 근거 없는 이야기만 되풀이 하고 있어서 사실을 따져보고 토론해 보고 공청회를 통해 시민들은 과연 이 사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봐야 되는 거 아니냐”고 비판했다.
조계사와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 관계자들이 15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1080배를 하고 있다. (사진=박용준 기자)
이날 오전 11시엔 너머서울, 오23운동본부, 민주노총 서울본부, 서울환경연합 등의 시민단체가 같은 장소에서 시의회의 일방적인 예산 삭감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서울시의회는 서울노동권익센터와 전태일기념관, 강북노동자복지관의 내년도 예산을 전액 삭감한 상태다. 이들은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청소·경비·이주·돌봄·특수고용직·비정규직 등 노동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서울노동권익센터에서 최근 5년간 8만명 이상이 노동법률상담을 받고 상담건수는 11만건이 넘는다.
이들은 노동 분야 외에도 기후·시민참여·마을미디어·젠더 분야에서 무차별적인 예산 삭감이 이뤄지고 있다고 반발했다.
낮 12시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등의 시민단체들이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회서비스원 관련 예산을 복구하라고 촉구했다.
서울시의회는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내년도 예산을 168억원에서 100억원 삭감한 68억원으로 결정한 바 있다.
이는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종사자의 5개월분 인건비에 불과해 사실상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하다.
사회서비스원은 요양보호, 장애인활동지원, 보육 등과 같은 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설립됐다.
서울시의회는 오는 16일 본회의를 열어 각 상임위와 예결위를 거친 2023년도 서울시 및 서울시교육청 예산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장은 “서울시와 의회는 약자와의 동행은 커녕 약자에 대한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며 “서울시의회는 지금이라도 시민 안전과 약조의 동행, 시민 참여 그리고 기후 대응 예산을 회복하거나 증액해 주실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말했다.
15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민주노총 서울본부, 너머서울, 오23운동본부, 서울환경연합 등이 서울시의회의 일방적인 예산 삭감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박용준 기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진규 온라인뉴스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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