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왼쪽)가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 간담회 시작에 앞서 이종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
[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우리 아이 죽음의 마지막을 알려주세요." 20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는 국민의힘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들을 만나 국조특위 즉각 복귀를 주문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진작에 이런 자리를 마련했어야 하는데 늦어서 정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주 원내대표는 유가족과 만남 직후 당 소속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들의 사퇴를 반려하고 21일부터 국정조사 참여를 권유했다. 표류하던 국조특위가 새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국정조사특위는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와 간담회를 열고 유가족들을 직접 만났다. 이날 약 2시간20분간 진행된 유가족 간담회에는 유가족 19명이 참석했다. 이날 자리는 유가족 협의회 측의 요청으로 마련됐다.
이날 간담회에 앞서 주 원내대표는 무거운 표정으로 회의실 앞에서 유가족들을 직접 맞이하고 인사를 나눴다.
주 원내대표는 "국조특위가 가동되는데 수사든 국정조사든 나중에 필요하면 특검이든 이용해서 진상을 철저히 밝혀 책임을 철저히 묻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철저한 배·보상을 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촘촘히 짜고 책임을 묻고 이런 절차를 되풀이해야 한다"며 "이런 일을 전체 국민이 오래 기억해서 두 번 다시는 몇몇 사람이 정신 차렸으면 막을 수 있었던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저는 세월호 사건 때도 정책위의장을 하면서 진상조사법을 여러 차례 협의하며 이뤄내며 대한민국에 이런 사건이 다신 일어나선 안 된다고 몇 번 다짐을 했는데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 슬프기도 하고 국회도 잘못 있는 것 아니냐는 반성도 한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배우 이지한씨의 아버지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예산안 심의하고 이태원 참사 희생된 그분들하고 무슨 상관이 있나. 왜 딜(거래)을 하고 협상을 하나"라며 "내일이라도 당장 복귀하라"고 주문했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왜 안 왔냐"라고 따져 물으며 "이태원서 희생되신 분들이 잘못한 건지 아니면 국민의힘 의원들이 뭔가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뭘 무서워해서 왜 못 오시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그는 "국정조사가 동네 이장회의냐. 한다고 했다가, 안한다고 했다가. 희생자들이 협상의 도구냐"라고 울분을 토하며 "당신들이 사람이면 그런 걸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호소했다. 중간에 주 원내대표는 이 대표를 안아 위로하기도 했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부대표는 "지금이라도 저희는 다른 거 바라지 않는다"며 "국정조사를 제대로 해서 저희가 아이들이 왜 무엇 때문에 죽었는지 알아야 하지 않겠나. 부모가 돼서 그런 것도 모르면 아이들을 어떻게 쳐다볼 수 있겠나"라며 국민의힘의 국정조사 복귀를 촉구했다.
고 박가영씨 어머니인 유가족은 오열하면서 "남편을 잃으면 과부라고 하고 부모를 잃으면 고아라고 한다. 자식을 잃은 사람은 뭐라고 하나 그래서 우리를 우리들끼리 유가족이라고 부른다"며 "우리 애들 영정에다 대고 이새끼 저새끼 욕을 한다. 그런 소리 온전히 듣다가 저희가 기절한다. 하다못해 컨테이너 하나라도 만들어주시면 우리 아이들 칼바람에, 땅바닥에서, 컨테이너 안에라도 들어갈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간담회에서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이 오열하는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
간담회가 끝난 뒤 이만희 국민의힘 국조특위 간사는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 국정조사 복귀 △유가족 2차 가해 조치 △분향소 지원 등을 유가족이 요청했다며 이에 대한 당의 지원을 약속했다.
이후 주 원내대표는 간담회가 끝난 뒤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같은 당 소속 국정조사 특위 위원들을 불러 면담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나 "국정조사 특위 위원들 사퇴 의사를 반려하고 국정조사에 참여하도록 권유했다"며 "특위 위원들이 수락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복귀 시점에 대해 "내일 아침 현장 조사가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당장 21일부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위 현장조사 일정에 여당 국조특위 위원들도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 원내대표가 국정조사를 거부한 입장을 선회함에 따라 국회 차원의 국조특위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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