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대형 보험사와 중소형사 간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습니다. 상위 5개 대형 보험사의 점유율이 90%를 넘겼는데요. 중소형사들은 인프라 구축에 드는 비용이 부담스러운 상황입니다. 손해율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15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업계 상위 5개 손해보험사(
삼성화재(000810)·
DB손해보험(005830)·
현대해상(001450)·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000060))의 자동차보험 시장 점유율이 전년 동기 대비 더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 3분기 원수보험료 기준 삼성화재의 점유율은 29.38%로, 전년 동기 대비 0.28%포인트(p)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DB손해보험은 0.85%p 늘어난 21.98%를, 현대해상은 0.83%p 확대된 21.82%로 나타났습니다. KB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는 각각 전년 대비 0.67%p, 0.08%p 늘어나며 13.85%, 4.22%의 점유율을 보였습니다.
상위 5개사 들이 각각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약진하면서 이들의 총 점유율도 90%대에 올랐습니다. 지난해 3분기 상위 5개사의 점유율은 91.25%로, 전년 동기(88.54%) 대비 2.71%p 확대됐습니다.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대형 5개사의 확고한 과점 체제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들은 자산 기준 업계 순위로도 상위 5개사에 해당합니다.
지난 12월 6일 1㎝ 안팎의 눈으로 얼어 붙은 충북 청주시 도심 도로 자동차 사고 현장. (사진 = 뉴시스)
중소형사, 손해율 관리 '울상'
반면 중소형사는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갈수록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규모의 경제에서 밀리다보니 손해율 관리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습입니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보험을 취급하는 11개 보험사의 누적 손해율 평균은 2021년 대비 1.3%p 오른 86.7%였습니다. 코로나19 거리두기가 지난해 4월 해제되면서 교통량이 늘어나고 손해율도 상승한 영향입니다. 특히 대형사보다 중소형사에 타격이 컸습니다.
상위 5개사 중 지난해 누적 손해율이 가장 높았던 곳은 삼성화재(81.7%)였고 가장 낮은 곳은 DB손해보험(79.8%)로 나타났습니다. 모두 70% 후반에서 80% 초반의 손해율을 나타내며 비교적 손해율이 안정적이었습니다. 통상 자동차보험 손해율 80%를 일종의 손익분기점으로 해석합니다.
하지만 MG손해보험은 지난해 누적 손해율이 116.4%까지 치솟았습니다. 이어 △하나손해보험(94.5%) △AXA손해보험(89.7%) △흥국화재(89.0%)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습니다. 조영현 보험연구원 금융시장분석실장은 "보험 계약자 규모가 크면 클수록 보험사 입장에서는 리스크를 관리하기에 보다 용이한 점이 있다"며 "중소형사는 반대로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브랜드 파워도 열위
현재로서는 중소형사가 대형사를 제치고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여력도 없는 상황입니다. 조 실장은 "자동차보험의 경우 보험료를 낮추는 것이 소비자 유인을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이겠지만 갈수록 손해율이 악화하고 있고 중소사의 경우 그 정도가 더욱 가파르기에 보험료를 크게 인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자동차보험의 30% 가량이 온라인 채널에서 판매되고 있는데, 온라인 채널 특성상 소비자가 대형사를 선택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자동차보험의 온라인 채널 판매 비중은 32.9%로 나타났습니다. 전통적인 보험 모집 채널이자 현재까지도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대면 채널(49.9%)과는 17%p 차이입니다. 장기보험과 일반 보험의 대면 채널 비중이 각각 82.1%, 79.8% 온라인 채널 비중은 2.7%, 2.3%인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근소한 격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대형사 쏠림 현상 계속"
중소형사 역시 점차 자동차보험 시장에서의 마케팅 동력을 잃고 있는 모습입니다. 자동차보험을 판매하고 있는 중소형 손보사 한 관계자는 "소규모 손보사 입장에서 자동차보험은 계륵과 같다"며 "자동차보험을 취급하느냐에 따라 종합 손보사 여부를 판가름 할 정도로 상징적인 의미가 있고, 자동차보험을 통해 고객을 확보한다는 측면 때문에 쉽게 자동차보험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대형사들과 같이 전국적인 서비스 인프라를 갖추기가 어렵다보니, 전국 곳곳에서 사고가 발생할 때 대처가 필요한 자동차보험 특성 상 시장에서 마케팅을 펼치기가 힘든 측면이 있다"며 "손해율도 높아 적극적으로 고객을 늘리지도, 그렇다고 자동차보험을 완전히 포기할 수도 없는 실상"이라고 전했습니다.
결국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5개사 중심의 점유율 쏠림은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조 실장은 "최근 10여 년간 자동차보험 시장 점유율은 큰 차이 없이 업계 상위 4개 또는 5개사 중심으로 이뤄져왔다"며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마케팅 전략이 크게 바뀔 요인도 크지 않아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지며 점유율 쏠림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이었던 1월 24일 오후 경기 성남시 서울톨게이트 인근 경부고속도로 상행선(서울 방향)이 귀경하는 차량들로 정체를 빚고 있는 모습. (사진 = 뉴시스)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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