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당시 민주당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해 5월27일 경기 김포시 고촌읍 아라 김포여객터미널 아라마린센터 앞 수변광장에서 열린 김포공항 이전 수도권 서부 대개발 정책협약 기자회견을 마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이어 송영길 전 대표 체제 당시인 지난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으로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으며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이심송심'(이재명 마음이 곧 송영길 마음) 의혹을 낳았던 두 사람은 위기 대응도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벽'에 갇힌다는 점에서 닮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재명·송영길 진실은폐 모의라도 했나"
민주당은 20일에도 여권의 맹폭 대상이 됐습니다. 국민의힘은 두 전·현직 대표의 관계를 집중 부각하고 싸잡아 맹비난했습니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와 송 전 대표는 서로 말 맞춰 진실을 은폐하기로 모의라도 한 것인가"라며 "이심송심이라는데 송 전 대표의 전당대회 사건에 '이심'(이 대표 마음)이 있었다는 의혹에서 벗어나려면 이 대표는 송 전 대표의 즉각 귀국을 지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국민의힘이 언급한 이심송심은 2년 전 열린 지난 전당대회 당시 친명(친이재명)계가 송 전 대표를 지원하고, 지난 대선 경선에서는 송 전 대표가 사실상 이 대표를 지원한다고 해서 붙은 말입니다. 이처럼 두 사람은 사실상 노골적 협력관계로 통했습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본지와 한 통화에서 "지난 경선 당시 두 사람의 관계가 깊었다는 것은 다 알려진 사실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프랑스에 체류 중인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19일(현지시간) 파리경영대학원 앞에서 한국 특파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같은 마음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두 사람의 위기에 대한 대응과 처지도 닮았습니다. 지난해 12월부터 파리경영대학원 방문 연구교수로 파리에 머물고 있는 송 전 대표는 이번 파문으로 당 전체가 발칵 뒤집혔음에도 이 전 대표의 조기 귀국 요청을 사실상 거부하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그는 19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조기 귀국 의사가 없느냐는 물음에 "(예정된 기자간담회 날짜인) 토요일(22일)에 말씀드리겠다"고 말을 아꼈습니다.
커지는 전·현직 대표 리스크에 이재명 '방탄' 딜레마
송 전 대표의 최근 행보는 내로남불의 전형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당장 송 전 대표는 지난 2009년 4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고 공개 사과하자 "성역 없는 수사가 돼야 하고, 지난 권력과 살아 있는 권력을 동시에 수사해야 한다"고 압박했었습니다. 또 노 전 대통령 공개 비판 발언 후 얼마 안 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의 이야기를 꺼내면서 노 전 대통령의 공개 사과를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송 전 대표는 당 대표로 있던 2021년 6월 부동산 투기 의혹이 있다고 국민권익위원회가 알려온 10여명 의원에 대해 탈당을 권고한 바 있습니다. 무죄추정의 원칙상 과도한 선제 조치라는 평가에도 선당후사의 입장에서 일을 진행한 겁니다. 이에 대해 비명(비이재명)계 김종민 의원은 지난 18일 "이전에 송 전 대표는 사실관계가 확인되기 전에 부동산 거래 관련 의혹이 불거진 상태에서 의원들한테 자진탈당을 권유했었다"며 "그때 우상호 의원도 권유받고 상당히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습니다.
20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59회 한국보도사진전 개막식에 참석한 이재명(오른쪽) 민주당 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송 전 대표가 귀국을 늦출수록 당을 향한 여론은 더 싸늘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 대표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당내 요구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대표는 17일 한차례 공개적으로 조기 귀국을 요청한 것을 끝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앞으로 검찰이 이번 돈봉투 의혹에 관여한 당내 의원들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보낸다면 이 대표의 상황은 더 복잡해집니다. 당장 당이 자신의 체포동의안을 막아서며 '방탄' 논란 중심에 섰는데, 본인은 이들에 대한 체포동의안에 찬성할 시 '자신의 사법리스크만 막아섰다'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습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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