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최종건 "9·19 군사합의 파기? 상대방이 폭주운전한다고 안전벨트 풀겠다는 것인가"
청와대 국가안보실 비서관·외교부 제1차관…문재인정부 '외교안보 핵심'
"9·19 파기시, 판문점 다시 무장화하고 봄 꽃게철에 엄청난 군사적 긴장상황 벌어질 것"
"북 무인기 침범, 청와대서 용산으로 바뀐 '새 안보 생태계' 대응 능력 보여준 사례"
2023-01-10 06:00:00 2023-01-10 06:00:00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지난 6일 연세대 교수실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지금 군 통수권자가 9·19 군사합의를 파기 혹은 효력 정지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마치 상대방이 광폭 운전, 폭주 운전하는데 안전벨트를 풀겠다고 하는 것과 같다."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교 교수는 6일 오후 <뉴스토마토>와 한 인터뷰에서 "실제로 9·19 군사합의가 폐기되면 당장 판문점이 다시 무장화 되고, 꽃게철인 봄이 되면 엄청난 군사적 긴장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의 재래식 군사 긴장이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상당히 넓혀지는 것이고, 결국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며 "안보 불안의 체감도는 북한보다 우리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교수는 문재인정부 5년 내내 청와대 국가안보실 평화군비통제비서관과 평화기획비서관, 외교부 제1차관으로 근무한, 외교안보 라인의 핵심 인사였다. 한미 관계, 남북 관계, 한일관계는 물론 비핵화 협상 등에 깊숙이 관여해 왔다. 특히 현 정부가 폐기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9·19 남북군사합의를 만든 주역 중 한 사람이기도 하다.
 
최 교수는 지난해 12월 북한 무인기 침범사건에 대해 "안보 컨트롤 타워가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바뀐 새로운 안보 생태계의 대응 능력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대통령실이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북한 무인기 대응에 문제가 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는 "문재인정부 5년간 엄청난 예산을 들여서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를 업그레이드해놨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최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지난 6일 연세대 교수실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9·19 군사합의때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 검토 지시를 했는데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몇 가지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지 8개월 됐다. 놀랍게도 9·19 군사합의를 파기하라는 정치권이 많았었고, 북한 미사일 발사 등의 여러 군사적 행동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군이 8개월 동안 잘 지켰다는 것이다. 군 당국에서 운영해 보니까 이게 도움이 된 것이다. 전방, 해상, 공군 등 군 단위 차원에서 병력과 자산, 전략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상당히 플러스가 됐다. 그래서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권과 여당의 이런저런 요구에도 불구하고 묵묵하게 지켜가고 있는 것이다. 이점은 군에 대해 높이 평가해줘야 된다.
 
지금 군 통수권자가 9·19 군사합의를 파기 혹은 효력 정지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마치 상대방이 광폭 운전, 폭주 운전하는데 대응한다고 내가 안전벨트를 풀겠다고 하는 것과 같다. 왜냐하면 안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외부의 위협을 낮추고, 내부적으로는 우리의 소위 군비 태세, 국방 태세를 증가시키는 것이다. 그게 가장 효율적인 것이다. 그래서 소위 가장 기초적인 ‘운용적 군비통제’(OPERATIONAL ARMS CONTROL, 신뢰구축 방안, 특정 군사행위 금지, 완충지대나 안전지대의 설치, 공세적 배치의 해제 등 군사력의 운용분야 통제)의 일환으로 남북 군사합의를 만든 것이다. 군 통수권자가 이걸 파기하겠다고 먼저 이야기해버리면 그 밑에 군 단위나 부처 단위에서는 움직일 여력이 없어진다. 물론 군 통수권자로 이런 걸 생각할 수는 있으나 그 발언은 너무 앞서 나갔다고 생각한다.
 
또 무인기가 됐던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 됐든 간에 그것을 지키지 않는 북한 지도부를 탓해야지, 남북 간에 맺은 합의 그 자체를 탓하는 것은 좀 문제가 있다.
 
-현재 상황에서 9·19 군사합의를 유지해야 할 효용성은 무엇인가.
 
