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테슬라가 전기차 가격을 잇달아 인하하고 폭스바겐과 비야디(BYD) 등이 보급형 전기차 출시를 예고하는 등 전기차 가격경쟁이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전기차 경쟁이 성능, 신기술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앞으로는 대중화를 위한 가격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올 들어 미국에서 여섯 차례 가격을 낮췄습니다. 지난달 모델3, 모델Y의 기본 가격을 250달러 인상하긴 했지만 연초 대비 각각 14%, 24% 저렴합니다.
폭스바겐 전기차 ID.2all.(사진=폭스바겐)
테슬라는 2만5000달러 한화로 약 3000만원대의 보급형 전기차도 조만간 내놓을 방침인데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020년부터 보급형 전기차인 '모델2(가칭)'를 내놓겠다고 공언해 왔습니다. 주행성능을 낮추는 대신 가격이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폭스바겐은 지난 3월 3000만원대 전기차 'ID.2all'을 공개했습니다. 2025년부터 양산할 에정입니다. ID.2all은 전륜 구동으로 최대 450㎞를 주행할 수 있는 보급형 전기차인데요. 2만5000유로(약 3600만원) 이하의 가격으로 책정, 대중의 관심을 끌 것으로 보입니다. 폭스바겐은 ID.2all 모델을 통해 전기차 대중화를 이끌고 2026년까지 10개의 전기차 모델을 출시할 계획입니다. 내년 출시 예정인 르노그룹의 르노5EV도 2만5000유로로 나올 예정입니다.
중국의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 BYD는 소형 전기차 '시걸(Seagull)'을 올해 출시하기로 했습니다. 가격은 1만 달러(약 1300만원) 수준입니다.
현대차(005380)그룹도 가격 경쟁에 가세합니다.
기아(000270)는 내년부터 3000만원대의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SUV) 'EV3(가칭)'를 양산할 예정입니다. 현대차는 내년 경형 전기차 캐스퍼EV를 선보입니다.
완성차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가격 경쟁력 확보를 통해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동시에 유럽 주요국과 중국 등 전기차 구매보조금 폐지·삭감 계획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서입니다.
BYD 소형 전기차 '시걸'.(사진=BYD)
실제 독일은 올해 전기차 보조금 상한선을 6000유로에서 4500유로로 삭감하고 내년에는 상한액을 3000유로까지 축소할 계획입니다. 영국은 지난해 6월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했고 스웨덴과 중국도 없앴습니다. 이에 완성차 업체들은 기존 전기차 모델 가격을 내릴 뿐 아니라 보급형 소형 모델을 통해 틈새 시장 선점 경쟁에 나선 것이죠.
이호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유럽의 경형 전기차 시장은 혁신제품 사용 자체에 중점을 두는 소비보다 실용적 소비가 중심으로 부상할 가능성을 확인해주는 사례"라며 "향후 주요 완성차 기업에서 보급형 전기차 출시가 예정돼 있어 주류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가격저감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2025년께 전기차 가격이 내연기관차와 비슷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배터리 가격이 관건인데요. 현재 배터리 평균 가격은 ㎾h당 120~130달러 수준입니다. 10년 전 ㎾h당 1000달러에서 90%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100달러 미만으로 낮춰야 내연기관차와 가격 경쟁을 할 수 있다는 게 자동차업계 설명입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가격에서 40%를 차지하는 배터리가 얼마만큼 가격이 떨어지느냐가 관건"이라며 "㎾h당 80~90달러로 낮아져야지만 내연기관차와 비슷해지는 시점이 될 수가 있는데 5~6년 후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완성차 업계는 전기차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배터리 광물 조달 분야에 직접 투자하거나 배터리 업체와 합작공장을 설립해 저렴한 배터리를 직접 생산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가격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전기차 시장은 소수의 주도 기업을 위주로 개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합니다. 기존 완성차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이 더욱 확대되고 일부 전기차 스타트업은 존폐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얘기인데요.
다만 임현진 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가격 전략만이 기업의 장기 생존을 담보하기는 어려워 완성차 업체들이 각종 비가격 경쟁 요소에 집중하면서 정교한 제품 차별화로 시장 지배력을 높이려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관련 기반 기술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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