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주혜린 기자] 저출산 문제가 청년세대의 어려운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청년 스스로 자녀를 갖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과 질적 지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보건복지부는 2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제1차 미래와 인구전략포럼을 개최했습니다.
유민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우리나라에서도 청소년기에서 성인기로 바로 전환되지 않고 교육·훈련을 통해 안정적인 직업과 독립을 탐색하는 '새로운 성인기', 즉 성인 이행기의 특징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를 결혼 및 출산 연령 상승의 원인으로 분석했습니다.
유 위원은 자체 조사를 인용해 '얼마나 자주 성인이 됐다고 느끼는지'에 대한 질문에 '자주 느낌' '항상 느낌'이 절반을 넘기는 지점은 28세(1994년생)가량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청년 및 저출산 정책은 개인의 인식을 변화시키려고 하기보다는 개인이 자신의 삶의 지향과 선택을 실현하고 안정화시킬 수 있도록 하는 자립 지원정책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최슬기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나서서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고 계도하기보다는 자녀를 갖는 것이 개인의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최 교수는 지난해 6월 24∼49세 미혼 남녀 834명(남성 458명, 여성 37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인의 가족 및 결혼 가치관 조사'를 바탕으로 외부적으로 정해진 결혼 적령기가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 적령기를 넘긴 여성의 결혼 의향은 48.4%로 적령기 이전(64.7%)보다 낮아진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스스로 정한 결혼 적령기가 있는 경우에는 결혼 적령기를 지나면 결혼 의향이 남성은 70.5%에서 80.7%로, 여성은 43.1%에서 56.3%로 오히려 높아졌습니다.
부모·가족·지인으로부터 결혼하라는 독촉이나 권유를 받았을 때의 생각 변화에 대해서도 '더 하기 싫어졌다'(26.6%)는 응답이 '빨리 해야겠다고 생각한다'(12.3%)는 응답의 2배 이상이었습니다. 절반이 넘는 응답자는 '생각에 변화가 없다'(61.0%)고 답했습니다.
응답자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자녀 수'는 1.96명(비동거 미혼자 기준)으로 2018년 이후 합계출산율 1.0명보다 높게 나타났습니다.
최 교수는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원하는 만큼 출산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저출산 문제는 청년세대의 비명 소리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최 교수는 지난 연말 미혼 남녀와 기혼 남성, 미취학 자녀 기혼여성, 취학 자녀 기혼여성 등에 대한 그룹별 심층면접(FGI) 결과를 토대로 미래에 대한 불안, 일에 대한 욕구, 육아의 어려움 등이 출산을 기피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최 교수는 "일터와 가정은 각자 다른 목표를 가진 만큼 역할 중첩에 대한 충돌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이 충돌을 병행 가능한 수준으로 낮추려면 여성 중심의 자녀 돌봄 책임 논의를 벗어나 남녀 모두의 문제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일가정이 양립하려면 자율출퇴근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근로시간 단축, 원격근무제 등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는 것 등도 해결책"이라면서 "현행 배우자 출산휴가 10일을 아빠출산휴가 30일(유급)로 확대 개편하는 등의 제도 개선을 통해 아빠들의 육아 참여를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저출산 문제가 청년세대의 어려운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어린이집에 등교하는 어린이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주혜린 기자 joojoosk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