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유진 기자]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적용을 두고 경영계와 노동계의 의견이 쉽사리 좁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차등적용은 을·을 간 갈등만 부추기는 등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입니다.
13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논의하기 위해 최저임금위원회의 네 번째 전원회의에서는 '업종별 차등적용'이 또다시 화두로 부각됐습니다.
경영계는 자영업자들의 경영난을 예로 들며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자영업자들이 실제 가져가는 돈이 최저임금보다도 낮다는 겁니다. 사용자위원들은 소상공인을 비롯한 지불 주체들의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된 1988년 10인 이상 제조업 대상으로 1그룹과 2그룹을 나눠 임금 차등적용을 한 이후 차등적용은 시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연합회 전무는 "자영업자들이 가져가는 연평균 수익이 1952만원정도 되는데 월로 환산하면 163만원 정도다. 최저임금보다 못한 수익을 가져가는 자영업자의 현실"이라며 "한계에 부딪힌 지불 주체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업종별 구분 적용은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4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관련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 등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사진은 전원회의 모습.(사진=뉴시스)
이명로 중기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도 "높은 생산자 물가 상승률과 고금리로 임금지불능력이 한계선상에 놓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늘어났다"며 "매출액과 영업이익 등 지불능력이 다름에도 단일한 최저임금 적용은 비합리적"이라고 동조했습니다.
반면 노동계는 차등적용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업종별 차등적용 대상으로 언급되는 업종들의 경우 자영업자의 빈곤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반론입니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2022년 2월 경총에서 발표한 업종별 임금수준을 보면 한국사회는 업종별 임금격차가 가장 크다고 발표했다. 특히 업종별 구분적용을 요구하는 숙박업과 음식점업이 임금 수준이 가장 낮은 업종으로 나타났다"며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 차등적용 하는 건 자영업자와 노동자의 빈곤을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날 근로자위원 중 한 명인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의 공석에 대해서 최임위가 신속한 조치를 취해야 된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김 위원은 지난달 광양에서 망루농성을 벌이다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의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한국노총은 지난 11일 법원에 구속적부심사를 청구했으나 13일 기각됐습니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3차 운영위에서 김준영 위원 부재와 관련해 최저임금위원회가 대안 마련하겠다고 정리한 바 있다"며 "오늘 회의에서 본격적인 심의진행과 원활한 진행을 위한 해법을 제시해주시길 바란다"고 피력했습니다.
13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논의하기 위해 최저임금위원회의 네 번째 전원회의에서는 '업종별 차등적용'이 또다시 화두로 부각됐습니다. 사진은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국내 최저임금 업등별 차등적용을 두고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견해가 나옵니다. 국내의 노동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적합한 모델을 만들기 어렵다는 입장에서입니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저임금을 하회하는 방식으로 차등적용을 할 경우 국가 수준의 최저임금 의미가 없어진다. 이 것이 노동계의 주장"이라며 "일본은 최저임금을 두고 높은 임금을 산업별로 차등화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주는 방식"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논의되는 것은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이 높으니까 최저임금보다 낮게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열어주자는 방식이다. 그렇지만 하방을 여는 것보다 상방을 열어주는 것이 바람직한 방식"이라고 부연했습니다.
지역별 차등적용에 대해서도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조사팀장은 "현재 올라오는 법안들을 보면 최저임금 지역별 차등 적용에 따른 차액이 발생하면 이를 국가 재정으로 보존하도록 돼 있는데, 최저임금 연쇄적 인상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며 "지자체별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방향은 맞지만 정부로부터의 재정 지원은 부작용이 크니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세종=김유진 기자 yu@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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