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석유·LNG(액화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의 시대가 쉽게 끝나진 않을 겁니다. 에너지 최종 소비의 50%를 차지하는 열을 전기, 재생에너지로 대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변동성을 보정하는 백업 전원으로서 LNG 발전소가 상당 기간 살아남을 것입니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4일 서울 종로구의 한 기업 미팅룸에서 이뤄진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화석연료가 쉽게 퇴장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4일 서울 종로구 한 기업의 미팅룸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화석연료가 여전히 중요한 이유로는 기술적·경제적인 이유를 들었다. 조 교수는 "전세계 에너지 최종 소비에서 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50% 밖에 안된다"며 "원유·천연가스·석탄을 태운 열이 산업·수송·가정에 들어가는 부문이 나머지 50%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기화가 불가능한 산업·공장·냉난방 부문이 너무 많다"며 "전기 효율성이 35%에 지나지 않고 열은 100%에 가깝기 때문에, 전기로 열을 대체할 경우 2배 이상의 원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기 중에서도 재생에너지가 그걸 다 감당해야 하는데 불가능한 일"이라면서 "태양광의 효율성은 15%, 풍력은 최대 30% 정도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석유 수요가 여전한데 '공급 사이드'가 악화한 상황도 제시했다. 조 교수는 "휘발유는 승용차 수요가 대부분이라 전기차로 일정하게 대체할 수 있다"면서도 "디젤은 버스·트럭 등 상용차, 전쟁, 광물 채굴에 쓰여 대체가 상당기간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최근 OPEC(석유수출국기구)이 2045년까지 석유 수요 증가를 예상한 게 개연성 있느냐'는 질의에 조 교수는 "낙관적인 면도 있지만, 공급 사이드가 약해지면서 개연성도 있다고 본다"고 답변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미국이 원유 순수출국이 되면서 OPEC의 가격 조절 능력이 약해지고 △러시아가 석유 가격 '덤핑' 국가가 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원유 가격이 떨어지며 △유럽·미국의 탄소중립 드라이브에 따라 유가가 하락해 인도와 중국이 석유 소비를 많이 하게 된다는 것이다.
재생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할 '버퍼'로 LNG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덧붙이기도 했다. 조 교수는 "재생에너지가 증가할수록 중간에 간헐성·변동성을 보정해줄 수 있는 백업 전원들이 필요하다"며 "LNG 발전소는 그런 의미에서 상당 기간 살아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미국의 어느 정책적 시나리오를 봐도 천연가스의 사용량이 줄어드는 케이스는 없다"고 부연했다.
국내 현안에 이른 인터뷰에서도 탄소중립에 대한 현실성 문제가 거듭 제기됐다. 조 교수는 "경직적 전원인 원전과 간헐성·변동성이 있는 재생에너지를 가지고 전력 계획을 운영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며 "LNG, ESS(에너지저장장치) 등 간헐성을 잡기 위한 사회적 비용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발전소를 설치할 때 주민 수용성 위해서는 지역차등요금제 같은 경제 이윤을 지급하고 피해를 일정 정도 보상할 수 밖에 없다"며 "재생에너지는 전혀 그렇지 못했고, 허가권을 남발해서 현재 문제가 되고 있다"고 탄식했다.
아울러 국내 기업들이 연이어 선언한 RE100 달성, 한국전력공사 적자 등의 해결을 위해서는 '선 전기요금 인상, 후 사회적 비용 절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조 교수는 "한국의 전기요금이 너무 싸서 소비자·기업이 절약하거나 (전력 소비 효율) 기술을 개발할 인센티브가 전혀 없다"며 "RE100 달성에도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VPP(가상발전소)나 PPA(전력거래계약)를 통한 기업들과 발전소의 매칭, 재생에너지의 매칭으로 계통 비용도 하락시키고. 여러 가지 사회적 비용 절감하는 방안들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사진=조홍종 교수)
조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 학부 전공 이후 지도교수가 한국자원경제학회의 회장이 되면서 자원경제학, LNG 등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후 현재까지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위원 △제15차 장기천연가스 수급위원회 위원 △중장기 에너지 정책방향 TF 총괄 위원 △한국전력거래소 비용평가실무위원회 위원 △한국자원경제학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각종 에너지 관련 조직에서의 활동에 '장작'을 넣어준 요인은 지난 정부의 정책이었다고 한다. 조 교수는 "탄소중립과 NDC 상향안이 굉장히 경제적이지 못하고, 거시 경제학적 분석이 부족하다고 봤다"며 "전혀 연구에 기반하지 않은 허황된 계획이고 경제 파급 효과 분석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목표지향적인 정책은 현실화하기도 어렵고 국내 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좀더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일반 시민들은 NDC 상향이나 탄소중립이 어떤 영향 미치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대외활동도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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