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올해부터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3학년 시기에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가려내 집중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새 학기 시작을 앞두고 교사와 학부모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는데요. 기초학력 미달 학생 선정 시 낙인효과가 걱정된다는 겁니다.
이러한 우려를 두고 교육계 일각에서는 따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선별하지 말고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 기초학력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집중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서울시교육청, 올해부터 초6·중3 '기초학력 보장 채움 학기제' 운영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1월 '기초학력 보장 강화 방안'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부터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3학년 2학기를 '기초학력 보장 채움 학기제'로 운영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작년 3월부터 시행된 '기초학력 보장법'에 따른 조치인데요. 최근 2~3년 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학교에 가지 않고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면서 학생들의 학력 결손 문제가 심각해지자 법에 기초학력의 법적 근거와 국가의 책무를 명시한 것입니다.
이 법에 따라 모든 초·중·고교는 올해부터 새 학년 시작 2개월 안에 기초학력을 갖추지 못한 학생인 '학습 지원 대상 학생'을 지정하고 필요한 지원도 해야 합니다.
서울시교육청은 '기초학력 보장 채움 학기제'를 통해 '학습 지원 대상 학생'의 학습 수준과 교육적으로 필요한 부분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추가적인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의 경우 보호자 동의하에 학교나 교육청에서 제공하는 '채움 학기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1월 '기초학력 보장 강화 방안'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부터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3학년 2학기를 '기초학력 보장 채움 학기제'로 운영하겠다고 밝혔습니다.(사진 = 장성환 기자)
학부모 "아이 상처받거나 따돌림당할 수 있어"
그러나 이를 두고 학부모들은 크게 염려하고 있는데요. '채움 학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 기초학력 미달 학생으로 선정돼 학습 지원을 받는 게 티가 나면 아이가 상처받거나 따돌림당할 수 있다는 겁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이 모 씨는 "아이들 학업에는 도움이 될 수 있겠으나 학교에서 학습 지원을 받는다면 아무리 조심해도 다른 친구들이 모두 알게 되는 것 아닌가"라며 "그렇게 되면 아이 자존심에 상처를 입거나 왕따를 당하지는 않을지 걱정되는 게 너무 많다"고 토로했습니다.
중학생 자녀를 키우고 있는 최 모 씨도 "학업에 조금 도움을 받는 대신 낙인효과로 친구를 잃어 사회성이 결여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면서 "정책을 시행하려면 부작용에 대한 확실한 대책부터 세우고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교사도 낙인효과 우려…초등학교 저학년 때 기초학력 집중 지원 필요
교사들도 낙인효과 문제를 우려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박성욱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정책실장은 "기초학력 보장이 꼭 필요하긴 하지만 예전처럼 학교에 남겨서 추가로 공부를 시키는 방식은 안 된다"며 "이렇게 되면 낙인효과만 커지게 된다. 학습 지원을 하더라도 학교 밖 공간에서 하는 등 다른 학생들이 최대한 알 수 없도록 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3학년 시기에 기초학력을 보장하기는 너무 늦기 때문에 초등학교 저학년 때 집중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서울시교육청 정책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학생들에게 실효성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면서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3학년 한 학기만으로는 이전까지 6~9년 동안 누적된 학습 결손을 회복할 수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낙인효과 문제로 인해 학교가 학습 지원을 해주고 싶어도 학부모 동의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며 "그렇다면 따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선별하지 않고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 학급의 모든 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기초학력 보장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시행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이 올해부터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3학년 시기에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가려내 집중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교사와 학부모들의 우려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사진은 지난달 30일 울산 남구 옥동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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