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가 노무현정부 출범 20주년을 맞아 노무현의 사상과 시대정신으로 2023년 한국 사회를 조망하기 위해 대담을 진행했다.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본사 스튜디오에서 ‘독도'를 주제로 대담이 진행되는 모습이다. 왼쪽부터 황방열 뉴스토마토 통일·외교 선임기자, 조수진 변호사,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 (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표적인 외교 기조는 '동북아 균형자론'입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이 균형자 역할을 하면서 동북아의 안정과 국익을 확보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미국에 밀착하며 중국 견제에 나서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과는 분명 다른 방향의 외교 기조입니다. 경제와 안보 부분에서 한국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를 앞으로 어떻게 형성하느냐가 중요한 상황에서 노 전 대통령의 '동북아 균형자론'은 20년 가까이 시간이 흐른 지금 이 시점에 다시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뉴스토마토>는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본사 스튜디오에서 '독도'를 주제로 노무현정부와 윤석열정부의 전반적인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대담을 진행했습니다. 조수진 변호사가 진행을 맡았고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와 황방열 본지 통일·외교 선임기자가 출연했습니다. 문 교수는 노무현정부에서 '동북아 균형자론'을 설계한 인물로, 김대중·노무현·문재인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구상에 큰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황 기자는 북한 문제를 비롯해 오랫동안 외교안보 분야에 대해 취재 활동을 해왔습니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가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본사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노무현 특집방송에서 독도를 주제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동북아 균형자론, 다자 안보협력 체제 만들자는 것"
문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의 동북아 균형자론에 대해 "미국에 치우치지 않는 한미 동맹을 유지하면서 동북아의 새로운 협력의 질서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른바 '다자 안보 협력 체제'를 만들어서 동북아 국가 간 분쟁을 예방하고 이들의 공동 사업을 만들어 나가는 데 한국이 역할을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문 교수는 공동 사업과 관련해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등 자유무역지대 구축과 북한을 포함한 한중일 3국의 다자 안보 협력 체제 같은 것을 만들려고 했고 동북아의 물류 거점을 광양, 인천, 부산, 진해 같은 곳에 만들어 보자고 했다"며 "제주도를 동북아 평화의 거점으로 만들어서 동북아 평화와 관련된 모든 회의, 정부 관료 회의를 제주에서 하는 것도 생각해 봤다"고 밝혔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동북아 균형자론'은 윤 대통령의 외교 기조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입니다. 윤 대통령이 미국 편에 확실히 서며 중러 견제에 나선 것과는 다르게 노 전 대통령은 한미 동맹을 기초로 동북아 주변 국가들 사이에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 외교를 하면서 외교적 이익을 극대화하려 했습니다.
황 기자는 "한미 동맹이 우리 외교의 기본 축이라고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며 "다만 한중 관계를 해치지 않으면서 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윤석열정부가 여기에서 이탈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해서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동북아 균형자론'에 대해 "지금 보면 상식의 영역으로 들어온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대일 외교 기조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특히 이번 방송의 주제인 독도 문제를 대하는 노 전 대통령과 윤 대통령의 모습이 상당히 대비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문 교수는 "일본이 시마네현 독도 편입 100주년이라고 해서 매년 2월22일을 다케시마의 날이라고 선포하는 건 노 전 대통령 입장에서 있을 수 없다고 본 것"이라며 "이런 점에서 윤 대통령과 상당히 대조가 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윤 대통령이 '100년 전에 일어난 일 때문에 (일본과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다거나 일본이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는데 역사인식이 정말 잘못된 것"이라며 "(일본의) 그때 역사인식이 오늘날의 우리 주권과 영토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건 분명히 해두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황방열 뉴스토마토 통일·외교 선임기자가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본사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노무현 특집방송에서 독도를 주제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노무현, 용기있는 지도자…대미 의존도 줄였다"
미일에 더 밀착하며 중러와는 더 멀어진 윤 대통령의 외교 기조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중러와의 관계가 악화됐을 때 대한 정부의 대비가 전혀 돼 있지 않다는 겁니다. 황 기자는 "미국과 중국은 싸우면서도 큰 문제에 대해선 이야기를 한다"며 "중국과 일본도 보면 굉장히 다투는 것 같으면서도 4월에 중일 간 군사당국 핫라인도 만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우리는 별로 그런 모습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황 기자는 노 전 대통령의 대미 외교 기조를 '한미동맹의 조정'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한미동맹을 긴밀히 유지하면서도 이명박·박근혜·문재인정부 중 가장 큰 폭의 국방비를 증대시켰다는 점에서 국방에 대한 대미 의존도를 줄이려는 노 전 대통령의 자주국방 의지를 읽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문 교수는 외교안보 부분에서 노 전 대통령을 "용기 있고 결기 있는 지도자였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또 "노 전 대통령은 (외교안보 정책을 추진하는데) 국민적 합의를 구하려고 무척 노력했다"며 "노 전 대통령의 이런 점들은 현 정부에 어떤 함의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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