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의 미래)②변화 대 전통…선택의 갈림길
세법 개정안이 쏘아올린 '전통주 논쟁'
"전통주 시장 확대가 우선…대항력 가져야"
"무분별한 향료 사용 우려…소비자 구분 필요"
2024-10-24 17:00:00 2024-10-24 17:45:32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4년 세법 개정안'으로 전통주업계에서는 향료와 색소를 첨가한 기타주류를 탁주(막걸리)로 인정해야 하는지에 대해 첨예한 논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세율 등의 문제가 있지만 결국 우리 전통주가 변화와 전통의 갈림길에서 진통을 겪고 있는 셈입니다.
 
뉴스토마토는 24일 세법 개정안에 대한 전통주업계 관계자 의견을 들었는데요. 이번 세법 개정안에 긍정적인 의견을 개진한 측에서는 맥주와 소주 대비 시장 점유율이 약한 전통주 산업 자체가 커져야 하고, 이를 위해 외연 확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저도주 시장에서 맥주, 하이볼 등이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막걸리를 비롯해 전통주의 소비 확대가 선행돼야 우리 전통주의 미래를 도모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유통과 수출 용이성에 대한 부분도 있습니다. 막걸리는 소주나 맥주 대비 유통기한이 짧은 만큼 향료를 넣어 유통기한을 늘린 술이 활성화되면 재고나 폐기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남도희 한국막걸리협회 사무국장은 "전통주 등은 1980년대만 해도 국내 주류 점유율 90%를 차지했으나,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을 거치면서 맥주와 소주에 자리를 내줬다"면서 "사회인구 변화와 경제 사정으로 국내 주류 소비가 감소하는 가운데 전통주 산업 자체가 살아남는 것이 먼저이고, 외국 술에 대한 대항력을 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어 "기타주류 점유율은 몇 프로 되지 않는다. 기타주류를 막걸리로 본다고 전통주가 훼손된다는 것은 어폐가 있다"면서 "딸기·바나나 우유가 나왔다고 흰 우유 시장이 침체한 것은 아니다. 주력 상품의 영향력은 이어지고 있고, 대중적이고 저렴한 술이 있으니 국내산 원료로 만든 고급술이 가치를 지닐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 전통주를 비롯한 다양한 술이 전시돼 있다. (사진=김성은 기자)
 
이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주류 홍수 속에서 전통주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국내 농산물을 활용한 술 대비 색소·향료를 첨가한 탁주는 단가가 저렴한 만큼 향료 사용이 무분별해질 수 있고, 고유의 전통주가 설 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시각입니다.
 
류인수 한국술산업연구소 소장은 "세법 개정안 사안은 단순히 탁주 시장뿐만 아니라 지역특산주 분야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문제"라며 "지역특산주 면허는 지역 농산물을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 전통주 산업이 커 온 것은 이 같은 지역특산주 시장의 성장과 궤를 함께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류 소장은 "지역특산주는 해당 지역의 딸기, 사과, 오미자 등을 넣어 만들어지는데 대중적인 술을 만드는 업체는 이 같은 특산주를 제조할 수 없다. 이 같은 재료를 넣는 순간 단가를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색소 및 향료가 포함된다는 것은 이 같은 지역특산주 면허 업체가 고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전통주 산업에 걸친 하향 평준화를 피하기 어렵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소비자의 알권리를 위해 전통주를 판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대형 경기도농업기술원 소득자원연구소 지방농업연구사는 "향료·색소를 사용한 막걸리로 소비가 증가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일시적인 현상으로 본다"며 "국내 맥주 시장의 경우 시장 확대 차원에서 향료 사용을 허용하고 있지만 맛에 대한 평가가 좋은 편은 아니다. 되레 시장이 후퇴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기타주류 세금이 많다면 세금을 깎아주면 되고, 기존 기타주류가 막걸리라는 용어를 쓰고 싶다면 '기타막걸리'라는 새로운 분류 체계를 만들면 된다"며 "소비자 입장에서 향료를 쓴 술과 우리 농산물로 만든 전통주를 구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가향 막걸리로 인한 다른 주종 파급 효과에 대한 우려도 나옵니다. 이 연구사는 "발효주인 약주도 향료 색소를 못 쓰게 돼 있다"며 "가향 막걸리를 허용하면 다른 주종에서도 문제 제기를 하고, 문화 계승이 필요한 전통주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이처럼 시각에 따라 양측의 입장은 엇갈리는데요. 전통주 발전을 위한다는 점에서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다만 그 방법이 갈리는 것이죠. 한 전통주업계 관계자는 "어느 한쪽이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다"며 "최근 젊은층이 전통주에 관심을 갖고 K-푸드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우리 전통주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방안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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