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대표 경선 불출마를 선언한 나경원 전 의원이 지난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하며 취재진과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공동취재사진)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이 불출마를 선언한 '나심(나경원 전 의원의 의중)' 잡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15% 안팎의 콘크리트 지지층을 가지고 있는 나 전 의원이 윤심(윤석열대통령 의중)을 등에 업은 김기현 의원과 수도권 연대의 선발주자인 안철수 의원 중 어떤 쪽을 지지하느냐에 따라 당권 구도가 출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나 전 의원을 일단 ‘중립’을 선언하면서 관망하는 모양새지만 중립 구도가 굳어질 경우 김 의원에게 힘이 쏠릴 가능성도 관측되는 분위기입니다.
"나경원 고정 지지층 15%를 잡아라"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전당대회 무대에서 퇴장한 나 전 의원의 몸값은 오히려 높아지는 분위기입니다. 나 전 의원이 윤심을 등에 업지 못했더라도, 그만의 굳건한 지지층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실과 친윤(친윤석열)계의 총공세 이후 불출마 선언 직전까지 유지했던 15% 안팎의 지지율은 나 전 의원의 고유 지지층으로 분석됩니다. 이른바 나 전 의원의 ‘콘크리트 지지층’인 셈입니다.
김 의원과 안 의원 모두 나 전 의원을 향해 적극 구애에 돌입한 모양새입니다. 우선 안 의원은 실질적 표심 이동을 근거로 나 전 의원의 지지를 확신하는 모양새입니다. 이날 발표된 아시아투데이·알앤서치 여론조사 결과(지난 27~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30명 대상) 안 의원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39.8%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차기 당대표 적합도 1위로 올라섰습니다. 김 의원은 36.5%로 2위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안 의원은 직전 조사 대비 20%포인트나 증가했습니다. 반면 그간 1위를 기록하던 김 의원은 13%포인트로, 상승 폭이 안 의원보다 낮았습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치권에서는 안 의원의 갑작스러운 상승세의 배경에 나 전 의원의 불출마가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습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날 <뉴스토마토>와 한 통화에서 “나 전 의원이 불출마 전까지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와 사사건건 충돌하지 않았느냐”며 “'나경원 지지층'이 김 의원을 지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안 의원도 이날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다음 총선은 수도권이 중요한데 과연 누가 수도권에서 한 표라도 더 받고, 한 사람이라도 더 당선시킬 수 있을 것인가를 위주로 판단하시는 것 아니겠나”라고 강조했습니다. 나 전 의원에게 제안했던 수도권 연대론이 당원들에게 영향을 준 것이라는 자신감의 일환으로 보입니다.
연일 '나경원'에 구애 펼치는 김기현·안철수
김 의원은 나 전 의원과 물밑 접촉이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면서 나심에 지지를 호소하는 모양새입니다. 김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나 전 의원에게 제가 전화를 걸었는데 안 받기는 했지만 문자로 답장을 보내기도 했고, 토요일(28일) 어떤 행사장에 가서 만나서 옆자리에 앉아 긴 시간 동안 이야기도 나눴다”며 “나 전 의원이 어떤 후보를 지지한다고 그러면 당연히 김기현을 지지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자신했습니다.
실제 나 전 의원은 지난 28일 구상찬 전 의원의 자녀 결혼식장에서 김 의원을 우연히 만나 한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 의원은 결혼식장에서 나눈 이야기에 대해 “사적 내용”이라면서도 “이런저런 정치 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차츰 나중에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여지를 남기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나 전 의원은 안 전 의원과도 문자를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김 의원과 같이 대면 대화는 이뤄지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나 전 의원은 일단 ‘중립’ 선언을 한 채 관망하는 모양새입니다. 나 전 의원은 지난 29일 취재진과의 오찬 후 “전당대회에서 특별한 역할을 할 일은 없지 않나 싶다”라며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원들이 차기 당대표에게 윤석열정권에 대한 뒷받침 역할을 중요하게 보는 만큼, 나 전 의원의 관망세가 길어질수록 김 의원에게 유리한 구도가 펼쳐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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