역설적으로 만약 9·19 군사합의가 폐기됐다고 쳐보자. 당장 판문점이 다시 무장화가 될 것이다. 두 번째는 비행금지구역(no fly zone)에 비행체들이 많이 다닐 것이고 그러면 북한도 대응할 것이다. 그리고 서해 NLL(북방한계선)에서는 우리 해군의 포신이 드러나고, 북한도 해안포를 완전히 개방하게 되고, 봄에 꽃게철이 되면 엄청난 군사적 긴장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북한보다 우리가 당장 안보불안을 겪게 될 것이다.
 
한반도의 재래식 군사 긴장이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넓혀지는 것이고, 상황은 결국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다. 안보 불안의 체감도는 북한보다 우리가 더 높아질 것이다. 아마 국제사회에서는 그래도 (윤석열정부가) 9·19 군사합의를 지키고자 하는 의지를 더 높이 평가하지, 파기 그 자체를 높이 평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지난 6일 연세대 교수실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번 북한 무인기 침범 사건에 대한 전체적인 정부 대응은 어떻게 평가하나.
 
(한숨부터 쉰 뒤 )예전에는 청와대에서는 대응했고, 지금은 용산에서 대응하게 됐다. 그러니까 새로운 안보 생태계의 대응 능력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청와대라는 지리적 공간은 해방 이후부터 지금까지 대한민국 안보의 컨트롤타워였다. 특히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문재인정부에서 청와대가 컨트롤타워이어야 하고 위기관리센터가 일종의 브레인이어야 한다는 일문제의식이 있어서 5년간 엄청난 예산을 들여서 상당히 업그레이드 시켜놓았다. 제가 외부인으로서, 민간인으로서 청와대에 들어갔는데, 위기관리센터를 보면서 ‘우와’ 이렇게 놀라워 했던 적이 많다. 문재인 정부 들어 한반도의 포괄적 안보를 대응하는 생태계는 과거 어느 정부보다 건강했다고 자부한다.
 
예를 들어 소방관들이 화재 현장에 가서 바디캠(몸에 부착된 카메라)를 달고 가는데 그게 다 우리 화면으로 그대로 100%, 리얼 타임으로 들어온다. 전국에 있는 CCTV를 다 끌어당길 수 있다. 그리고 방공식별구역도 한 8km 정도 되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신경 조직들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다 알게 된다. 또 전 정부 인사라고 할지라도 이것을 다루고 있었던 전문가들은 계속 유지를 시켰다. 소령, 중령급 장교들과 부처의 전문가들은 계속 유지를 시켜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결부시켰다.
 
그런데 이번 건뿐만 아니라 외교안보, 재난에 관련된 문제가 났었을 때 자꾸 엇박자가 나거나 대응이 늦어지는 것은 기존의 생태계(청와대)를 떠나서 용산이라는 생태계를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두 번째는 역시 인사가 만사라는 생각이 든다. 윤석열정부 들어서고 나서 소장, 중장급 장성들, 즉 군에서 가장 기술적으로 전문가일 뿐만 아니라, 정무적인 영역의 판단력이 높은 장성들의 보직 임기를 마치지도 못하게 전역을 시켰다. 중장 같은 경우에는 일반 부처의 실장급 같아서 그 사람들은 계속 유지시키는 것이 관례였다. 왜냐하면 기술적인 것과 실질적인 것을 가장 전문가 답게 다루기 때문이다. 그 사람들이 다 갈리면서 문제가 더해졌다.
 
그리고 북한이 이런저런 행동을 하면 북한을 탓해야 되는데 왜 전 정부를 탓하느냐는 것이다. 어떤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프레임을 짜서 정쟁화하는 것이 문제다. 하다못해 군대에서 이등병, 일등병도 실수하면 우선 ‘시정하겠다’고 하는데 도대체 자기 전임자부터 탓하는 경우는 어디 있나 싶다.
 
학자로서 정부에 들어갔다 나왔는데 내가 배운 것 하나는 국민들로부터 욕 먹는 것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칭찬 받으려고 정권을 잡는 것은 아니지 않나. 그런데 (윤석열정부는) 그 욕을 문재인정부로 다 반사해버리고 있다.
 
-문재인정부에서 청와대내 위기관리센터의 기능을 대폭 업데이트 했다는 것인가.
 
