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결제 관련 캐시백 이벤트에서
삼성전자(005930) 제품을 제외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패권을 다투고 있는데요. 애플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를 국내 최초 도입한 현대카드가 애플과 '반(反)삼성전자' 연대를 공고히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다른 카드사들도 삼성전자와 삼성페이 수수료 재협상을 앞둔 상황인데 이 같은 경쟁 구도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이달부터 애플페이를 사용하는 현대카드 고객을 대상으로 할인 및 캐시백 혜택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백화점·마트·호텔·외식 등 가맹점에서 애플페이를 통해 결제하면 혜택을 주겠다는 것인데요. 애플의 전자제품을 구매하면 최대 20만원을 돌려주기까지 합니다.
눈에 띄는 점은 이벤트의 생활·가전 업종에서 '삼성 디지털프라자'가 빠진 겁니다. 삼성 디지털프라자는 삼성전자의 제품을 판매하는 대리점인데요. 반면 'LG전자 베스트샵'은 이벤트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현대카드는 지난달 할인·캐시백 이벤트를 진행했을 때만해도 삼성전자 제품을 이벤트 대상에 포함했는데, 한달 만에 '삼성전자'라는 단어를 지운 셈입니다.
(사진=현대카드 6월 Apple Pay 이벤트 행사 페이지 캡쳐 갈무리)
금융권에서도 삼성전자 제품만 제외시킨 현대카드 이벤트에 대해 이례적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애플페이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는 현대카드가 삼성전자와 선 긋기에 나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국내 간편결제 시장은 삼성전자의 삼성페이가 독식하고 있는데요. 대항마격인 애플페이를 국내 최초 들여온 곳이 바로 현대카드입니다.
애플·현대카드, 삼성전자가 전선을 형성하는 것에 대해 다른 카드사들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카드사를 대상으로 삼성페이와 관련해 자동연장 계약 종료를 통보했는데요. 애플페이가 0.15%의 결제 건당 사용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수수료 무료 정책을 펼쳐온 삼성페이도 유료화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국내 간편 결제 시장에서 '애플·현대카드' 전선이 공고해질 경우 삼성전자가 페이수수료 무료 정책을 유지하는 등 애플페이의 국내 침투에 대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애플페이와 제휴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걸고 수수료 무료화 정책을 펴는 방식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사진=현대카드)
한 카드사 관계자는 "지금 애플페이가 티머니 등 국내 교통카드 지원을 추진하면서 범용성을 넓혀가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로서도 두고만 볼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삼성페이도 수수료를 받고 애플페이도 수수료를 받는다면 카드사로서 왜 애플페이에 합류하지 않겠나. 삼성전자로서는 수수료 무료 정책을 유지해서라도 시장을 지키려 하지 않겠나"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현대카드 입장에서는 애플페이를 국내 최초로 들여왔지만, 국내 디바이스 기반 페이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삼성전자(삼성페이)와 결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애플페이 도입에 따른 수익성도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삼성전자 기반의 고객들까지 놓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현대카드로서는 애플페이의 편의성 외에는 내세울 게 없는 상황인데 삼성과의 관계를 적대적으로 가져가면 결국 마케팅 비용을 들인 효과를 보기보다는 고객만 이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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