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삼성전자의 '펫케어(Pet Care)' 상표권 말소는 '기술적 표장'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대중들에게 이미 알려진 단어는 대부분 상표로써 효력이 없다. 상표 등록에 있어 중요한 판단 기준은 '보통명칭', '기술적 표장' 여부 등이 있다. 보통명칭 표장은 상품명칭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치킨'을 '치킨'이라고 쓰거나 '가방'을 '가방'이라고 쓰는 방식이 이에 해당한다. 이는 식별력이 없다고 보여지며 상표로 등록되기 어렵다. 기술적 표장은 상품이나 서비스의 특성을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기술적 표장 역시 식별력이 없다.
기술적 표장으로 상표 등록이 거절된 대표적인 예로는 LG전자의 '올레드'가 있다. 특허법원은 2020년 4일 LG전자의 '올레드' 상표에 대해 출원 거절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올레드는 기술용어(OLED)를 한글로 옮긴 것으로 특정인이 배타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며 LG전자가 특허청을 상대로 제기한 '올레드' 상표권 출원 거절 결정에 대한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LG전자(066570)의 '올레드’ 상표 출원 도전은 2011년부터 시작됐다. 특허법원도 "원고가 OLED TV 분야에서 상을 수여하고 국내외 점유율이 높은 사실이 인정되나 이는 해당 분야의 기술력, 시장경쟁력 등이 반영된 결과이고 이를 이유로 '올레드'라는 표장 자체가 원고의 출처표시로 인식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다만 이같은 내용은 OLED와의 관련성이 높은 '텔레비전 수신기', '무선전화기', '유선전화기', 'TV 리시버' 등에 국한됐다. 의료 용도 등의 부분에서는 '올레드' 상표 등록에 성공했다.
오리온 '초코파이 해피베리쇼콜라'. (사진=오리온)
보통명칭으로 상표 등록할 수 없는 사례로는 '초코파이'가 있다. 지난 1974년
오리온(271560)(당시 동양제과)은 원형의 초코파이를 처음으로 출시하고 상표로 등록했다. 이후 초코파이가 인기를 끌자 1979년 롯데제과가 첫 글자만 바꾼 '롯데 쵸코파이'를 상표로 등록하고 크라운제과, 해태제과 등이 잇따라 제품을 출시했다.
오리온은 1997년 뒤늦게 롯데의 상표 등록을 무효화해 달라며 특허 심판과 소송을 걸었으나 패소하고 말았다. 현행법상 누구나 쓸 수 있는 보통명사는 상표로 등록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미 초코파이는 국민의 단어가 돼버렸다.
비교적 최근에는 '차이슨' 사건이 있었다. 2020년 발생한 루미웰과 차이슨의 무선청소기 상표 분쟁이다. 당시 재판부는 "다수의 언론사 등이 다이슨의 무선청소기를 모방한 중국 제품을 소개하면서 차이슨으로 호칭하거나 약칭해 왔다"며 "더욱이 차이슨은 루미웰이 창작한 표장이 아니라 다수의 무선청소기 수입 판매업자들이 다이슨 무선청소기를 모방한 제품을 판매하면서 인터넷을 통해 알려졌다"고 판단했다.
이어 "차이슨은 상품의 출처 표시가 아니라 다이슨의 무선청소기를 모방한 중국 제품이란 의미로 인식돼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가 사용 상품의 산지 등을 나타내는 것으로 직감하게 한다"며 "나아가 누구나 사용하고 싶어 하는 표장에 해당할 것으로도 보여 공익상 이를 독점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기에 적당하지도 않다"고 판시했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의 시장 선점을 위한 이같은 마케팅 방법에 부정적인 시각을 나타내고 있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은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단어를 굳이 독점하려고 그렇게까지 해야되나 싶다"며 "재벌 기업들로서 바람직하지 않은 행태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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