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우리금융지주(316140)가 비은행권 실적 강화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벤쳐캐피탈(VC)
다올인베스트먼트(298870) 인수합병(M&A)이 이르면 이달 마무리될 전망입니다. 이번 M&A로 다올금융그룹은 유동성 위기를 일부 해소할 전망입니다. 우리금융그룹은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현재 형성된 다올인베스트먼트의 매각 가격에 대한 고평가 논란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악화일로를 걷는 VC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지금이 인수 적기인가에 대한 의견도 분분합니다.
"누가 봐도 인수 가격 비싸보여"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다올인베스트먼트 기업실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현재 구체적인 거래 조건을 조정하고 있는 중으로 이르면 이달 중 M&A가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매각은 다올투자증권이 보유한 지분 52%로 업계에서 거론되고 있는 매각가격은 2100억~3000억원 수준입니다.
앞서 우리금융지주는 오랜 시간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고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증권사와 벤처캐피털 등의 매물을 찾고 있었습니다. 우리금융은 5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증권·보험 계열사를 두고 있지 않아 경쟁력이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는데요. 과거 은행업에 치중했던 전략과는 달리 비금융 포트폴리오 강화 등 전체적인 경쟁력을 높여 시너지 효과를 증폭시킨다는 계획입니다.
우리금융의 다올인베스트먼트 인수는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전략에 부합하지만, M&A 비용은 과다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만약 우리금융이 다올인베스트먼트 인수에 3000억원을 쓸 경우 다올인메스트먼트의 경영권 프리미엄은 주가 기준 70%를 넘어서게 됩니다. 다올인베스트먼트의 지난 24일 종가는 3320원. 지분 52%의 가격은 1726억원 선입니다. 주가를 기준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은 73.81% 에 달합니다. 매각가를 2500억원으로 낮춘다 하더라도 프리미엄은 44.84%로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순자산을 기준으로 봐도 프리미엄은 상당합니다. 다올인베스트먼트의 지난해 9월 말 순자산(2857억원) 기준 지분 52% 가치는 1485억원. 매각가격 3000억원을 가정할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이 100%를 넘어섭니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3000억이면 시총 두배에 가까운 가치를 적용해서 사는 건데, 누가 봐도 비싸 보이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통상적으로 VC(밴처캐피탈)에 붙는 경영권 프리미엄은 20% 안쪽입니다. 그것도 시장 상황이 지금보다 나을 때 얘기입니다. 지난 2021년에 매각된 하이투자파트너스(옛 수림창업투자)와 2022년 매각된 JB인베스트먼트(옛 메가인베스트먼트)는 매각 당시 경영권 프리미엄을 각각 13%, 16% 인정받았습니다. 2020년 신한금융지주가 네오플럭스를 인수했을 때에도 경영권 프리미엄은 20%를 넘지 않았습니다.
지난 2019년 매각 된 BNK벤처투자(옛 유큐아이파트너스)는 순자산 기준 경영권 프리미엄이 58%로 높은 프리미엄을 받았지만, 딜의 규모가 소규모였던 만큼 비교 대상은 아니란 설명입니다. IB업계 관계자는 “BNK벤처투자의 경우 당시 자산운용 규모 1000억원 수준에 순자산은 100억원도 안되는 소규모 딜이었다”면서 “자산운용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서는 다올인베스트먼트와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스타트업 몸값 떨어지는데…밸류 적당한가
최근 금리인상과 경기침체 등으로 기업공개(IPO) 시장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 프리미엄에 대한 설명력도 약해지고 있습니다. VC들의 경우 주로 비상장기업이나 스타트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향후 회사가 성장했을 때 투자금을 회수해 실적이 반영됩니다. 유동성이 풍부하던 시절에는 스타트업들의 몸값도 천정부지로 뛰었지만, 시장에 유동성이 줄면서 스타트업들의 몸값도 떨어지고 있습니다.
유동성이 풍부하던 당시에는 높은 투자수익을 거뒀습니다. 대표적으로 다올인베스트먼트는 우아한형제들에 23억원을 투자해 629억원을 회수했으며 미국 세포치료 장비 업체 버클리라이츠에 56억원을 투자해 459억원을 회수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시장 분위기는 소규모 IPO를 제외하곤 높은 투자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어졌습니다. 올해 초 상장을 철회한 마켓컬리의 운영사 컬리는 1년여 전 프리IPO 단계에서 4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죠. 장외시장에서도 한때 11만원까지 오르며 8조원 수준의 기업가치까지 예상됐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장외거래 기준가 기준 1조원 미만으로 급락했습니다. 이밖에도 오아시스, 골프존카운티, 케이뱅크, 라이온하트스튜디오 등도 낮아진 몸값에 상장을 철회했습니다.
6000억 밸류 부적절
다올인베스트는 판결문 플랫폼 스타트업 △엘박스를 비롯해 △온코닉테라퓨틱스, △아파트멘터리, △닥터나우, △러스크, △발란, △리스닝마인드, △스파크바이오파마, △인벤테리제약, △팀프레시 등에 투자하고 있는데요. IPO 시장 분위기가 부진한 만큼 투자금 회수가 언제 이뤄질지는 알 수 없습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다올인베스트먼트가 TKBN7·8·11호와 플랫폼펀드 등을 통해 투자한 금액은 3500억원을 넘어섭니다. 펀드를 통해 투자한 기업 중 최근 3년간 상장에 성공한 곳은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337930),
알비더블유(361570),
뉴로메카(348340),
엔젯(419080),
플라즈맵(405000),
비씨엔씨(146320),
원티드랩(376980),
코퍼스코리아(322780),
넥스틴(348210),
서남(294630),
노터스(278650) 등 11곳. 상장 당시 지분가치는 공모가 기준 총 1361억원 수준입니다. 다올인베스트먼트는 아직 이들의 지분을 일부 보유하고 있는데요. 23일 종가 기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지분가치는 1220억원 수준. 다올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모든 상장사 지분과 비상장사 지분을 매각해도 매각가 3000억원은 다소 높아보일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IB업계 관계자는 “지분 52%에 대해 3000억원의 밸류를 책정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분 100%에 대한 가치를 6000억원으로 생각했다는 건데, 다올인베스트먼트가 가지고 있는 자산을 모두 팔아도 6000억원이 안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다올인베스트먼트의 투자 대부분이 2~3년 전에 이뤄졌을 텐데 재작년처럼 IPO시장이 좋을 때는 높은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IPO가 보장되지 않는 시장”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사진=각사 제공)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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