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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꿈틀대자 '보류지' 재조명…"조합도 더 싸게 안판다"
거래량·시세 회복에 보류지 가격 인하 여지 줄어
르엘 대치·마포프레스티지자이 등 보류지 처분 성공
2023-06-09 06:00:00 2023-06-09 06: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부동산 하락장에서 찬밥 신세로 전락했던 보류지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연초까지만 하더라도 집값 고점 인식과 매수자 우위 시장이 형성되면서 물량을 털어내지 못했지만, 최근 들어 서울 아파트 가격이 상승전환하고 거래량도 증가하면서 분위기가 바뀌는 모습입니다.
 
서울시정비사업포털에 따르면 홍제동 제1주택 재건축정비사업 조합은 9일 서대문 푸르지오 센트럴파크 보류지 1건에 대해 매각 입찰을 접수받습니다. 지난 3월 말 첫 보류지 매각 공고를 냈던 조합은 4월과 5월 두차례에 걸쳐 전용면적 59㎡, 55㎡ 총 2가구를 각각 10억110만원, 8억100만원에 처분한 상태입니다.
 
남은 물량은 전용 55㎡ 1가구로, 입찰기준가격은 전월과 같은 8억원에 책정됐습니다.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가격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기존에 유찰된 물량의 가격 조정을 하지 않은 것입니다.
 
서대문 푸르지오 센트럴 파크 모습.(사진=백아란기자)
 
입찰에 성공하기만 하면 시세차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숨겨진 로또’로 불렸던 보류지는 재개발·재건축 조합이 조합원 물량의 누락·착오·소송 등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분양하지 않고 유보한 것으로, 통상 완공을 몇 개월 앞둔 시점에 조합의 재량으로 일반에 입찰방식을 통해 판매합니다.
 
입찰은 조합 측이 정한 최저입찰가를 기준으로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한 사람이 낙찰을 받는데, 서울 주요 지역 보류지의 경우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우려로 유찰되며 몸값이 최대 10억원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집값 반등 기대감이 커지며 분위기도 반전됐습니다. 강남구 개포주공4단지 재건축조합(개포자이프레지던스)은 보류지 15가구 중 전용 185㎡ 펜트하우스를 제외한 14가구를 처분했으며 지난해 4월부터 보류지 매각을 추진했던 대치 2지구 재건축 조합(르엘 대치)과 마포구 염리3구역 주택재개발 조합(마포프레스티지자이)도 최근 남은 보류지 매각에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서울 지역 아파트값이 다시금 상승하고, 거래가 늘어나는 등 회복세를 보이면서 보류지도 다시 관심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 부동산 매매시장은 정부의 규제완화에 힘입어 반등 기미를 보이고 있는 실정입니다.
 
매수심리 회복에 토지거래허가구역 특수성도 존재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첫째주(5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값은 0.01% 올라 지난해 1월 이후 약 17개월 만에 상승전환했으며, 서울 아파트값은 0.04% 뛰며 3주 연속 오름세를 보였습니다. 서울 아파트 매매(서울부동산정보광장 계약일 기준)는 지난달 2375가구를 기록하며 작년 5월(1729가구)에 견줘 37.4% 증가했습니다.
 
아파트 거래량은 올해 1월(1481건)·2월(2457건)·3월(2979건)에 이어 4월 3000건을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특례보금자리론 도입 등으로 실수요자가 늘어나고 재건축이나 정주여건이 우수한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 회복세를 보이며 얼어붙었던 주택 매매시장에도 변화의 기운이 나타나고 있는 셈입니다.
 
조합 한 관계자는 “보류지의 경우 유찰되면 남은 물량 가격에 대해 (조정 여부를) 내부적으로 논의하게 된다”면서도 “최근에는 보류지에 대한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 유찰로 인한 재공고가 있을지도 모르겠고, 가격 조정 여지도 크지는 않다”라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한편 시장에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주요 지역 보류지 가격 인하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특히 강남구 삼성·청담·대치동, 송파구 잠실동 등의 경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만큼, 상대적으로 규제에서 자유로운 보류지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강남 한 공인중개사는 “보류지가 주변 시세보다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인식이 있지만, 요즘은 조합에서도 가격을 큰 폭으로 낮추지도 않고 예전처럼 (주변 시세나 분위기도) 떨어지는 상황이 아니다”면서 “보류지가 아니고선 매매하려면 토지거래 허가도 받아야 해야 하니까 거래가 쉬운 건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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