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2017년 tvN 드라마 ‘부암동 복수자들’로 데뷔한 이준영은 ‘이별이 떠났다’ ‘굿캐스팅’ ‘제발 그 남자 만나지 마요’ ‘D.P’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쉼없이 연기 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모든 것이 대본 안에 있다는 조금은 뻔한 대답을 내놓았다. 하지만 쉴 때조차 대본을 본다고 할 정도로 대본 해석에 열정을 쏟는 이유가 있었다.
MBC 드라마 ‘일당백집사’는 죽은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장례지도사 백동주(이혜리 분)와 일당백의 직원 김집사(이준영 분)가 고인의 의뢰로 엮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이준영은 생활 심부름 서비스 일당백 김집사로 불리는 김태희 역할을 맡았다.
이준영은 ‘일당백집사’에 대해 “따뜻한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쉬움도 많이 남는다. 항상 작품이 끝나면 이 장면에서 이렇게 할 걸 후회들이 남는다. 이 작품도 그런 부분들이 남았다”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이준영은 김태희 역할을 연기하면서 자신이 생각보다 눈물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첫 화에서 김준호(안내상 분)의 소원을 들어주는 에피소드에서 아빠의 마음이 많이 느껴졌다. 애틋했다”고 말했다. 이어 “울면 안 되는 이미 눈물이 차오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죄송하다고 하고 잠깐 정신을 차리고 다시 촬영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특히 “이번 작품으로 감정적으로 솔직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다. 눈물이 많을 줄 놀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준영은 김태희와 자신이 50% 정도만 닮았다고 했다. 그는 “태희는 감정 컨트롤이 가능한 친구다. 그러니까 본인에게 있는 아픔을 참고 2년이라는 시간을 버티고 것 같다. 난 눈물도 많고 잘 못 참는 편이다. 그런 부분이 다르다”고 했다. 비슷한 점에 대해 “본일이 할 일을 묵묵하게 한다는 정도”라고 밝혔다.
이준영은 “감독님과 태희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초반에 보여지는 성격이 많이 밝았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후반부는 어차피 태희가 무너질 예정이니까 조금 다른 사람처럼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중간 중간 근심을 하는 표정과 같은 부분을 보여주려고 했다. 감독님과도 이야기를 해서 후반부에 태희의 이야기가 풀렸을 때 자연스럽고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 그런 부분들을 신경 썼다”고 했다. 그는 “태희가 무서웠을 것 같다. 의사인데 동생을 살리지 못한 것에 대한 무능함, 자신의 부탁으로 동생이 그렇게 됐다는 죄책감에 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준영은 이번 작품을 위해서 7kg 정도 살을 찌웠다고 했다. 그는 “전작이 비해서 동글동글한 느낌이 어울릴 것 같아서 밥도 잘 챙겨 먹고 많이 불렸다. 그런 부분이 귀엽게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MBC 드라마 '일당백집사' 이준영 인터뷰. (사진=제이플랙스)
아이돌로 데뷔를 해서 연기를 하게 된 계기에 대해 “아이돌로 데뷔를 하고 뮤비를 찍는데 표정 연기를 못해서 내가 가장 오래 걸렸다.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화가 났다. 그래서 연기에 관심을 가지고 무작정 독백을 하듯 대본을 프린트해서 가지고 다니면서 연습을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재미있어지고 제대로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제대로 하고 싶은 마음에 오디션을 보는데 매번 떨어졌다. 그러니 다시 오기가 생겼다. 오디션에 붙어 보겠다는 일념으로 노력을 해서 드라마 ‘부암동 복수자들’에 붙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돌아보면 패기만 있었다. 방법을 모르고 헤매기도 했다. 아무 것도 모를 땐 쉬어 보였다. 그래서 당시에 라미란 누나한테 다신 본업으로 돌아갈 것 같다고 했다. 근데 누나가 내가 연기할 것 같다고 이야기하면서 힘을 많이 주셔서 그 시기를 버텼다”고 말했다.
쉼없이 작품에 출연 중인 그는 “연기하는 게 마치 캐릭터를 키우는 게임을 하는 것 같다. 이번 작품을 하면 내가 레벨업을 하거나 체력이 깎이고 이런 느낌. 그래서 재미있는 것 같다. 물론 하면 할수록 어렵고 생각이 많아지고 고민이 많아진다”고 했다.
게임에 비유한 이준영에게 현재 레벨이 어느 정도냐고 묻자 “100이 만렙이라고 하면 12 정도. 한참 남았다”고 했다. 자신에게 너무 박한 점수를 준 것 아니냐고 하자 “칭찬을 해주면 느슨해진다. 안주하면 안 된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칭찬을 잘 안 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쉴 때 역시 다음 작품의 대본을 본다는 이준영이다. 그는 “대본을 보거나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 그림을 그리거나 운동을 한다. 1만보씩 걷고 그런다. 아무래도 대본을 가장 많이 보는 것 같다. 선생님이 교과서에서 시험 문제 나온다고 하는데 이 말이 이해가 된다. 대본 안에 할 수 있는 걸 캐치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다. 그래서 그걸 안 놓치려고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심지어 이준영은 “내가 나오는 장면의 상대 배우 대사도 외운다. 오히려 스태프가 물어보기도 한다. ‘이 장면 낮이야 밤이야’라고 하면 내가 이전 내용까지 줄줄 이야기 해줄 정도로 대본을 완벽하게 보려고 한다”고 했다.
어떻게 보면 완벽주의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는 이준영이다. 대사 하나를 바꾸려고 해도 감독과 상의한 뒤에 바꿀 정도다. 이런 그가 생각하는 완벽한 배우의 조건은 해석 능력이란다. 그는 “대본을 해석하는 능력이 다채로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난 부족하다. 주변에서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걸 듣고 놓치는 게 많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 정도 대본을 해석하고 상황에 걸맞게 마음껏 연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이라고 설명했다.
MBC 드라마 '일당백집사' 이준영 인터뷰. (사진=제이플랙스)
이준영은 작품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에 대해 “죽음은 무섭고 끝나는 것이라고 다들 생각한다. 나 역시 죽음이라는 단어가 무서웠다. 하지만 드라마를 통해서 죽음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됐다. 가족의 애정과 같은 부분, 남은 이들의 이야기 등을 통해서 우리 드라마가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던 것 같다. 있을 때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끝으로 “살아가다가 답답하거나 고민이 있을 때 우리 작품을 보면 확 해결책이 다가오지 않지만 그래도 미소도 짓고 눈물도 흘리면서 감정 표출을 하면서 조금이나마 답답함이 해소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 분들이 종영을 하더라도 OTT를 통해 우리 작품을 기억하고 봐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MBC 드라마 '일당백집사' 이준영 인터뷰. (사진=제이플랙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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