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9일 서울 중구 영락교회에서 열린 2023 한국교회 부활절 연합예배에 입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윤혜원 기자] 미국 정보기관이 한국 정부를 도청했다는 외신 보도를 두고 정치권에서 비판과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야당뿐 아니라 여당 내 비주류에서도 미국을 향한 항의와 재방 방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모습입니다.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1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대통령실에 대해 도청을 한 정황이 드러났다는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대해 “주권침해이기에 강하게 항의하고 원인을 분석하며 재발 방지를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김 의원은 “단순히 논의하고 대응하는 수준이 아니라 강하게 항의하고 원인을 규명하며 관련자 처벌도 요구해야 한다”며 “지금 재발 방지를 아주 강하게 하지 않으면 이런 일이 앞으로 계속 일어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대통령실 바로 옆에 100m 가까이에 미군 기지가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라며 “이 경우 도·감청하기가 너무 쉬운 무방비 상태다. 옛날 같으면 창호지 문 바로 옆에 앉아있어 방 안 목소리가 다 들리는 꼴”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한민국은 미국의 동맹이지 미국 장기판의 졸(卒)이 아니”라며 “분명하고 강력한 항의와 재발 방지 요구로 잘못된 한미동맹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박 의원은 “2013년에 박근혜 정부에서도 이런 일을 당했을 때 엄중한 유감 표시와 해명을 요구했다”며 “임박한 한미 정상회담 때문에 미지근하게 대처한다면 박근혜 정부만도 못한 정부이자 대한민국을 미국의 바둑판에서 동아시아의 호구로 전락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도 논란에 가세했습니다. 유 전 의원은 전날 SNS에 올린 글에서 “동맹국 사이에 도청, 감청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며 “윤석열 대통령과 우리 정부는 당장 미국 정부에 강력히 항의하고 NYT 등이 보도한 미국 기밀문건에 대한 모든 정보를 요구해야 하며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번 논란에 대한 대통령실의 대응에 대해서도 유 전 의원은 “한심하고 비굴하기 짝이 없다”며 “항의해도 시원찮을 판에 무슨 협의를 한다는 말인가”라고 질책했습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있다고 해서 동맹국 간의 도청이라는 엄중한 문제를 흐지부지 지나갈 수는 없다”며 “우리가 납득할 만한 미국 정부의 사과와 재발 방지 조치가 있어야 한미동맹이 더 굳건한 신뢰 관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당부했습니다.
전날 대통령실은 NYT의 관련 보도에 대해 “제기된 문제에 대해 미국 측과 필요한 협의를 할 예정”이라며 “과거의 전례와 다른 나라의 사례를 검토하면서 대응책을 한 번 보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윤혜원 기자 hw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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