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음식점에서 마시는 소주의 가격이 6000원으로 오를 수 있다는 보도를 잇달아 접했습니다.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 구매하는 가격을 고려하면 비싸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서민 술인데 이제는 마시기 쉽지 않겠다"며 토로하는 인터뷰도 봤습니다.
이와 관련해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사장님의 누리소통망을 보게 됐습니다. 개인적으로 몇 차례 방문했던 음식점이라 메뉴 정보 정도나 확인할 겸 들여다보는 소통망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가스요금 고지서를 올린 게시물이 보였습니다.
가스요금 고지서와 함께 올라온 글은 소주 가격 인상에 대한 울분에 가까웠습니다. 음식점에서 파는 소주의 가격이 단지 원가나 출고가로 정해지지 않는다는 취지였습니다. 음식점에서 소주 가격 1000원을 인상하기까지는 전기요금, 수도요금, 가스요금, 식자재, 인건비 등을 모두 반영해야 한다는 설명도 덧붙었습니다. 정확한 판매 구조는 따져봐야 하겠지만, 직접 음식점을 운영하는 사장인 만큼 허위의 글은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이 사장님 말고도 현재 다른 여러 음식점 운영자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가격을 올려야 하는 요인이 있는데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운영자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정부가 소주 가격 인상에 대한 시장 현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주류 업체 관계자들과 만나 인상 자제를 요청했다고도 알려졌습니다. 정부가 시장 상황을 알아보고 물가를 관리하겠다는 사실 자체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만 소통망에 글을 올린 사장님도 그것을 긍정적으로만 볼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한 자영업자가 한둘이 아니기에 더 그렇습니다.
소주 가격 6000원은 이미 현실화된 상태입니다. 비중은 크지 않아도 일부 음식점에서는 지금도 6000원을 내고 소주를 마시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처음 메뉴판에 적힌 '소주 6000원'이란 문구를 접했을 당시 놀랬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그 음식점의 위치와 규모, 일하는 종업원 수 등을 볼 때 터무니없는 가격은 아니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제는 그 수준의 가격을 봐도 놀라운 감정은 없습니다.
만일 정부가 음식점 소주 가격을 관리하겠다고 이제 와서야 움직인다면 한발 늦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미 6000원으로 오른 소주 가격을 7000원으로 인상하는 것을 자제하기 위해서라면 적당한 시점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주류 업계를 만나는 것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어느 사장의 말대로 주류 업계에서 가격을 올리지 않는다고 해서 인상 요인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영업자가 아니더라도 이미 난방비 고지서를 받아보고 이전과 차이를 느끼게 된 분들은 무슨 말씀인지 아실 것입니다.
더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합니다. 전 정부가 올리지 않은 공공요금을 올렸다는 해명은 문제 해결에 절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단기적으로 어렵다면 조금 더 기간을 두고 제대로 된 대책과 그에 대한 계획을 공개해 국민에게 설득해야 합니다. 단지 물가를 관리하겠다는 구호만으로 난방비 고지서를 받아보는 국민은 정부를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정해훈 경제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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