제가 청와대 안보실에서 2017년 7월부터 2020년 8월까지 37개월간 근무했는데 정의용 당시 국가안보실장이 위기관리센터에 계속 투자하라고 했다. 대통령의 뜻이기도 했다. 9.19합의에 따라 GP 철거할 때 우리 요원들이 달고 간 바디캠 화면을 통해 현장 상황을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에서 실시간으로 다 봤다. 또 전국의 항만, 공항, 고속도로, 휴게소 CCTV 다 볼 수 있게 만들라고 했다. 우리는 안보를 군사적인 관점 뿐만 아니라 국민의 생명에 영향을 미치는 재난과 안전의 문제로 인식했다. 지금도 그런 역량과 의지를 갖고 있기 바란다.
 
 
2021년 7월 당시 최종건 외교부 차관이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제9차 한미 외교차관 전략대화'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뉴시스 사진)
 
-문재인정부 전 기간 동안 외교안보 분야 핵심에서 근무했다. 문재인정부가 5년 동안 군에 통일, 평화 타령을 주입하는 바람에 국방력이 약화됐다는 주장이 있다.
 
그것은 데이터가 답해줄 것이다. 국방력이 약해졌다면 국방에 투입된 예산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제 기억으로는 우리가 5년 동안 많게는 8.2%, 적게는 6.8%해서 평균 한 7% 내외로 국방비를 증가시켰다. 경상비 위주의 증가가 아니라 전력향상비가 역대 최고였다는 것을 말씀드린다. 한 16%에서 20% 정도 됐다. 노무현정부 말기 때 구매하기로 했던,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를 같은 것은 두 보수 정부에서는 못 샀는데, 문재인정부 때 들어오게 됐다. 여러 정찰자산을 증강했고, 북한을 응징할 수 있는 미사일 역량도 갖추어 놓았다. 북한을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감시장비 체제가 만들어져 있다. 이게 상당히 엄청난 것이다.
 
한미 협력을 통해서 족쇄였던 한미 미사일지침(RMG)을 풀어냈다. 이것은 어느 역대 정부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인권변호사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 학자 출신인 최종건 군비통제비서관이 역으로 엄청나게 군비 증강을 했다고 오히려 욕을 많이 먹고 그랬었는데.
 
우리 사회에서도 그랬고, 심지어 북한한테도 많은 비난을 받았다. 그런데 생각해봐라. 북한은 대화도 해야 하지만 대응도 해야 한다. 이게 따로 떨어져 있어서는 안된다. 또 한반도를 넘어서는 최소한의 억제력은 가지고 있어야 되지 않나. 우리가 다른 나라를 공격할 나라는 아니지만, 우리 국력과 경제력에 맞는 효율적인 억지력을 국방력안에 가지고 있어야 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북핵 위협에 맞서서 한미가 핵 전력을 공동기획, 공동연습한다는 것을 내놨는데 수준을 어떻게 평가하나.
 
윤석열정부 들어 지난해 11월 한미 안보협의회(SCM)에서 핵전력 공동기획(Joint Plannin)과 공동연습(Joint Exercise)에 합의했다. 이제 상표는 띄운 것이다. 그런데 그게 무슨 개념인지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미군의 핵 폭격기가 가는데 우리 공군기가 엄호한다는 것을 공동기획, 공동연습이라고 한다면 기존 것과 다를 게 없다. 또 ‘언제 북한을 핵 공격을 해야 할까요’라고 했었을 때 꼭 우리의 의견이 들어가야 된다면 그것은 공동기획이 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얘기는 안 나왔다. 대통령이 먼저 나서서 구체적인 개념없이 그냥 ‘하기로 했고 미국에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인데, 제가 보기에 공개적으로 발표된 내용을 보면 그럴 리가 없을 것이다.
 
나토에서는 이런 것을 하고 있지 않느냐는 것인데, 나토 안에는 핵무기 보유 국가들이 있기 때문에 이를테면 ‘나는 A국가에 먼저 타격을 할 테니 너는 B국가에 타격을 해라'는 식의 순서를 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비핵국가와는 이런 게 없다. ’네가 버튼을 눌러‘ 이런 식은 아닐 것이다. 미국의 핵무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자꾸 나토처럼 하자고 하는 게 무슨 뜻인가 싶다. 만약에 그렇게까지 하자고 요구한다면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는 무엇인가. 아무리 동맹의 무기라고 해서 공짜로 공유할 수 있겠나? 대가가 있을 것이다.
 
