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대일외교 진단과 과제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설 연휴를 앞두고 검찰과 민주당의 대립구조가 다시 부각되는 모양새입니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입국과 위례·대장동 의혹에 대한 검찰의 소환조사까지 줄줄이 이어지면서 다시금 민주당은 긴장 모드로 돌입했습니다.
민주당, 김성태 귀국 하루 앞두고 온종일 뒤숭숭
민주당은 16일 오전까지만 해도 "최악은 피했다"는 기류가 내부에서 흘러나왔습니다. 김 전 회장이 이 대표를 모른다고 발언했기 때문입니다. 앞서 김 전 회장은 지난 15일 공개된 KBS와의 인터뷰에서 이 대표에 대해 “만날 만한 계기도 없고, 만날 만한 이유도 없다”며 “그 사람을 왜 만나나. 이 대표 때문에 제 인생이 이렇게 초토화됐다”고 말했습니다. 또 김 전 회장은 이 대표와 전화통화 등을 포함해 일절 연락을 주고받은 적이 없다고도 했습니다.
이 대표는 쌍방울그룹이 자신의 변호사비를 대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을 당시, 그를 변호한 이태형 변호사에게 수임료로 현금 3억원과 쌍방울이 발행한 전환사채 20억원을 줬다는 게 의혹의 요지입니다. 김 전 회장은 오는 17일 오전 8시경 인천공항으로 입국해 검찰에 수사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내는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재선의 한 의원은 “이 대표와 김 전 회장이 서로를 모른다고 하는 진술이 일치하는 상황이 아니냐”며 “이 대표가 정치를 시작하고 계속해서 검찰 수사를 받아왔는데, 사실이 아닌 것을 이야기했다가 검찰에 역풍 맞을 것을 잘 안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도 지난 13일 “김 전 회장이라는 분 얼굴도 본 적이 없다”며 황당하다는 기색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어 “쌍방울과 이재명이 대체 무슨 관계냐”고 되물으며 “나도 잘 모르겠다. 인연이라면 (쌍방울) 내의 한 번 사 입은 것밖에 없다”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비명(비이재명)계인 이상민 의원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와 김 전 회장의 발언에 대해 “저는 반갑게 들렸다”며 “수사기관이 철저한 수사를 통해서 밝혀질 테니까 빨리 그 부분이 진상규명이 이루어져서 이 대표의 무고함이 밝혀지기를 기대한다”고 발언했습니다.
검찰, 한숨 돌린 이재명에 27일 소환 통보
하지만 같은 날 오후 들어 기류는 급변했습니다. 검찰이 설 연휴 이후인 오는 27일 위례·대장동 의혹으로 이 대표를 소환하겠다고 하자, 당 내부에선 격앙된 반응이 터져 나왔습니다. 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찬대 최고위원은 이날 고위전략회의를 참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검찰로부터 우리는 (소환을)통보받은 적이 없다”며 “이 대표와 관련해서는 피의자 신분이 된 것은 성남FC의혹 건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아직 피의자 신분으로 공식 전환된 상황도 아닌데, 검찰이 소환통보부터 진행했다는 비판입니다. 당에서는 검찰로부터 팩스 등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는 상황도 전했습니다.
당내 한 관계자는 “검찰이 계속해서 피의사실 공표를 하면서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지 않냐”며 “검찰이 흘리는 정보가 사실이 아닌데 사실처럼 보도되면서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고 강한 불만을 제기했습니다. 당내에서는 검찰의 피의사실공표 등에 대한 추가적 대응을 모색해야 한다는 말도 나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 대표를 범죄 혐의자로 규정하며 공세에 나섰습니다. 한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성남FC든 대장동이든 성남시에서 있었던 지역 토착 비리 범죄 혐의”라며 “통상적인 지역 토착 비리 수사 절차에 따라 검찰이 공정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쌍방울 의혹에 대해서는 “멀쩡한 기업을 사냥해서 주가조작하고 돈 빼돌리고 정치인에 뒷돈 주고 북한에 몰래 돈 준 범죄인이 수사받다가 해외 도피하면 최선 다해서 잡아 오는 게 국가 임무”라며 “민주당이 이번 범죄인 송환에 왜 이렇게 예민하게 생각하고 어떻게든 트집을 잡으려는지 잘 이해가 안 간다. 국민들이 진짜로 궁금해하시는 것은 민주당이 말하는 '깡패 잡아 오는 배후'가 아니라 '깡패 배후'라고 생각한다”라고 반박했습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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