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정부가 보조금 부정수급에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투명성 운영과 누수 재정을 막기 위한 조치이나 시민단체 지원을 폐지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우려도 여전합니다.
보조금을 받는 사업자가 감사보고서 작성이나 정산보고서 검증을 위해 외부 감사인에게 비용을 내야 하기 때문에 시민단체로서는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도 보조금을 받고 지출하는 부분에 대한 회계감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고보조금을 받는 사업자가 투명하게 운영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을 위한 '공익 법인 감사' 등의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나옵니다.
10일 <뉴스토마토>가 회계관련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국고보조금 관리 체계 전면 재정비'에 대한 의견을 문의한 결과, 투명성을 위한 회계감사의 필요성에 공감대가 컸습니다. 하지만 표준 감사 기준과 공익 법인을 통한 감사 등 대안 마련의 필요성도 제시됐습니다.
홍기용 인천대학교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회계감사 대상을 늘리면 회계 투명성이 더 제고되기 때문에 합리적으로 국가 예산이 집행될 수 있다는 면에서 상당히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특히 보조금을 받으면 그것이 어떻게 지출되는지가 가장 핵심적인 요인인데, 그 지출에 대해 합리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은 정부가 직접 관여하는 것보다는 제삼자인 회계감사를 통해서 이뤄지는 것이 기본적으로는 합당하다고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그렇게 외부 감사를 받게 되면 무료가 아니고 보조금을 통해 그중 일부를 외부 감사인에게 회계감사 비용을 지출하는 부담을 안게 되고, 행정력도 어느 정도 소모되므로 장점과 단점을 균형 있게 고려해 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윤동열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회계감사 기준을 낮추면 기관·부처 입장에서는 업무 처리를 하는 편의성이 도모될 수 있겠지만, 원래 부처나 기관에서 해야 할 일을 보조금의 일부로 비용을 사용해야만 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보조금 용도에 따라 기준선을 10억원, 3억원 등으로 달리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고려하는 것이 좋지만 정부에서 실제로 시행할지는 미지수"라고 언급했습니다.
이번에 추진되는 개정안은 2020년 11월, 2021년 11월에도 국회 소위원회에서 논의됐지만, 영세 사업자의 비용과 업무 부담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논의가 보류된 바 있습니다.
특히 회계감사 비용이 평균 2000만원인 것을 고려할 때 보조금 3억원을 받아 7% 상당을 감사보고서 작성에 쓰게 되는 셈입니다.
반대로 국가보조금에 대한 회계감사는 당연하며, 이에 대한 비용 발생은 '부차적'이란 의견도 있습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보조금을 받는 것에 대한 회계감사는 당연하다. 비용이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보조금이 들어가는 곳에 대해서 감사하고 회계 정보를 관리하는 것은 필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을 주된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습니다.
국고보조금을 받는 사업자가 내부적으로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도 제시됐습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정말 보조금이 필요한 시민사회단체인 경우 보조금에 대한 비용이 발생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아직 시민사회에서는 관행적으로 운영되면서 체계가 잡히지 않은 곳이 많은데, 표준 감사 기준을 만들어 준다거나 공익 법인을 통해 감사를 받도록 하는 대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보조금을 쓰는 단체 중 규모가 큰 곳에서부터 회계 관행을 정확히 지키면 앞으로 더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국민으로부터 받은 세금이므로 일부 비용이 들더라도 관행도 바꾸고, 투명하게 운영하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11월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8대 민생·개혁 입법과제 촉구 기자회견에서 노동·농민·시민사회단체가 참석해 손 피켓을 들고 있습니다. (사진=뉴시스)
세종=정해훈·조용훈·김유진·용윤신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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