-한미 핵 공동기획·공동연습 자체가 핵전력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가 있는 것인가.
 
어떤 분들은 그걸 핵확산금지조약(NPT) 위반이라고 이야기한다. 비핵 국가가 핵무기를 만지는 것은 안 된다는 분들도 있다. 조금 다른 이야기이긴 한데 북한의 핵이 비핵화 되는 과정에서는 사찰을 해야 된다. 그런데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들어가지 못한다. 왜냐하면 IEAE는 핵 물질만 다루기 때문이다. 그래서 IEAE는 검증하는 데 있어서 상당히 제한적이다. 그러면 누가 들어갈 수 있느냐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P5(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 국가들 중 IEAE에서 근무하고 있는 국가의 전문가들이 해야 된다. 북한은 플루토늄과 농축 우라늄 이 있는데 이게 고농축이라서 무기급이다. 대한민국 국민 과학자가 가서 보는 것은 핵확산(핵무기 관련 기자재, 제조시설, 관련시설 등의 보급) 행위가 된다.
 
-핵을 보는 것 자체도 핵확산 행위라는 것인가.
 
그렇다. 왜냐하면 핵을 보게 되면 ‘이렇게 생겼네, 저렇게 생겼네’ 할 수 있으니 ,그 시설에 들어가는 것 자체도 핵확산 행위다. 그만큼 엄격하게 보고 있다. 만약에 영변 핵시설이 풀렸다고 치자, 미국과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 전문가들이 와서 확실히 검증하고 폐기해 주기를 바랄 것이다. 그래서 만약에 그런 상황이 오면 미국 전문가들만 들어가야 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핵을 갖고 한미가 공동연습 한다면 우리 비행체에다 탑재할 것은 아닐 것이다. 그건 불가능한 것이다. 그러면 결국 아마 한미가 함께 비행하는 것인데 그건 이미 지금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9년 9월 당시 최종건 평화기획비서관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문재인 대통령 UN총회 참석 관련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금 한반도 상황 관리가 굉장히 중요한 상황이 됐다. 지금 정부에 있다면 이럴 때 어떻게 움직여야 되나.
 
국민들에게 ‘지금 상황이 이렇습니다’라고 전달하는 언어가 중요하다. ‘안보 불감’도 안 되지만 과도한 ‘안보 민감’도 좋지 않다. 국민을 불안감을 최소화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북한의 무인기 침범에 대해 군 통수권자 입장이나 보좌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아주 화가 나겠지만 하지 말아야 할 이야기는 하면 안 된다. 전쟁이니 확전이니 대규모 응징을 하자는 것은 국민을 불안하게 된다. 이럴 때는 강력한 규탄 메시지를 내고, 이어서 국민들에게 안도감을 줄 수 있는 메시지가 나와야 한다. 그게 관리 메시지다. ‘우리의 군 대비 태세는 완벽합니다, 한미가 공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안들을 해결할 겁니다’라고 해야 한다. 그리고 북한에 직접적으로 공개적인 메시지를 내야 한다. 9·19 군사합의에 있는 군사공동위원회를 개최하자, 양측 간에 군사회담을 하자는 식의 메시지를 보내야 된다. 지금 이것이 실현되든 안 되든 우리는 규탄, 안정 그리고 이 사안을 풀어나갈 수 있는 정책적인 메시지로 나가야 하는데 이런 게 없다. 전 정부 탓하는 것과 응징, 확전 이런 메지시만 나갔다.
 
물론 자위권 발동 차원에서 우리가 북한에 군사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건 팩트다. 다만 전시작전권이 없는 상황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미국과 협의 없이 북한과 단독으로 전쟁 할 수 있는가. 의문이다.
 
-한미는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하면 전례 없는 대응을 하겠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경제 제재라든가 전략자산 전개 등은 계속 해왔고 앞으로 더 할 수 있는 게 더 있나.
 
