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소인수 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대통령실 제공)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8일 방한 일정을 마무리하고 일본으로 떠났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신뢰관계 강화를 언급하며 12년 만에 복원된 한일 셔틀외교에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가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가슴 아프다”고 밝히면서 불법 식민지배에 대한 일본의 반성과 사과는 없었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반성·사죄할 경우 수반될 수 있는 법적 책임과 자국 내 정치적 비판을 피하겠다는 의도가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기시다 총리는 한국 경제단체를 만나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협력을 당부하면서 셔틀외교에 대한 청구서를 내밀었습니다. 15% 수준까지 낮아졌던 일본 반도체 소부장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상승, 소부장 국산화에 적신호가 들어왔습니다.
셔틀외교 '청구서' 던지고 간 기시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7일부터 1박 2일 일정을 마치고 이날 귀국했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귀국 전 한일의원연맹 소속 의원들과 면담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도 기시다 총리는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서는 별다른 발언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연맹 회장인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선린우호 관계로 전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현했습니다. 반면, 윤호중 민주당 의원은 기시다 총리의 개인적 유감 표명 등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전달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앞서 기시다 총리는 지난 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개인적 견해임을 전제로 “많은 분들이 과거에 아픈 기억을 되새기면서도 미래를 위해서 마음을 열어주신 데 대해 감명을 받았다”며 “저도 당시 어려운 환경 속에서 일을 하게 된 많은 분들이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신 데 대해서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는 명확하게 강제동원 피해자를 지칭하는지에 대해 확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직접적인 반성과 사죄를 언급하지 않고 개인적 감정을 표현함으로써 한일 양국에서 제기될 수 있는 비판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고도의 정치적 노림수가 작용한 결과로 보입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진정성을 갖고 하는 것이 중요하지 어느 일방의 상대에게 요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일본을 두둔했습니다.
경제 실익 또 못 챙긴 윤석열정부 '초비상'
기시다 총리는 여기에 더해 자국의 경제 현안 챙기기에도 집중했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진행된 한국 경제단체들과의 간담회에서 반도체 소부장 분야에서 다양한 민간 차원의 경제 협력을 늘리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경제단체장들에 “한일 간 협력에 있어 기업이 먼저 나서서 협력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방안까지는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윤 대통령도 지난 3월 21일 국무회의에서 “양국 기업 간 공급망 협력이 가시화되면, 용인에 조성할 예정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일본의 기술력 있는 반도체 소부장 업체들을 대거 유치함으로써 세계 최고의 반도체 첨단 혁신 기지를 이룰 수 있다”고 말해 양국 반도체 소부장 분야 협력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소부장 수입 의존도는 지난 2022년 상반기 기준 15.4%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양국 정상이 ‘협력’을 약속한 만큼 소부장 국산화는 한층 멀어질 전망입니다.
한편, 한일 양국의 미래파트너십 기금도 곧 출범할 예정입니다. 기금을 창설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게이단련(일본경제단체연합회)은 오는 10일 도쿄 게이단렌회관에서 미래파트너십 기금 진행 상황과 향후 운영 방향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 예정입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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