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회장, 신년회 격식 파괴…경영진·임직원 직접 소통
남양연구소 타운홀 미팅 제안…첫 업무 현장 신년회
장재훈·송호성 등 경영진, 임직원에 미래 비전 설명
2023-01-03 13:33:43 2023-01-03 13:33:43
[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현대차그룹이 2023년 신년회 장소와 방식을 파격적으로 바꿨다. 이는 수평적이고 능동적인 기업 문화를 촉진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차그룹은 3일 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글로벌 R&D 메카인 현대차(005380)·기아(000270) 남양연구소(경기도 화성시 소재)에서 타운홀 미팅 방식의 신년회를 개최했다.
 
현대차그룹이 3일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진행한 신년회에서 새해 사업 방향성과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송창현 TaaS본부 및 차량SW담당 사장, 박정국 연구개발본부 사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장재훈 현대차 사장, 송호성 기아 사장(사진 왼쪽부터). (사진=현대차그룹 유튜브 채널 캡처)
 
현대차그룹 신년회가 본사가 아닌 업무 현장에서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열린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타운홀 미팅 방식은 정의선 회장이 직접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년회는 정 회장, 장재훈 현대차 사장, 송호성 기아 사장, 박정국 연구개발본부 사장, 송창현 TaaS본부 및 차량SW담당 사장 등 경영진과 R&D 부문 임직원 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경영진과 임직원들이 자유롭게 소통하고 공감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은 2023년을 '도전을 통한 신뢰'와 '변화를 통한 도약'을 구축하는 한 해로 삼아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보다 나은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가려 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대차그룹의 경영진은 임직원에게 직접 새해 경영 전략과 비전을 공유했다.
 
장 사장은 "2023년은 미래 생존을 판가름 짓는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시장 내 경쟁은 심화되고 실력에 따라 냉혹한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전동화 분야에서도 몇 년 안에 선두 그룹과 하위 그룹이 극명해지고, 그 격차는 점차 확대될 것"이라며 "현대차는 지난해 인정받은 전동화 리더십을 확고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장 사장은 "올해는 생산, 물류, 판매를 최적화해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원하는 시기에 공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글로벌 고금리 상황에서 고객의 신차 구매 부담 완화를 위해 금융 프로그램의 경쟁력을 높이고, 인증 중고차 사업을 통해 신뢰도 높은 중고차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올해 현대차 브랜드 최초의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 5 N을 선보일 것"이라며 "로보틱스,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 데이터 기반 신사업 등을 포함해 고객들에게 안전하고 '심리스(Seamless)'한 이동의 자유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송 사장은 '고객 중심·브랜드 경영 고도화', '목적기반모빌리티(PBV) 사업 실행 체계 구축'을 올해의 주요 경영 방침으로 꼽았다. 
 
그는 "고객은 기아의 존재 이유이고 기아의 브랜드 가치는 고객의 평가로 결정된다"며 "회사 내부로부터 변화를 만들고, 기아만의 고객 경험을 제공해 기아 브랜드의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PBV 사업은 2025년 미드 PBV인 SW(프로젝트명) 론칭을 시작으로 라지 사이즈, 스몰 사이즈까지 풀 라인업을 구축하고, 향후 자율주행, 로봇, AAM 등 다양한 신기술과의 연계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미래 모빌리티로 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 사장은 기아 EV 라인업에 있어 올해 출시될 EV9의 역할에 주목하고 "EV9이 시장 내 대표적인 플래그십 모델로서 자리매김해 이후 출시될 기아의 EV 풀 라인업과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박 사장은 가속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의 변화 속에서 R&D 부문이 추구해야 할 혁신 비전과 조직 문화에 대해 중점적으로 설명했다. 
 
박 사장은 "기존 완성차 외에도 PBV, 로봇 등 다양한 모빌리티 디바이스에 대한 고객 니즈도 증가하고 있다"며 "이제 우리는 기존 자동차 회사들뿐만 아니라 ICT, 스타트업 등 다양한 이종업체들과도 경쟁해야 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 동력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자동차 제조사에서 모빌리티 프로바이더로의 전환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사장은 현대차그룹이 지향하는 소프트웨어정의차량(SDV)의 가치와 비전에 대해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SDV로 대전환해 스마트 모빌리티 시대를 열어갈 계획이다. 
 
송 사장은 "사용자 경험(UX), 그리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SDV를 개발할 것"이라며 "소프트웨어 중심으로의 전환은 우리의 핵심 사업 모델인 자동차라는 제품의 상품성을 서비스와 소프트웨어로 빠르게 개선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현대차그룹이 남양연구소에서 신년회를 개최한 것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남양연구소는 정 회장이 새해 메시지에서 그룹의 경영화두로 제시한 '도전'과 '변화'가 시작되는 거점이다. 
 
올해는 남양연구소가 세계적인 자동차종합연구소로 출범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다. 최근에는 현대차그룹의 성공적인 전동화 체제 전환을 이끌면서 미래 모빌리티와 신성장 동력 분야의 글로벌 R&D 핵심 거점으로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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