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전경. (사진=대웅제약)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6년간의 보툴리눔 균주전에서 패배한
대웅제약(069620)이 균 보유·반입허가를 취소할 수 있는 법의 간접 영향권에 몰렸습니다. 법 시행 전의 위반행위에도 소급 적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개정안의 부칙 때문입니다.
"땅에서 균주 찾았다"는 대웅제약 주장, 법정서 부정
보툴리눔 균은 흔히 '보톡스'로 알려진 보툴리눔 톡신을 만들 때 꼭 필요한 재료입니다. 자연 상태에서 존재하기도 하는데, 독소 발현 등 상업화에 적합한 균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6년간 이어진 분쟁의 당사자 대웅제약은 경기 용인시 토양에서 균을 발견해 '나보타'라는 제품을 만들었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또 다른 당사자인
메디톡스(086900)는 대웅제약의 균주 도용을 지적했죠.
두 회사의 분쟁 중 한 갈래인 민사 소송 1심에선 메디톡스가 웃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61부(권오석 부장판사)가 지난 10일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보눌리눔 균주와 제조공정을 도용했다며 균주와 제품을 폐기하고, 40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거죠.
재판부는 특히 대웅제약이 토양에서 균을 발견했을 가능성을 일축했습니다. "피고 대웅제약이 제3의 출처로부터 균주를 취득했을 가능성은 단순히 관념적이거나 추상적인 가능성에 불과하다"고 한 겁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자료=국가법령정보센터)
질병청 신고와 다른 출처…감염병예방법 위반 소지
재판부가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균 자체 발견 여지를 없애면서 균의 출처는 새 국면을 맞게 됐습니다. 관련법의 개정된 뒤 처음 적용되는 사례가 될 수 있는 셈이죠.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줄여서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은 보툴리눔 균주를 포함한 고위험병원체의 보유 규정을 법제화했습니다. 개정안을 보면 속임수나 부정한 방법으로 고위험병원체의 보유·반입허가를 받은 경우 해당 허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 신설됐습니다.
주목할 점은 부칙입니다. 개정안에 추가된 부칙 제2조를 보면 개정 규정은 이 법 시행 전의 위반행위에 대해서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소급 적용이 가능해진 겁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자료=국가법령정보센터)
보툴리눔 균의 보유·반입은 질병관리청 소관입니다. 대웅제약은 질병청에 균주 출처를 토양이라고 신고했습니다. 이번 민사 1심 판결과 감염병예방법 개정안 내용대로라면 부정한 방법으로 보툴리눔 균을 들여와 거짓으로 신고한 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균 보유·반입허가뿐 아니라 이를 토대로 진행한 연구개발, 상업화 등이 백지로 돌아갈 수도 있죠.
질병청 조사 가능성 미지수…식약처도 일단 관망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균 취득이 도용이라는 사법부 판단, 고위험병원체 보유 규정을 법제화한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으로 질병청이 움직일 명분은 만들어졌습니다. 다만, 즉각적인 조사 가능성은 미지수입니다. 이제 막 1심 판결이 나온 상황이니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질병청 입장입니다.
질병청 관계자는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균 출처 조사 여지를 묻는 질문에 "민사 1심 결과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추가적인 결론이 나오면 법리적인 부분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을 들어 "속임수나 부정한 방법으로 균을 취득한 정황이 확인되면 또 다른 행정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예고했습니다.
질병청이 균 자체를 담당한다면, 제품 허가 관련 권한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있습니다. 재판부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에 균주를 돌려주고 제품을 폐기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식약처에게 물은 결과, 제품 폐기는 자체적으로 진행될 사안입니다. 이 문제 역시 1심 결과만으로는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식약처 관계자는 "문제가 있는 경우 식약처가 명령을 내리기도 하지만 이번 사안은 업체가 자진 회수나 폐기하게 된다"면서도 "이제 1심 결론이 나온 상황인 만큼 자세한 내용을 말하기 어려운 단계"라고 전했습니다.
대웅제약은 1심 판결 이후 "명백한 오판"이라며 이의 절차를 통해 결과를 뒤집는 그림을 그리는 중입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집행정지 및 항소를 즉각 신청할 것"이라며 "철저한 진실 규명을 통하여 항소심에서 오판을 다시 바로잡겠다"고 말했습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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