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택배기사’ 송승헌 “‘류석’의 선택, 최선이라 여겼다”
21년 전 조의석 감독 데뷔작 출연 인연…“어떤 배역이라도 했을 것”
“극중 선택 최선이라 판단하고 연기…당연히 인간적 동의는 못한다”
입력 : 2023-05-30 07:00:42 수정 : 2023-05-30 07:00:42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무조건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건 자신 본인에게도, 그리고 그를 좋아하는 팬들 모두에게 해당했습니다. 그는 무조건 착해야 한다라는 것. 그는 언제나 항상 정의로운 모습이어야 한 단 것. 그래서 그를 통해 짐작하고 예측할 수 있는 여러 이유들이 있었습니다. 사실 지금에서야 하는 말이지만 그가 나오면 그를 통해서 배역들을 유추할 수 있었고 그를 통해서 전체 스토리의 흐름을 짐작해 볼 수 있었습니다. 이건 정말 치명적인 약점이자 단점입니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본인도 약간의 강박이 있었던 것 같다고 합니다. 팬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가 작품 속에서 하고 착한쪽 반대편에 서 있는 모습을 상상하지 못했었습니다. ‘못했다기 보단 하지 않으려했다는 것이 더 맞을 듯 했습니다. 그래서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장담했습니다. 이 배우, 뭔가 깨 봐야겠다는 것을. 그 계기는 있었습니다. 20145월 개봉한 영화 인간중독이었습니다. 이 영화를 통해 그를 둘러싸고 있던 단단한 껍질이 깨졌습니다. 본인부터 그걸 느꼈답니다. 이후부턴 그에게 경계는 사라졌습니다. 영화 대장 김창수에서 잔인하고 잔혹한 친일파 배역을 맡았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봤습니다. 20235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택배기사속 빌런 류석을 연기했습니다. 다층적이고 복잡 다단한 빌런 캐릭터 류석은 그를 통해 현실감을 안게 됐습니다. 배우 송승헌, 그가 악역에 눈을 뜨게 된 계기. 들어봤습니다.
 
배우 송승헌. 사진=넷플릭스
 
일단 조의석 감독이 택배기사를 연출했습니다. 조의석 감독은 2002일단 뛰어란 장편 영화로 충무로에 데뷔한 감독입니다. 당시 최연소 장편 상업 영화 감독이란 타이틀로 유명했었습니다. 그때 일단 뛰어의 주인공, 바로 송승헌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동갑 내기로서 함께 영화를 만들고 작업하면서 친분을 쌓았습니다. 21년이 지날 동안 둘도 없는 친한 사이로 관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택배기사는 두 사람이 21년 만에 다시 만나 작업한 두 번째 작품이었습니다. 남다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21년 전 둘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이후 빨리 다음 작품으로 만나자고 약속했던 친구에요. 근데 그게 21년 걸렸네요. 조 감독이 작품 준비를 한다고, 만나서 대본을 읽어봤는데 너무 재미있었어요. 내가 출연만 할 수 있다면 어떤 배역이라도 상관이 없다라고 먼저 제안을 했는데 반대로 류석역을 제안해줬죠. 제가 거절할 이유가 한 1도 없었어요. 너무 좋았죠. 어떤 배역이라도 할 마음이 있었는데 너무 큰 배역을 줬어요. 온 몸을 던졌죠.”
 
배우 송승헌. 사진=넷플릭스
 
동명의 웹툰이 원작인 택배기사류석은 작품 속 세계관을 지배하는 인물입니다. 그는 분명 악인이었습니다. 그리고 빌런이었습니다. 하지만 송승헌의 눈에는 달랐습니다. 정말 악인일까. 그리고 빌런일까. 송승헌의 눈에 류석은 나름의 정의를 세우고 진행시켜 가는 인물이었습니다. 송승헌은 그 시절을 살아가는 류석은 자신 스스로가 정의라고 믿는 신념의 소유자였다고 정의를 하고 만들어 가기 시작했답니다.
 
세상을 끌고 나아가야 한다는 책임감과 한정된 산소 그리고 자신의 신념 등에 짓눌린 굉장히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을 것이라 생각했죠. 모든 난민을 살릴 수 있다고 판단하지 않은 것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하죠. 물론 인간 송승헌으로서도 그 판단은 절대 옳다고 생각하지 않죠. 하지만 이 친구가 할 수 있는 나름대로의 최선이 아니었을까. 그 부분에 대해선 지금도 전 그럴 수 밖에 없었겠다라고 생각이 들어요.”
 
배우 송승헌. 사진=넷플릭스
 
택배기사가 넷플릭스에 공개된 뒤 언론과 원작 마니아들의 평은 사실 좋지 못했습니다. 송승헌이 만들어 낸 류석이 너무 평면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습니다. 송승헌은 이 부분에 대해서 너무 아쉽고, 안타깝다라고 전했습니다. 그런 이유가 있었습니다. 초기 택배기사대본에는 류석에 대한 서사가 상당히 두터웠습니다. 류석의 선택과 이유 그리고 그의 성격과 캐릭터 형성 과정이 상당히 세밀하게 묘사가 돼 있었답니다. 하지만 6부작 시리즈로 제작이 되면서 어쩔 수 없이 편집되고 삭제됐답니다.
 