제재가 소위 완벽하고 봉쇄적이 되려면 유엔 제재가 이사회를 통과해야 한다. 그런데 러시아와 중국이 이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나 중국은 ‘너희들 자꾸 군사적으로만 하지 말아라, 그러면서 왜 우리를 탓하냐, 우리는 충분히 제재를 하고 있는데’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니까 제재의 효과는 지금보다 더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결국은 군사적인 조치와 경제적인 조치일 텐데 경제적인 조치는 이미 남북 간의 관계가 제로이기 때문에 도대체 무엇을 더 할 수 있겠나. 그 다음은 군사적인 조치인데 우리가 여러 가지 조치를 하고 싶다고 하더라도 어려울 것이다. 아마 유엔사에서 말릴 것이다. 이건 중요한 팩트인데, 북한이 하고 있는 것 중 군사합의 위반인 경우 많다. 이는 또한 정전체제 위반이다. 우리가 지금 대응했던 것도 군사합의 위반이기도 하지만 정전체제 위반이다. 군사합의를 명시적으로 파기하겠다, 혹은 효력정지를 하겠다는 것은 정전협정과 연계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GP를 다시 DMZ 안에 설치하겠다고 하면 그건 정전협정 위반이다. 정전협정의 연장선상에서 군사합의가 있었던 것이지, 옥상옥으로 있었던 것은 아니다. 만약에 다시 GP를 만든다고 하면 유엔사에서 어떻게 하겠나.
 
-군사 행동 등 북한의 강경 노선은 하노이 북미정상 회담 결렬 이후 문재인 정부 후반기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문재인정부에서 되돌릴 수 없었을까.
 
당연히 노력했는데 이게 보통의 상황이 아니었다. 2020년 2월에 코로나가 확 덮쳤다. 그러니까 어떠한 제재도 이루지 못했던 북한의 셧다운(봉쇄)를 코로나가 해버렸다. 물리적인 접촉 자체가 불가능했다. 북한이 밖으로 나오지도 않았던 상황이니만큼, 오죽했으면 화상이라도 하자고 이야기했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개된 사안이지만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속적인 소통이 있었다. 그리고 군사통신선이 훼손된 것을 복구해서 지금 그나마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3~4년을 겪었다. 그리고 나서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섰는데 바이든 행정부는 민주당 야당 시절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하고자 하는 모든 대북 정책을 비난했던 정부였다. 그런데 어떻게 됐나. 2021년 5월21일 한미 정상회담 때 공동성명서를 보면 특히 미국 정부는 판문점 선언뿐만 아니라 6월 싱가포르 선언을 계승한다고 했다. 그것을 우리가 만들어냈다. 그 이후에 (남북 문제에 있어) 모든 것은 외교가 우선이고, 조건 없는 대화가 우선이라는 공개적 약속을 미국으로부터 받아냈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회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영변 카드를 받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만약 그랬다면, 미국 기술자들 500명 이상이 사찰을 위해 영변 핵시설에 들어가게 됐을 것이다. 사찰하고 폐기하는 게 단 시간 내에 되는 일이 아니다. 많은 수의 미국인들이 북한에 상주하는 상황이 됐을 것이다. 미국인들 지원을 위해 도로 연결 공사도 필요해질 테고 이런 상황은 유엔 제재도 영향을 주게 되지 않겠나. 영변 핵시설 폐기 작업에 들어서는 순간 이걸 다시 뒤돌릴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남북은 물론 북미간에도 의미있는 대화가 진행되지 못했다.  “나쁜 합의 보다 합의가 없는 것이 낫다 (No Deal is better than a bad deal)”는 냉소적 전문가들은 단계적 핵폐기 노력을 폄하했고  평양공동선언에서 북한으로부터 받아낸 영변핵폐기안도 저평가했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국내정치 상황으로 인해 하노이 회담에 집중 할 수 없었고, 2019년 6월 말 남·북·미 정상 판문점 회동 등 반전을 시도했지만, 북미 간에 의미 있는 대화가 이어지지는 못했다. 
 
지난 해 9월 22일 IAEA 사무총장은 “영변의 5MW 원자로가 작동하고 있고, 원심분리 농축시설이 계속 운영되고 있으며, 이 건물의 사용가능한 면적이 3분의 1가량 확장된 징후가 확인되었다"고 IAEA 이사회에 보고했는데, 만일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영변 폐기에 대한 합의를 보았다면, 지금의 남북, 북미관계는 더욱 발전했을 것이고 한반도의 비핵화는 비가역적으로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이제와서 영변의 핵활동을 걱정하는 모습들을 보니, 저로서는 복잡한 마음이 든다.
 
대담=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정리=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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