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아시아나항공(020560)이 코로나 기간 조종사들의 임금삭감이라는 희생 등으로 역대급 실적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지난해 임금인상률을 작년 한해 물가상승률의 절반 채 안 되는 2.5%로 제시했습니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들의 임금 인상은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이뤄지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지난 4개년 연 인상률은 0.0625%에 그칩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고통 분담 차원에서 직원들의 임금삭감 등을 요구했던 아시아나항공이 지금에 와서 이들의 희생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동조합(APU)은 이날 아시아나항공을 관리하는 산업은행이 있는 여의도 산업은행 정문 앞에서 경영진과 산업은행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습니다.
노조 측과 사측이 대립되는 지점은 지난해 임금인상률입니다. 노조 측은 2019~2021년 임금 동결,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2022년 임금인상안을 10%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사측은 2.5%를 제시했습니다.
17일 여의도 산업은행 정문 앞에서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동조합(APU)이 임금협상 관련 1차 투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노조 “임금 동결, 물가상승률 고려 10% 높은 수준 아냐…산은 개입 부당한 경영권 침해”
노조 측은 회사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그간의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10%는 높은 수준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실제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 사태 기간인 작년 항공화물 수요 증가와 높은 화물운임 영향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습니다. 작년 회사의 연간 매출액은 5조6300억원, 영업이익은 7416억원으로 역대 최대입니다. 특히 영업이익은 회사가 지난 2010년에 세운 역대 최대치(5690억원)를 갈아치웠습니다. 올해 1분기도 매출액 1조4563억원, 영업이익 925억원을 거두며 호실적을 달성했습니다.
이날 APU는 회사가 지난해 역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조종사들의 임금삭감이라는 희생을 외면하고 있다고 질타했습니다.
최도성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 위원장은 “코로나 기간 전 직원이 유급, 무급 휴직을 실시하며 많게는 급여의 절반을 반납하고 버텨왔건만, 1조2000억원에 달하는 누적 이익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산업은행 눈치만 보며 4년간 총 2.5%인상이라는 말도 안 되는 억측을 부리고 있다“며 “2022년 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1%에 달하는데, 사측은 오너의 잘못된 경영으로 고통 받는 직원들을 철저히 무시하고 채권단인 산업은행 핑계만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실질적으로 산업은행의 지시로 4년간 총 2.5% 인상안이 만들어졌다”며 “아무리 주 채권단인 산업은행이지만 노사관계까지 개입하는 것은 부당한 경영권 침해다”라고 밝혔습니다.
대한항공 10% 티웨이 13% 협상 완료 제주도 12.5% 진행중
노조 등에 따르면 당초 사측은 7% 수준의 임금인상안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를 주 채권단인 산업은행이 2.5%로 대폭 낮춘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동종업계이자 매출 구조가 비슷한
대한항공(003490)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고 봅니다. 대한항공 사측과 조종사 노조는 지난해 임금인상률 10%에 협의를 마쳤고, 저비용항공사인
티웨이항공(091810)도 13%로 협상이 끝난 상황입니다.
제주항공(089590)도 현재 12.5%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APU 관계자는 “회사가 어려울 때 임금 동결에 동의했다”면서 “지난 4개년동안 임금인상이 없었고, 그동안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임금 인상을 말할 수 있고, 동종업계 고려 시 10%가 절대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라며 “여러 가지 종합해 최소 8.5%까지 협의할 의향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노조 측과 사측의 의견차이가 상당한 만큼 임협에 대한 난항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에 지난 10일 노조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조정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지노위는 오는 18일부터 25일까지 세 차례 임금협상 조정에 들어가는데, 조정 중지가 결정되면 노조는 조합원 투표를 거쳐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항공운수업은 필수공익사업이어서 항공기 조종사들은 총파업이 불가능합니다. 일정 비율 이상은 남아 항공기 운항률을 유지해야 해 파업에 들어가는 인원은 일부입니다. 또 파업 돌입도 어느 노선에서 파업이 이뤄질 지 등을 사측과 논의가 필요해 실제 파업 돌입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풀이됩니다.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 항공 본사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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