처음 조의석 감독과 만나 대화하고 전달 받아 읽어본 대본에는 류석의 아버지인 류회장의 젊은 시절 얘기부터 있었어요. 지구가 망하기 이전부터 시작이 되는 대본이었어요. 그리고 류석이 태어나면서 얘기가 시작이 되죠. 그러니깐 류석의 모든 것이 초기 대본에는 굉장히 세밀하게 담겨 있었죠. 근데 6부작으로 만들어야 하다 보니 편집을 할 수 밖에 없었던 듯 싶어요. 류석을 연기한 저로선 너무 아쉽지만 반대로 작품의 시각으로선 선택과 집중을 해야하니 맞는 방향이었죠.”
 
배우 송승헌. 사진=넷플릭스
 
송승헌에게 SF장르는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CG작업이 기반이 되는 특수 촬영, 즉 블루 스크린 촬영도 사실 좀 낯설었답니다. 경험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로 많은 분량의 특수 촬영은 데뷔 이후 택배기사가 처음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현장에서 조의석 감독과 정말 많은 부분을 소통하며 낯선 분위기를 상쇄시켜 나갔고, 촬영 이후 완성된 CG결과물을 보고선 정말 놀랄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송승헌으로서도 굉장히 생소하고 분명 신기한 경험이었다고 합니다.
 
블루스크린 촬영은 저도 해봤지만 해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해도해도 어색해요’(웃음). 배우들은 연기를 할 때 공간이 주는 에너지가 분명 있어요. 근데 촬영 현장에 가면 흙바닥하고 블루 스크린만 있었어요(웃음). 감독님이 굉장히 세밀하게 설명을 해주시고 그걸 이해하면서 연기를 했죠. 완성된 결과물을 보니 저도 놀랄 정도였어요. 그냥 아무 것도 없는 현장이 저렇게 변할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웠고 그걸 만든 CG기술의 발전이 더 놀라웠죠.”
 
배우 송승헌. 사진=넷플릭스
 
송승헌은 자신이 연기한 류석이 돋보인 원동력으로 작품 속에서 자신의 반대편에서 서 있던 택배기사 5-8을 연기한 후배 김우빈에게 공을 돌렸습니다. 그는 김우빈의 존재감이 곧 택배기사그 자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선배로서 후배에 대한 칭찬을 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김우빈과 함께 작품을 해보면서 그의 인간 됨됨이와 배우로서의 자질 등을 넘어선 큰 뭉엇을 봤다고 전했습니다.
 
김우빈, 너무 완벽한 인간이고 너무 좋은 배우였어요. 조의석 감독에게 마스터촬영 때 김우빈과 함께 했는데 너무 좋은 배우라고 들었죠. 그리고 주변 동료들에게서도 김우빈에 대한 얘기를 많이 전해 듣게 됐어요. 사람이 살면서 좋은 평판을 듣기가 쉽진 않아요. 근데 김우빈은, 단 한 사람도 나쁜 얘기를 하는 걸 본 적이 없어요. 그리고 실제로 현장에서 만난 김우빈은 배우로서, 그리고 남자로서 너무 멋지고 예의가 바르고 주변을 돌보는 게 몸에 베어 있더라고요. 그 모든 게 너무 일관됐어요. 사실 너무 비현실적으로 좋은 친구라 좀 인간미가 떨어지기도 해요. 하하하.”
 
배우 송승헌. 사진=넷플릭스
 
송승헌은 앞으로는 선과 악의 구분을 두지 않는 캐릭터 소화를 하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이미 대장 김창수를 통해 낯선 이미지를 선보인 바 있습니다. ‘택배기사에선 한 발 더 나아갔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공개될 또 다른 작품에서도 강하고’ ‘배역을 연기한다고 귀띔했습니다. 이제는 스스로가 뭔가 자신을 가둬왔던 강한 틀에서 벗어난 듯하다고 전했습니다. 좀 더 자유롭고 좀 더 스스로를 풀어주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저를 보시는 게 정의롭고’ ‘착하고’ ‘바른이미지였는데, 그게 좀 답답했어요. 근데 인간중독을 하고 나서 뭔가 편해지고 해방된 듯했죠. ‘, 이런 거구나싶은 걸 느꼈던 게 인간중독이었어요. 이제는 제게서 느낄 수 있는 익숙함을 계속 깨나가고 싶어요. 저랑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배역을 많이 해보고 싶어요. 그런 배역 속에서 새로운 송승헌을 선보이고 싶어요. 이젠 가능할 것 같습니다(웃음).”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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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