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K-뷰티'의 대표 주자인 LG생활건강이 차이나 쇼크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화장품 업계 전반적으로 코로나19 엔데믹에 따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에 수요가 늘 것으로 점쳐졌지만, 해외 주력 시장인 중국의 소비 회복이 지연된 점이 LG생활건강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입니다.
이 같은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LG생활건강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 단행이라는 고육책을 내놨지만 저조한 실적을 극복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업계는 LG생활건강을 비롯한 화장품 기업들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야 하는 시점에 직면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이달 14일까지 만 50세 이상 부문장·팀장 또는 만 7년 이상의 부문장 직급, 만 10년 이상 팀장 직급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습니다.
LG생활건강이 희망퇴직을 단행한 것은 지난 2001년 LG화학에서 분사한 이래 처음입니다. 조직 슬림화에 나설 만큼 회사 내부적으로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으로 풀이됩니다.
회사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인력 정체 현상을 개선하고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 LG생건 측의 설명입니다.
실제로 LG생활건강의 실적은 저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올해 연결 기준 1분기 영업이익이 14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9% 감소했고, 순이익도 15.3% 줄어든 963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매출은 1조68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 느는 데 그쳤습니다. 중국의 소비 회복 지연으로 원가 및 고정비 상승이 실적 악화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외부 악재 요인이 단기간 내 해결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미미하고, 한중관계도 좀처럼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죠.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4월 중국의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8.4% 증가했지만, 로이터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인 21%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중국의 경제활동 회복 흐름이 예상보다 더디다는 의미입니다.
업계는 장기적 측면에서 화장품 기업들이 중국 의존도를 낮출 때가 왔다는 반응입니다. 미국 시장을 적극 개척한 코스메카코리아, C&C인터내셔널 등 중소 업체들이 최근 호실적을 거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죠.
박은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화장품 업종의 핵심 지표는 오프라인 수요 확보와 중국이 아닌 국가로의 수출 확장"이라며 "특히 변화에 유연한 중소형 기업은 향후 방한 외국인 유입 사이클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한 경영학과 교수는 "중국 소비 심리 회복이 늦어지는 만큼, LG생건 등 대기업의 실적 개선 역시 더딘 속도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며 "북미, 유럽, 일본 등 포트폴리오를 넓혀 새로운 시장 개척을 통한 활로 마련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라고 분석했습니다.
경기 한 대형마트에서 화장품 코너 관계자가 상품들을 정리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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