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노조가 임금 및 단체 협상(임단협)에서 '정년 연장'을 요구하면서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들은 대내외적으로 경영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정년연장으로 인한 비용 부담이 커져 곤혹을 치르고 있습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노조는 (현대차 4년, 기아 2년) 정년연장을 이번 임단협에서 주요 쟁점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한화오션도 정년 1년 연장을 요구하고 있고, 삼성전자 노조는 올해 정년 5년 연장, 임금피크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현대차 아산공장 (사진=현대차)
현대차 노동조합은 60세인 정년을 국민연금 수령 직전 나이인 62~64세로 연장하라고 사측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정년연장은 새로운 집행부가 들어설 때마다 매번 요구해 온 상황입니다. 노조 관계자는 "협상이 잘되면 5년 연속 무분규 달성이 가능하겠지만 사측에서 정년연장 관련 내요잉 나오지 않으면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것이 집행부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조선업계에서는 HD현대그룹 계열사 노동조합이 올해 공동교섭에 나서며 정년연장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노조도 정년을 61세로 1년 연장해달라는 요구안을 사측에 전달한 상태입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과 금속노련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는 올해 초 '2023년 10대 공동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정년연장 및 임금피크제 폐지를 요구했습니다. 삼성연대는 정년을 기존 만60세에서 만65세로 연장할 것을 요구했고, 삼성전자 등 제조업종은 만 57세부터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며, 매년 연봉의 5%가 삭감되는 임금피크제 폐지를 요구했습니다.
한국노총 금속노련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 오상훈 의장이 서울 여의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서 2022년 임금인상 및 제도개선 6대 공동요구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년연장 요구 배경은 국민연금 수령까지 발생하는 소득절벽 탓으로 보입니다. 1963년과 64년생은 만 63세가 돼야만 국민연금을 수령하기 시작하는데요. 60세 정년퇴직 시에는 소득이 단절됩니다. 정년 연장은 지난 2017년 '정년 60세 의무화'가 시행된 지 6년이 지났습니다.
노조의 이러한 요구는 한국의 급속한 고령화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한국 인구 중 65세 이상 비중은 18.4%로 주요국 대비보다 낮습니다. 하지만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37년 31.9%, 2070년 46.4%로 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해외 사례를 보면 일본은 법정 정년을 60세로 정하고 있으나 65세까지 고용을 담보하기 위해 기업에 재고용, 정년연장, 정년폐지 등 3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도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연장하는 연금개혁안이 법안을 통과했습니다.
기업들은 정년연장이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인건비 부담과 청년 고용을 비롯한 신규 채용 감소 등을 이유로 정년연장 의무화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재계관계자는 "정년연장은 재정 부담뿐 아니라 산업구조 변화와도 배치된다"며 "기업 경영 악화로 이어져 사회적 갈등 유발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진성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년과 관련해서는 기업에서 자율적으로 기업특성에 맞춰 근로자의 근로연령과 임금수준을 결정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며 "정년연장에 따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직무급제나 임금피크제 도입·확산과 같은 임금체계 개편은 필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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