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협동로봇·휴머노이드 전문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277810)의 주가가 끝을 모르고 달려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005930)가 로봇 사업을 신성장 사업으로 꼽으며 지분을 매입한 것이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지난 1월 삼성전자의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투자 공시 이후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주가는 4배 가까이 뛰어올랐는데요. 시장에선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성장성에 주목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단기 과열 양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삼전 투자에 레인보우로보틱스, 시총 12위 '껑충'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전 거래일 대비 1.74%상승한 12만2800원에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지난 16일 삼성전자의 추가 지분 확보 소식으로 상한가를 기록한 데 이어 3거래일 연속 상승했습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1월 레인보우로보틱스의 3자배정 유상증자에 590억원을 투자하며 지분 10.22%를 확보한 바 있는데요. 지분 4.8%를 277억원에 추가로 매수한 겁니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 주식 285만4136주(14.99%)를 보유하게됐는데요.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보유 주식 전량에 대한 콜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도 확보했습니다.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 지분율은 최대 59.94%까지 늘어나며 완전 자회사가 됩니다.
이번 콜옵션 권리는 앞서 지난 1월 진행한 유상증자의 연장선으로 풀이됩니다. 앞서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유상증자 결정과 함께 오준호 CTO와 이정호 대표, 허정우·임정수 기술이사 등 사내이사 4명이 삼성전자와 주주 간 계약을 체결했는데요. 계약 내용은 삼성전자의 동의 없이 사내이사들의 보유주식을 처분 금지와 레인보우로보틱스 이사 1명 지명이 주 내용입니다. 앞선 이사진은 주식을 팔게 되더라도 일정 기간은 삼성전자에 우선매수권을 줘야 했습니다. 이번 콜옵션 계약으로 앞선 주식 처분 금지 기간을 명시한 셈이죠.
콜옵션 계약으로 삼성전자의 인수 가능성까지 언급되자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주가는 그야말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초 5000억원대에 불가했던 시가총액은 2조원을 넘어서며 코스닥 시총 순위 12위까지 올랐죠. 올해 들어 주가 상승률은 256.46%에 달합니다.
삼전·레인보우로보틱스, 로봇 사업 시너지 기대
시장에선 삼성전자의 로봇 사업확장과 다족보행·협동 로봇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레인보우로보틱스의 협업에 주목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올해 삼성전자는 시니어 특화 보행 보조 로봇 'EX1' 출시 계획을 밝히고 로봇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요. 레인보우로보틱스와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을 통해 로봇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입니다.
협동로봇이나 서비스로봇 분야에선 사업적 시너지도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협동로봇은 사람과 함께 작업을 하는 로봇으로 자동차 공장 등 산업계에서 주로 사용됐는데요. 최근에는 식당이나 카페, 물류센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죠. 세계 협동로봇시장은 2020년 4억8000만달러 규모에서 연평균 33%씩 성장이 예상되고 있는데요. 2030년에는 8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출시 예정인 EX1을 비롯해 그간 가사도우미 로봇이나 안내 로봇 등의 서비스로봇도 공개해왔죠. 특히 레인보우로보틱스는 로봇의 핵심 부품부터 소프트웨어, 알고리즘까지 자체개발하고 있는데요. 삼성전자와 인공지능(AI) 기술 등과 시너지도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레인보우로보틱스 투자 결정은 협동 로봇을 활용한 삼성그룹의 자동화 추진, 미래 로봇 기술개발 협력의 두가지 이유에서 이뤄진 것으로 판단한다”며 “이 경우 레인보우로보틱스의 협동 로봇 판매 실적 증가 및 삼성전자 공급 레퍼런스 확보에 따른 글로벌 인지도 향상 등 긍정적 영향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레인보우로보틱스, 주가 고평가…과열 우려
(그래픽=뉴스토마토)
일각에선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주가가 지나치게 과열 양상을 보인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국내 최초로 이족보행 로봇 '휴보(HUBO)'를 개발하면서 유명해진 기업입니다. 지난 2021년 2월 기업공개(IPO) 도전 ‘3수’ 끝에 기술특례를 통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했죠. 당시 공모가는 1만원으로 상장 당일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형성된 뒤 상한가)’을 기록한 이후 주가는 2만원 안팎을 유지했죠.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지난해 매출은 136억원. 영업이익은 13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는데요. 전일 종가기준 시가총액은 2조3366억원에 달합니다. 비슷한 규모의 2차전지 소재기업
천보(278280)(2조2450억원)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289억원, 565억원입니다. 현재 주가와 매출을 기준으로 국내 2차전지 소재 대표기업 중 하나인 천보보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가치를 25배정도 높게 보고 있는 셈입니다.
기업가치 산정 시 주로 사용되는 주가수익비율(PER)을 기준으로 보면 레인보우로보틱스의 PER은 350배가 넘는데요. 최근 국내증시에서 고평가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
에코프로비엠(247540)(84배)보다 4배 이상 높습니다.
올해 초 삼성전자의 투자 결정 이전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증권가 목표주가 평균치는 3만5000원에 불과했는데요. 삼성전자 투자 이후 발행된 보고서의 목표가(10만원)도 이미 넘어선 상황입니다. 올해 국내 증권사들이 발행한 레인보우로보틱스 보고서는 유진투자증권에서 발행한 보고서가 유일합니다.
익명의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로봇산업의 성장성은 높지만, 현재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주가는 다소 과열된 상황으로 보인다”면서 “삼성전자의 투자를 고려해도 지나치게 고평가된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진=레인보우로보틱스 홈페이지 캡처)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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