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동진 기자] "이 법안은 이 땅에 민주주의를 올바르게 정착시키기 위한 법안이자, 후세에 이 땅의 민주주의를 교육시키기 위한 법안으로서 자리매김 할 것입니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이하 6월항쟁)의 도화선이었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희생자인 박종철 열사의 형 박종부씨는 '민주유공자법'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 유가족들은 민주화운동 관련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1998년 12월부터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호소하며 국회 앞 천막에서 15일 기준 1인 시위 685일, 천막농성 586일, 단식농성을 35일째 이어가고 있습니다.
유가협은 1986년 8월 12일 출범해 1998년 12월 422일간의 여의도 국회 앞 천막농성을 통해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예우 등에 관한 법’, ‘의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통과시켰으며, 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되어 간 사람들을 예우하기 위한 법안을 만들기 위해 힘써 왔습니다.
현재 민주화운동 열사들의 예우와 보상을 위해 제정된 법률은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5ㆍ18민주유공자예우및단체설립에관한법률',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등 총 3가지입니다.
이 중 국가유공자법은 4.19 희생·공헌자와 유가족, 5.18 유공자법은 5.18 희생·공헌자와 유가족에 대한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시기의 민주화운동 참여자들은 이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6월 항쟁의 불씨를 지폈던 박종철·이한열 열사 또한 지난 2001년 '민주화 운동 관련자'로 인정되었으나 민주유공자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고 박종철 열사의 형 박종부씨 (사진 = 정동진 기자)
고 박종철 열사 형 박종부씨 "민주유공자법의 가장 큰 목적은 명예회복"
박씨는 민주유공자법의 가장 큰 목적은 보상이 아닌 죽어간 열사들의 명예를 되찾기 위함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 법안의 가장 큰 목적은 죽어간 열사들의 뜻을 받들어 나라에서 추모 및 기념 사업을 하고 후세를 교육하는 것에 전념해 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민주주의 정신을 계승하려는 국가의 입장에서 4.19와 5.18외의 민주화운동에 참여해 민주주의에 공헌한 사람들에게도 예우를 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장남수 유가협 회장은 "우리나라의 현재의 민주주의를 만드는 데 (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사망자) 136명의 기여가 가장 컸다고 생각한다"며 "박정희 유신에서부터 전두환 독재에 항거하면서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진 사람들에 대한 예우는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습니다.
피켓시위 중인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관계자.
유가족들 "더불어민주당이 법 제정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민주유공자법은 더불어민주당이 2021년 제정을 추진하다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운동권 셀프 특혜' 논란이 일며 자진 철회한 바 있습니다. 이후 우상호 국회의원은 지난해 7월 "국민의힘의 ‘셀프보상’ 발언은 사실 왜곡이자 명예훼손"이라고 비판하며 당 차원에서 해당 법을 재추진하기로 결정했으나 현재까지 법안이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입니다. 국민의힘은 여전히 민주유공자법을 '운동권 특혜법'이라며 법 제정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90년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투옥이 되었다가 노동현장에서 사고사한 강민호 열사의 동생 강민성씨는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위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나서야 한다고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강씨는 "국민의힘이 반대를 하는 것이 (법 제정의 어려움에) 가장 큰 이유겠지만, 언론의 눈치를 보는 민주당또한 문제"라며 "국민의힘이 이 법안에 대해 우호적일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을 하지 않을 텐데,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나설 때 이 문제가 비로소 어느정도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민족민주 스승의날 기자회견 (사진 = 정동진 기자)
시민단체들, 민주유공자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민주화 열사 유가족에 카네이션 달기도
이날 오전과 오후에는 시민단체들이 유가족들이 농성을 하고있는 국회 앞으로 찾아와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촉구하며 연대의 뜻을 밝혔습니다. 민주화운동의 열기가 뜨거웠던 1988년 창간한 한겨레 신문에서 만평을 그렸던 박재동 화백 또한 "우리 젊은 열사들이 쓰러지고, 맞아 죽고, 고문으로 죽고, 병들어 죽고, 불길에 휩싸여 죽으며 나름대로 평안한 오늘을 이룩했다"고 발언하며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촉구했습니다. 그는 이어 "국회가 민주유공자법을 당연히 제정해야 함에도 질척거리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진보연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진보당 등은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민주화운동 희생자의 부모님들에게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며 감사를 표했습니다. 진보당 윤희숙 상임대표는 "민주유공자법은 어떤 특혜나 시혜가 아닌 민주화운동을 완성하기 위한 노력이자 퇴행하는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운동"이라고 설명하며 "(고령이 된 민주화 열사들의) 부모님들이 떠나시기 전에 스승의 날의 가장 좋은 선물로 국회가 책임지고 민주유공자법을 제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유가협은 "(돌아가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의 평생 소원도 민주유공자법을 제정해 아들의 예우를 해달라는 것"이었다고 설명하며 "민주화운동 보상심의위원회를 통해 인정된 민주화운동 사망자 136명과 부상자 690여명에 대한 국가유공자 인정이 시급하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단식 35일째 진행중인 농성시위 (사진 = 정동진 기자)
정동진 기자 com2d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