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2024 총선 공천제도 TF 제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윤혜원 기자]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을 주축으로 하는 민주당 당내 모임인 ‘민주당의 길’이 토론회를 재개했습니다. 최근 국정 상황과 정치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는데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거취와 내년 총선을 향한 염려는 어김없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비명계 의원 “공천이 아니라 ‘이재명 방탄’이 문제”
민주당의 길은 14일 오후 국회에서 ‘대선 이후 1년 평가’를 주제로 발제와 자유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지난달 27일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뒤 매주 화요일마다 진행하던 토론회를 잠시 중단한 뒤 3주 만에 다시 연 겁니다.
지난 대선 이후 당 안팎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피기 위해 추진된 이번 행사를 두고 비명계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 이후 나타난 당내 혼란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한 의원은 “‘총선 공천제도 태스크포스(TF)’에 비명계 의원들이 많이 들어가고 나서 분위기가 한결 누그러진 면은 있다”면서도 “공천은 큰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어 “‘이재명 방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관건”이라며 “방탄 정당 누명을 쓰고 어떻게 총선까지 갈 수 있겠냐”라고 반문했습니다. 최근 민주당 지도부는 공천 TF 구성원 11명 중 9명을 비명계 의원으로 투입하는 등 비명계를 아우르려는 모습을 보였죠. 이를 비명계도 인지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공천보다는 총선에 있다는 주장입니다. 이 대표 체제 아래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으면 공천을 받더라도 소용이 없지 않겠냐는 얘기입니다.
이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인 고 전형수씨가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데 대한 언급이 비명계와 친문(친문재인)계 인사들 사이에서 이어지는 점도 진정되지 않은 당내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됩니다. 윤영찬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표가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김해영 전 의원도 SNS에 “이 대표와 같은 인물이 당대표라는 사실에 당원으로서 한없는 부끄러움과 참담함을 느낀다”고 비판했습니다.
잦아들지 않는 사법리스크 …내부선 "초가을쯤 대표 거취 판단"
민주당은 이 대표 체제의 유지 여부의 가시적 근거가 될 지표들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입니다. 실제 이날 민주당의 길 토론회에서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전반적인 현황과 지지율 파악 △민주당에 존재하는 리스크 논의 △지난달 27일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 분석 △국정과제에 대한 평가 등이 비중 있게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민주당은 지지율에서 근소하게 국민의힘을 제쳤지만, 지금껏 유지돼온 ‘정체기’에서 벗어났다고 보기엔 이르다는 평가입니다. 한국갤럽은 이재명 체포동의안 표결 직후인 지난달 28일과 지난 2일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3월 1주 자체 조사에서 민주당의 정당 지지도는 29%로 집계됐다고 지난 3일 밝혔습니다. 지난해 5월 둘째 주 이후 30% 초반대 지지율에서 벗어나지 못하다 20% 후반대까지 떨어진 겁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대표 체제를 겨냥한 끊임없는 의구심에 민주당 지도부는 이 대표 거취 결정 시기를 특정하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전날 SBS 라디오에 출연해 “늦여름, 초가을 그 정도 되면 총선을 몇 달 앞으로 남겨두고 있어 당도 무엇이든지 간에 총선전략을 무엇으로 짜야 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윤혜원 기자 hw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