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증권업계, 상장사 지분투자 성적표 'F'학점…미래 포석 있나?
20개 증권사, 인수지분 평가손실 총 7310억원
네이버와 우리금융지주 등 부진한 종목 지분 손실
"인수 지분 회사와 협업 진행해 장기적 관점으로 평가해야"
2023-07-20 09:55:00 2023-07-20 09:55:00
이 기사는 2023년 07월 20일 09:45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작년 한해 증권업계의 국내 상장사 대상 지분투자 성적표는 'F'학점에 가까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분 투자에 참여한 증권사들의 70%가 지분평가손실을 기록한 데다 올해까지도 추가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단기적인 손익을 따져 투자한 것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부진했던 증권업계 지분투자 성적
 
19일 <IB토마토>의 취재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에 작년 사업보고서를 공시한 증권사 중 국내 상장 주식에 지분투자를 한 증권사는 총 20곳으로 이들의 지분 평가손실은 총 7310억원으로 집계됐다.
 
 
평가손실이 가장 큰 증권사는 자기자본 기준 업계 1위인 미래에셋증권(006800)이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총 16개 상장법인에 투자해 합산 평가손실액이 5700억에 달했다. 평가손실액 중 가장 많은 부문을 차지한 종목은 네이버(NAVER(035420))다. 지난해 말 기준 미래에셋증권이 보유한 네이버 주식은 모두 281만5315주로 전체 지분의 1.72%에 달해 미래에셋의 지난해 말 기준 평가손익은 5659억원으로 책정됐다.
 
이 같은 손실은 작년 한해 네이버 주가가 급락한 여파로 네이버는 지난 2021년 최대 46만5000원까지 치솟기도 했지만, 2022년부터 이어진 주가부진과 더불어 국내 IT 업체의 매출 성장성에 대한 시장의 회의감이 겹치면서 주가는 하락세를 이어갔다. 채권 위기가 발발한 지난해 10월에는 장중 한때 15만5000원선까지 떨어기도 했다. 최근 소폭 회복했으나 2021년의 절반 수준인 20만원 초반선에서 거래 중이다.
 
미래에셋증권의 뒤를 이어 한국투자증권과 키움증권(039490)이 각각 평가손실액 순위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2016년 12월에 투자한 우리금융지주(316140)에서 310억원, 2022년 11월에 투자한 고려아연(010130)에서 149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키움증권도 지난 2016년 12월 투자한 우리금융지주에서 310억 손실을 봤다.
 
이들 외에도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지분투자에서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개 증권사 중 지분투자에서 흑자를 기록한 증권사는 5곳으로 하이투자증권, 유안타증권, 신한투자증권, 교보증권(030610), 대신증권(003540)이 있었다.
 
교보증권은 2021년 투자한 토마토시스템(393210)을 통해 8억원, 하이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각각 2022년 3월과 4월에 투자한 신스틸(162300)을 통해 두 회사 모두 40억 흑자를 기록했다. 대신증권은 13개 지분 투자에서 고른 수익을 기록해 2022년 9월 투자한 POSCO홀딩스(005490)에서 16억원을 기록했고,  미래에셋증권의 아픈 손가락인 네이버를 2022년 10월 최저점 부근에서 매수해 1억5000만원의 이익을 거뒀다. 유안타증권도 2020년 투자한 웹소설 플랫폼 기업 핑거스토리(417180)로 1억원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 손실 전망되는 증권업계 지분투자 
 
서울 여의도증권가 (사진=IB토마토)
 
 현재 증권사들의 지분투자 내역은 2022년 말을 기준으로 작성됐다. 하지만 지난 6개월간의 주가 변동으로 몇몇 종목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손실이 예정되어있는 경우가 많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일고 있는 2차전지와 반도체 종목으로의 자금 쏠림 현상으로 인한 주가 부진 때문이다. 특히 게임과 바이오 종목에서는 2022년 이후 신저가를 경신하는 경우가 나왔었다.
 
상상인증권(001290)이 지분투자를 진행한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 카카오게임즈(293490) 같은 경우 올 1월부터 주가는 급락을 거듭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3월 52주내 최저가를 갱신했고 카카오게임즈도 지난 7월10일 3만원선이 붕괴돼 2021년 한때 10만원대에서 거래되던 주가는 그에 3분의 1수준으로 하락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323410)에 대한 첫 지분 취득 일자를 2022년 12월26일로 공시했다. 2022년 결산을 불과 며칠 남겨둔 상황에서 진행된 것으로 한국투자증권은 지주사인 한국금융지주(071050)가 가지고 있는 지분 23.18%와 자회사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보유한 지분 4.0%를 인수했다. 1주당 2만6350원에 인수해 총 인수금액은 3조4132억원이다. 하지만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19일 기준 인수가 대비 3.3% 하락한 2만5500원이다.
 
하이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이 각각 지난 2022년 3월과 4월에 투자한 신스틸은 지난 1월2일 9020원 대비 53.1% 폭락한 4235원에 거래 중이다. 하이투자증권은 1분기 인수 지분 전액을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신한투자증권은 다음 사업보고서가 나오기 전까지는 손익 여부 확인이 어려운 실정이다.
 
증권업계가 다수 지분 투자를 진행한 리츠 주 또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앞서 작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발생한 부동산 경기 불황의 여파로 국내 리츠주들이 연초 이후 일제히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9일 기준 'KRX 리츠 TOP 10 지수'는 전일 대비 -0.35% 하락한 829.38에 장을 마감했다. 'KRX 리츠 TOP 10 지수'는 코스피 상장 리츠 중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다. 작년 8월 금리인상 대안주로 주목받아 해당 지수는 1000포인트를 상회하기도 했으나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리츠 보유 자산 가격 하락 우려로 지수는 하락을 거듭했다.
 
이 같은 증권가 흐름에 대해 증권업계에선 주식 운용은 이미 증권업계의 주요 사업 영역이 아니라는 평가를 내놨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 증권업계에서 지분 투자 운용을 전문적으로 하는 부서를 갖춘 증권사가 많지 않고 주요한 사업 영역도 아니다"라며 "실제 증권사의 지분 인수로 기록되어도 창구만 증권사일뿐 소유주는 다른 경우도 많아 이를 두고 증권사의 투자실력이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장기적인 사업 협력을 위한 포석일까?
 
현재 지분 가치로 따지면 손익에서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것이 사실이나 증권업계에선 투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진행하는 만큼 그 성과를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증권업계에선 대량 지분인수를 진행한 회사와의 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가 있었다.
 
미래에셋증권은 오는 하반기 네이버와의 협업을 통해 네이버페이 서비스를 통한 주식거래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래에셋증권이 네이버와 추진 중인 서비스는 기존 증권사 홈페이지로 연결해 로그인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수준에서 진일보한 서비스다. 네이버 페이지와 증권사와 계좌연동이 이뤄지면 증권사 홈페이지로 연결해 별도 로그인하는 시스템이 아닌 네이버 화면에서 거래까지 가능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사진=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도 지분을 인수한 카카오뱅크와 STO 협의체인 '한국투자 ST프렌즈'를 구축해 플랫폼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이미 시장에서 핀테크 선도 기업으로 이름이 높은 카카오뱅크와의 협업을 통해 각 분야별 기업들의 참여를 늘리고 기술적 호환성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분을 인수한 시점이 작년 말인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손익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이른 것 같다"라며 "사실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지분을 인수한 시점 가격인 주당 5000원대를 생각해 본다면 충분히 이익은 거래였고, 카카오뱅크와의 업무적 협력 관계를 생각한다면 지분 가치 이상의 의미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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