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이 자율주행차에 집중하는 배경에 관심이 모아집니다. 현대차가 완성자동차를 주력 사업으로 영위하는 만큼, 자율주행차에 관심을 가지는건 당연한 일이지만 정 회장의 자율주행차에 대한 애착과 관심은 남다르다는 평가가 업계 안팎에서 나옵니다. 특히 고가의 자율주행차가 아닌 보급형 자율주행차로 공략 포인트를 잡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정 회장이 자율주행, 모빌리티 스타트업 '포티투닷'을 인수한 겁니다.
정의선 회장 "인류가 원하는 곳 스트레스 없게 가는게 소명"
13일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자율주행·미래 모빌리티 등을 주요 사업 목표로 제시했습니다. 정 회장은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국내에서 고속도로 자율주행(레벨3)이 가능한 차량을 출시하고, 북미에서는 레벨4 기술이 탑재된 로보택시 상용화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요.
이는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자율주행 기술 개발 투자를 줄이거나 중단하는 것과 확연히 다른 행보입니다. 이달 초 테슬라는 완전자율주행기능(FSD·Full Self Driving) 등을 두고 기술거품 논란이 벌어졌고, 애플의 경우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2025년까지 완전자율주행(5단계)로 애플카를 내놓기는 어렵다고 보고 전면 수정에 돌입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 회장이 자율주행차 사업에 집중하는 건 기존 자동차 기업의 역량을 뛰어넘겠다는 의지가 작용했다는 분석입니다. 정 회장은 꾸준히 현대차그룹의 방향과 관련해 자동차를 넘어 인간 이동의 전반을 다루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는데요. "인류가 원하는 곳으로 스트레스 없이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소명"이라고 역설한 바 있습니다. 이런 신념 하에 전기차·로봇·도심항공 등 모빌리티 영토 확장에 나서려는 첫 단계로 자율주행 현실화에 주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보급형 자율주행차'로 승부수…정의선, 높은 완성도 주문
정 회장이 지난해 8월 4772억원에 '포티투닷'을 인수한 것도 이런 배경이 있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이 자율주행 방식과 관련해 카메라로만으로 자율주행을 하는 테슬라 방식을 택한 듯 하다"며 "라이다(Lidar) 대신 카메라와 레이더를 이용해 자체 기술로 구현하는 포티투닷의 기술력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정 회장이 '보급형 자율주행차'로 승부수를 던졌다는 관측입니다. 그간 현대차 자율주행의 핵심은 라이다였는데요. 라이다에서 사용되는 빛을 펄스 레이저라고 하는데 이 빛을 쏘고 되돌아오는 정보를 토대로 이미지가 구현됩니다. 반면 포티투닷은 라이다 대신 카메라와 레이더를 이용하는 기술을 구현하는데요. 정 회장이 포티투닷을 인수할 당시에도 내부에선 포티투닷의 자율주행 기술과 현대차의 자율주행 기술이 서로 섞이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는 후문입니다.
그럼에도 정 회장이 포티투닷을 인수한 건 보급형 자율주행차를 염두에 두고 가격 경쟁력을 중점으로 봤다는 분석입니다. 고가장비로 통하는 라이다 없이 카메라와 레이더 센서만 활용하는 양산 효율성과 가격 경쟁력에서 앞선다고 본 것이지요. 업계 관계자는 "외부에서 봤을 땐 정 회장이 자율주행차의 방향을 틀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라이다는 돈도 많이 들고 기술적으로 데이터도 안맞는 부분이 있다"며 "완벽하진 않더라도 카메라와 레이더 만으로 자율주행할 수 있는 보급형 자율주행차로 포지션을 잡은 듯 하다"고 관측했습니다.
이는 재계 오너 3세 경영인이자 두살 선배인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오디오·자동차 전자장비 자회사인 하만 인수로 성공을 거둔 것과 종종 비교되는데요. 하만 인수는 이 회장이 삼성전자 경영권을 물러받은 후 직접 추진했던 초대형 인수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습니다. 이 회장은 2017년 80억달러(약 9조4000억원)라는 거금을 들여 하만을 인수한 후 6년 만에 최대 이익을 거두는 성과를 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완전한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들이 많지만, 정 회장이 포티투닷을 기반으로 자율주행차의 성공 신화를 쓴다면 미래차 경쟁력에서 독보적 우위에 설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정 회장은 자율주행과 관련해 단순 기술개발이 아니라 곧바로 활용할 수 있을 정도의 높은 완성도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4월 뉴욕 간담회에서는 "자율주행은 2026년까지 레벨3를 완벽하게 구현하고 레벨4도 테스트하고 있지만 얼마나 완성도 있냐가 중요하다"며 "미국 기준으로 레벨4는 2026년에 차를 만들어 생산·판매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다만 "기술상으로는 2026년에 실현할 수 있지만 법규·규제 때문에 실제 활용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했습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위해 차세대 고성능 반도체 기반 3세대 통합 제어기를 선행 개발 중"이라며 "자율주행 레벨 3의 양산 확대 적용과 자율주행 레벨 4와 5까지 적기에 양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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