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금융기관의 대출과정에 대한 사정당국의 대대적인 조사가 곧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3일 대구 수성구 DGB대구은행 본점에서 열린 '상생금융 확대를 위한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한 발언 때문입니다.
4일 <뉴시스> 등 보도에 따르면, 이 원장은 대장동 개발사업 당시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우리은행 대출 청탁의혹과 관련해 "대출 과정에서 외압으로 의사결정에 왜곡이 있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검찰 수사를 감안해 절제된 표현을 썼지만 "금융, 실물경제, 자본 공급의 왜곡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수사기관이나 사법기관에서 결론이 나기 전이라도 금감원이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 원장은 또 "불법 외화 송금 사건 때처럼 금융의 본질적 기능 왜곡에 대한 것이라면 수사기관 검토 없이도 금감원이 먼저 점검을 할 수 있다"고 당위성을 설명했습니다. 금감원장이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을 자체적으로 들여다보겠다고 한 건 매우 이례적입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3일 오전 대구은행 본점에서 열린 상생금융 확대를 위한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검찰이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지 1년 6개월입니다. 당초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에 연루돼 하나은행이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지만, 하나은행이 컨소시엄을 유지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곽상도 전 의원은 1심에서 이 부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박 전 특검이 대장동 컨소시엄 구성을 위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담당 대표로 자신이 사외이사로 근무하던 우리은행을 내세웠다는 의혹 제기와 이에 대한 검찰의 수사 착수도 최근입니다. 검찰은 지난 3월30일에서야 이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박 전 특검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이같이 수사가 지지부진하고 공소유지가 쉽지 않은 것은 도시개발사업 등에 대한 금융기관 실무와 검찰의 시각이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입니다. 과거 1금융권 은행 사외이사직을 맡았던 한 변호사는 "특정인의 영향력 행사로 도시개발사업 관련 컨소시엄 참여나 대출이 결정되기는 매우 어렵다. 무엇보다 실무자들이 움직이지를 않는다. 그들도 법적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원장의 발언은 이런 금융기관 실무와 검찰 수사간 간극을 직접 확인해보겠다는 취지로 읽힙니다. 이 원장은 회계사 출신으로 검사시절 금융범죄 전문가로 활동했지만, 금감원장 취임 1년을 앞두고 있습니다. 금융기관의 사정과 검찰의 수사를 모두 잘 아는 인물입니다.
금융의 본질적 기능 왜곡에 대한 이 원장의 이번 지적은 직접적으로는 우리은행을 지목한 것입니다. 그러나 '금융기관 의사결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은행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장검사 출신으로, 금융범죄 수사 전문가인 또다른 변호사는 "금감원이 나서게 되면 경중을 떠나 금융기관의 대출관련 위법·범법 사실이 포착될 수밖에 없다. 몇몇은 행정처분으로 끝나더라도 사안이 중한 건은 검경 수사의뢰로 넘어갈 것이고, 과거 '은행 채용비리 사례'처럼 필연적으로 검찰의 대대적 수사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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